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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집을 팔아야 부과되는 무거운 세금

  • 2022.10.21(금) 09:30

[양도세 개편]양도세로 집값이 잡히지 않은 이유

양도소득세를 통해 투기수요를 조절하겠다는 정책이 먹히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관련기사 : ①그 세무사는 왜 양도세를 포기했나

실제로 집값이 뛸 때마다 양도세를 무겁게 매겼지만, 집값이 잡히기는 커녕 더 뛰는 경우가 많았다.

마치 동화 속 태양과 바람의 내기에서 바람이 불수록 외투를 움켜쥐었던 나그네처럼, 세금이 무거워 질수록 집주인들은 집을 내 놓기는 커녕 더 꽉 움켜쥐었다.

팔면 무겁게 매긴다는 건 정말 팔라는 신호일까

전문가들은 가장 큰 이유를 정책의 시행시점에서 찾았다.

국내 양도세분야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안수남 세무사(세무법인다솔 대표)는 "양도세는 다년간 발생한 양도차익에 대해 양도할 때 한 번에 과세하도록 설계돼 있다. 그런데 당장 앞으로 사는 주택부터 규제가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파는 것부터 적용했으니 공급이 나올리가 없었다. 첫단추부터 잘 못 끼워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싼집을 가졌거나 집을 많이 가졌으니 빨리 팔으라는 경고를 하면서 동시에 팔지 못하도록 높은 세금을 매겨 온 것이 지금까지의 양도세 정책의 핵심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누가봐도 이상해 보이지만, 실제로 지금까지 정책 상당수가 그러했다. 개정된 규정은 '정책 발표일 이후' 혹은 '지정된 날짜 이후'에 양도하는 주택부터 적용하도록 했다.

2017년 8.2 부동산 대책으로 발표된 분양권 전매 양도세 강화는 2018년 1월 1일 양도하는 분양권부터 적용됐고, 같은 대책에 포함된 조정대상지역 양도세 중과방안은 유예기간을 거쳐 2018년 4월 1일 양도분부터 시행됐다.

2019년 12월 16일에 발표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에는 1세대1주택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 요건에 거주기간을 추가하는 규제가 담겼는데 당장 보름 뒤인 2020년 1월 1일 양도하는 주택부터 적용됐다.

언제 취득했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파는 시점에 비싼 집이거나 다주택자라면 투기수요로 간주하고 세금을 무겁게 매겼다. 당장 팔아봐야 세금이 너무 크니 집을 내 놓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세금 82.5% 떼이며 판 사람과 버틴 사람

얼마나 무거운 세금으로 경고 했는지를 보면 양도세 정책들이 왜 공급에 영향을 주지 못했는지가 더욱 명확해 진다.

조정대상지역 다주택 중과세율 도입 이후 2주택에는 기본세율에 20%p를 더하고 3주택에는 30%p를 더하도록 했다. 

과세표준이 10억원이 넘는 경우를 예로 들면 2주택은 71.5%(기본세율 45%+중과세 20%+지방소득세 6.5%), 3주택인 경우 무려 82.5%(45%+30%+7.5%)를 양도세로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차명계좌로 금융실명법을 위반한 경우 과징금과 함께 부과하는 징벌적 이자 및 배당소득세가 99%인데 이에 거의 근접한다. 집을 보유했고, 그 집값이 시장에 의해 오른 것인데 범죄수익환수에 가까운 세금을 물리는 것이다.

집값이 올랐으니 세금을 많이 떼더라도 남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보증금이 걸려 있거나 대출을 받은 집이라면 세금이 한 가정에 심각한 경제적 손실도 초래할 수 있다.

더구나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해 양도세 중과와 함께 취득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중과 등 복합적인 압박을 가했다. 주택시장에서 '압살'이라는 표현이 나왔던 이유다.

안수남 세무사는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부동산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이 적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장 다주택 중과세 없이도 기본 최고세율이 49.5%가 적용된다. 중과하지 않으면 봐준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라고 말했다.

양치기 소년은 늘 "안 팔면 큰일난다"고 했다

정책이 시장에서 먹히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신뢰의 상실이다.

아무리 정부가 엄포를 놓더라도 팔지 않고 버티면 또 제도가 바뀌었고, 그제서야 움직이더라도 크게 손해보지 않는다는 것이 오랜기간 학습을 통해 확인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4년에 도입된 다주택 중과세 제도는 정권이 바뀐 2009년부터 적용이 유예됐고, 유예와 유예를 거듭하다 2014년에는 중과제도 자체가 폐지됐다.

6월말까지 팔면 중과세는 면하게 해준다고 했지만 6월말이 되니 연말까지도 봐준다고 말을 바꿨고, 다음에는 1년 더, 2년 더 유예기간이 연장됐다.

한시적으로 적용된 예외규정이 지속적으로 연장되면서 납세자 예측가능성은 크게 떨어졌다. 나아가 다음에 또 연장될 것 혹은 다음에 다시 중과될, 아니면 폐지될 것이라는 확신의 불신을 하기에 이르렀다.

폐지된 지 4년만인 2018년에 양도세 중과가 되살아났지만 집을 파는 사람보다는 버티는 사람들이 더 많았던 이유다. 실제로 2022년 중과는 유예됐고. 2023년에는 폐지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정부를 믿고 유예기간 내에 집을 매각한 납세자들과 그렇지 않은 납세자들간의 과세불공평은 그 어느 정부에서도 해소해주지 못하고 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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