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살리기'로 불렸던 1·3 부동산 대책이 분양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최대 수혜자였던 둔촌주공은 물론, 비슷한 시기에 분양한 수도권 단지들이 '완판'으로 향하고 있다. 각종 규제에 막혀 청약을 포기했던 실수요자에 투자 수요까지 붙은 분위기다.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했던 단지들도 조금씩 물량이 소화되는 분위기다. 건설사들은 대책에서 예고됐던 규제 완화가 실현되는 대로 분양을 재개할 조짐이다. 다만 매수세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만큼 대규모 공급 대신 미뤘던 물량을 푸는 데 그칠 전망이다.
장위자이·철산자이도 수혜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 성북 장위자이 레디언트(장위4구역 재개발)가 최근 전 가구에 대한 가계약을 완료했다. 지난달 25일 선착순 분양을 시작한 지 약 3주 만이다. 작년 11월 말 모집공고 이후 3개월 만에 완판했다.
경기 광명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철산주공 8·9단지 재건축) 역시 완판에 가까워졌다. 22일 기준 전용 84·114㎡는 모두 가계약을 마무리했고, 전용 59㎡만 일부가 남아 계약률이 95%를 넘어섰다.
정당계약 당시 초기 계약률이 각각 59%에 그쳐 우려하던 것과는 딴판이다. 선착순 분양에 돌입하면 청약 규제는 적용되지 않지만, 분양시장이 워낙 침체한 탓에 계약률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적었다.
분위기가 반전된 건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발표한 업무보고, 일명 1·3대책의 효과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당시 분양 주택의 전매 제한 대폭 완화, 실거주 의무 폐지, 중도금 대출 규제 완화 등의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둔촌주공 살리기'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수도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은 애초 계약률이 30%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지만, 정책 발표 후 진행한 정당계약에서 계약률이 70%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1·3대책은 둔촌주공 때문에 시작된 측면이 있지만, 분양시장 분위기가 바닥에서 반등하는 데 한몫했다"며 "전매 제한이나 취득세 중과 등이 사라지면서 투자 수요가 절반 정도는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분양 털고 분양 본격화할까
시장에서는 1·3대책의 효과가 둔촌주공, 장위자이 등 수도권 인기 단지뿐 아니라 초기 흥행을 실패한 단지까지 퍼져나갈 수 있다고 본다. 본 청약에서 물량 대부분이 미달돼 '할인 분양'을 감행한 안양동안 평촌 센텀퍼스트(덕현지구 재개발)가 대표적이다.
이 단지는 1228가구의 대단지로 지난 1월 1·2순위 청약을 진행했는데 최종 경쟁률이 0.3대 1에 그쳤다. 전용 84㎡ 최고 10억7200만원, 전용 59㎡ 최고 8억800만원 등으로 '고분양가' 논란 끝에 대규모 미달이 발생했다.
조합은 결국 지난 7일 분양가를 10% 할인하기로 했다. 최종 분양가는 전용 59㎡ 7억원대 초반, 전용 84㎡ 9억원대 중반으로 낮아졌다. 작년 3월 분양한 인근 안양역 푸르지오 더샵과 비슷한 수준이다.
박지민 대표는 "규제를 아무리 완화해도 가격이 비싸면 약발이 먹히지 않는데, 10% 할인한 분양가는 입지나 시세와 비교했을 때 무리 없는 수준"이라며 "과거 이 지역 호가가 14억원까지 올랐던 점을 기억하는 수요자라면 충분히 매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분양시장에 온기가 돌면서 수 개월간 멈췄던 공급이 재개될 전망이다. 리얼하우스에 따르면 20일 기준 올해 모집공고를 한 민영 아파트는 10곳으로 총 4331가구다. 작년 같은 기간(2만8364가구)의 15%에 그친다. 서울엔 2월 현재까지 분양을 시작한 단지가 없다.
다만 건설사들은 대규모 공급보단 그간 미뤘던 분양 물량을 해소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거주 의무 폐지 등의 주요 정책이 아직 시행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있고, PF에 대한 부담도 여전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이미 착공한 정비사업장은 더 이상 분양을 미룰 수 없는 측면도 있고, 조합원 물량이 받쳐주니 분양에 나설 수 있는 것"이라며 "PF의 경우 급한 불은 껐다고는 하지만 금리 인상의 불안이 커 택지 사업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