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원짜리 집이 있긴 한가요?"
정부가 9월 출시 예정인 '안심전환대출'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냉랭하다. 이 대출은 '4억원 미만' 주택에 한해서만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상품이다. 금리가 무섭게 치솟는 가운데 영끌족·청년 등의 대출 이자 부담을 덜어주려는 조치다.
그러나 이미 집값이 크게 오른 상황이라 서울이나 수도권 주택 소유자는 대부분 혜택을 보지 못한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나온다. 투자(주택 매수)에 따른 리스크(금리 인상)를 세금으로 보전해준다는 측면에서 '도덕적 해이'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금리 공포에 '안심전환대출' 카드 꺼낸다
안심전환대출은 공시가 기준 4억원 미만의 주택담보대출분을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상품으로, 지난 14일 정부가 발표한 '125조원+α' 규모의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에 포함됐다.
금리가 빠르게 치솟으면서 대출 이자 부담에 허덕이는 서민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조치다. 앞서 한국은행은 4월(0.25%포인트), 5월(0.25%포인트), 7월(0.50%포인트) 등 세 달만에 기준금리를 1%포인트나 인상한 바 있다.
이후 정부와 국민의힘은 지난 17일 고위당정협의를 열고 안심전환대출을 9월부터 조기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에서 변동금리 주담대를 받은 집주인들은 9월부터 금융 공공기관들이 출시한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됐다.
1주택자만 신청할 수 있으며 부부 합산 소득이 7000만원 이하면서 주담대를 받은 사람들이 갈아타기 우선 지원 대상이다. 대출 한도는 최대 2억5000만원이다.
현재 시중은행 주담대 변동 금리는 연 5~6%대로 안심전환대출의 고정 금리는 4% 초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추가 기준금리 인상 등을 감안하면 9월엔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예산 지원 규모는 총 45조원으로 변동금리 주담대(380조원)의 약 12% 수준이다. 시장에선 젊은층이나 영끌족 등 위주로 대출 금리 대환에 따른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안심전환대출 대상 요건 등을 보면 상대적으로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한 주거복지 정책"이라며 "소득이 많지 않은 젊은층이나 지방에서 '영끌'해서 집을 산 이들이 혜택을 받을듯 하고, 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에 당장은 금리 대환이 가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를 세금으로 지원?…우리는!
그러나 이미 집값이 많이 오른 상태라 '4억원 미만 주택'으로 대상을 제한하면 안심전환대출 혜택을 충분히 보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특히 서울이나 수도권에선 4억원 미만 주택은 '저가 주택'으로 분류되는데 매물 자체를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평균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9억6300만원으로 10억원에 육박한다. 이어 세종은 6억7300만원, 경기도는 5억4400만원 등이다.
서울은 중위전세가격만 해도 5억5700만원으로 4억원을 훌쩍 넘는다.
반면 인천·대전·부산·대구는 평균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이 3억원대, 울산·제주·광주는 2억원대, 경남·충남·전북·충북·강원·전남·경북은 1억원대 등이다.
사실상 올해 안심전환대출 대상은 지방 아파트와 수도권 일부 오피스텔, 빌라, 다세대주택 등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요즘 4억원짜리 아파트를 어디서 구하냐", "수도권은 소형 아파트 가격도 4억원이 넘는데 결국 지방 사람만 도와주겠다는 거 아니냐" 등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더군다나 주택 매수는 일종의 '투자'인데 이에 따른 손실(금리)을 국가의 세금으로 보전해주는 것에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한정된 예산으로 지원하려다 보니 대상을 저가 주택으로 잡았는데 이렇게 되면 수도권-지방, 고가주택-저가주택으로 혜택이 나뉘면서 시장에선 일종의 차별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시장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기조였다가 점점 바뀌고 있는듯 하다"며 "빚을 내서 투자했던 사람들은 리스크도 본인이 감당해야 되는데 정부가 이런 부분까지 도와주면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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