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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잇슈]또 불거진 미분양 매입 논란…비판 여론만

  • 2023.02.14(화) 06:30

미분양 7만 육박…건설업계 "정부, 매입 확대 필요"
"자구 노력 먼저…미분양 매입 정책 효과도 한계"

전국의 미분양 주택 규모가 '위험 수위'를 넘어서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설업계는 정부가 미분양 주택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자칫 건설사들이 줄줄이 부도가 날 경우 향후 공급 기반이 무너지는 것은 물론 우리 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여론은 부정적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건설사들의 자구 노력이 먼저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고 전문가들은 정부가 세금을 들여 미분양 주택을 사들일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책 효과가 크지 않은데 세금만 축낼 수 있는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미분양 급증에 "정부 나서야" 논란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발표한 '12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전월(5만 8027가구)보다 17.4% 늘어난 6만 8107가구를 기록했다. 이는 정부가 미분양 주택 규모 위험선으로 보는 6만 2000가구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특히 최근 들어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여겨진다.

미분양이 급증할 경우 추가 집값 하락과 건설경기 악화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면서 수요가 더욱 위축할 수 있다. 건설사들의 자금줄이 막히는 등으로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이어 건설사 연쇄 부도 등으로 실물 경제에도 타격이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경착륙 신호가 커지자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3일 국토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공공기관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거나 임차해 취약 계층에게 다시 임대하는 방안도 검토해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임대제도를 통해 신축 미분양을 시세 대비 12% 정도 할인된 가격으로 사들였다는 게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커졌고,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부랴부랴 자신의 SNS에 "내 돈이었으면 이 가격에 안 산다"며 "매입 임대 제도 전반에 대해 국민적 눈높이에 맞도록 개선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전국 미분양 주택수 추이. /그래픽=비즈워치.

"자구 노력 먼저…정책 효과도 불확실"

이후에도 정부의 미분양 주택 매입에 관한 논란이 지속하고 있다. 건설사들의 경우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 정부가 먼저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련 기사: 정원주 주건협 회장 "현 분양가 자잿값 미반영…분양가 더 오를수"(1월 31일)

하지만 아직 정부가 세금을 들여가며 건설사를 살릴 만한 수준이 아닌 데다가 정책 효과도 불확실하다는 비판 여론이 크다. 부득이하게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매입가를 크게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미분양이 급증하고 있긴 하지만 건설사가 부도 위기에 몰릴 만큼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건설사들이 분양 가격 할인 등의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원 장관 역시 "미분양 중에도 분양가를 낮추니 바로 판매된 사례들이 있다"며 자구 노력이 먼저라고 강조한 바 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미분양 주택은 기본적으로 건설사들이 먼저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원칙"이라며 "우선 건설사들이 자구책을 마련하도록 하거나 그것도 힘들다면 청산·파산을 유도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책 효과가 크지 않을 거라는 지적도 있다. 최근 미분양이 급증하는 것은 경기침체 우려와 금리 인상 등으로 수요가 크게 위축한 영향이 크기 때문에 차라리 수요를 끌어올리는 방안이 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2007년 9월 당시 노무현 정부가 미분양 아파트 매입 방안을 내놨고 이후 이명박 정권에서도 출범 첫해부터 미분양 주택 매입 시 취득·등록세 감면 등의 대책을 쏟아냈지만 미분양 증가세를 꺾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세금을 들여 6만 8000가구를 다 매입해줄 수도 없는 데다가 미분양이 늘어날 때마다 사들일 수도 없다는 점에서 정책을 지속해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수요자가 미분양 주택을 살 경우 양도세나 취득세를 면제해 주는 등 수요를 끌어올리는 등의 '핀셋 혜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경기 지역 LH 매입임대 연도별 현황. /그래픽=비즈워치.

정부가 경착륙 완화를 위해 부득이하게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더라도 가격을 크게 낮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정부의 미분양 주택 매입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건설사 살리기'라는 의혹을 받지 않으려면 최대 50%까지 할인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경제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경우 지난 9일 기자회견을 통해 LH가 비싼 가격에 주택을 매입하고 있다며 건설원가 수준으로 매입할 수 있도록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주택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감사원의 감사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 공동대표는 "앞으로 미분양 주택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경우 매입을 하더라도 수요가 있는 곳의 매물을 매입하고 가격도 크게 낮춰서 사들여야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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