작년 아파트 대체재로 인기몰이했던 오피스텔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청약 경쟁률은 작년의 절반 수준이 됐고, 매매가격 상승세도 잠잠해졌다. 미분양 공포에 기존 분양가를 할인하는 단지까지 나왔다.
금리 인상, 대출규제 등이 오피스텔 시장까지 영향을 미친 모습이다. 차기 정부가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를 예고한 가운데 그나마 남은 수요도 아파트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출규제 '발목'…오피스텔 수요 뚝
한국부동산원의 '오피스텔 가격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오피스텔 매매가격은 0.12% 상승했다. 1.03% 상승했던 작년 4분기에 비해 상승 폭이 대폭 줄었다.
특히 지방은 0.16% 하락하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수도권에서도 신규 주택 공급물량이 많았던 인천은 오피스텔 매매가격이 0.22% 하락했다.
신축도 인기가 시들하긴 마찬가지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분석한 결과, 오피스텔은 올해 1분기 평균 10.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평균 25.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던 작년보다 절반 이상 떨어진 수치다.
미분양 공포가 커지자 이례적으로 분양가를 할인하는 단지도 나왔다. 경기 수원시 권선구에 들어서는 '수원 금호 리첸시아 퍼스티지'는 최대 1억4900만원까지 분양가를 할인해준다.
이 단지는 작년 12월 첫 입주자 모집 당시 평균 3.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미계약분이 발생하자 할인을 통해 물량 털어내기에 나섰다.
분양 관계자는 "최초 공급가격은 7억4000만~8억6000만원대였는데 현재는 5억9900만~7억2900만원까지 할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피스텔 수요가 풍부했던 작년과는 딴 판이다. 직방에 따르면 2021년 오피스텔 매매 거래총액은 13조 6476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0조 6028억원이었던 2020년보다 28.7% 증가했다. 거래량도 4만8840건에서 6만2369건으로 27.7% 늘었다.
직방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규제가 늘고 있는 아파트에 비해 오피스텔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어 거래 수요가 늘었다"며 "올해부터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인기가 계속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출 규제 풀리면 아파트로 수요 이동"
오피스텔이 작년 '반짝인기'를 누린 것으로 그친 데는 'DSR 규제'와 '금리 인상' 등으로 대출이 어려워진 영향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오피스텔 등 비주택담보대출에도 DSR 40%를 적용한다. 대출 산정 만기도 기존 10년에서 8년으로 단축됐다. 최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 7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과거에 비해 대출 가능 금액도 큰폭으로 줄었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금융 비용 부담 증가도 문제다. 한국은행은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기존 연 1.25%에서 1.5%로 0.25%포인트 올렸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를 약속한 점 역시 오피스텔 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아파트의 대체재 성격을 가진 오피스텔의 특성상 구매 수요가 다시 아파트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하고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수익성 등을 고려하면 오피스텔의 수요가 아파트로 넘어갈 수 있다"며 "같은 오피스텔이라도 3베이, 2베이의 '아파텔'보다는 원룸형에서 인기가 주춤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차기 정부의 '주거용 오피스텔 주택 수 배제' 여부다. 주거용 오피스텔은 2020년 7·10대책을 통해 주택 수에 합산하기 시작했다. 이를 다시 배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다면 오피스텔 시장엔 청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오피스텔이 DSR에 포함되는 등 대출이 불리해진 가운데 주택 가격 상승률이 전반적으로 둔화하며 상품 가치가 떨어졌다"며 "다만 앞으로 주택 수에서 빠지게 되면 오피스텔 시장이 다시 한번 살아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