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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명의신탁의 明暗]②부영家의 긴 터널

  • 2013.04.16(화) 11:05

30년전 넘겨준 주식 증여세만 800억원…결국 돌려받아

세금을 합법적으로 덜 내는 것을 절세(節稅), 법망을 어기면서 피하는 것을 탈세(脫稅)라고 한다. 납세의 의무를 가진 국민과 기업들은 모두 절세와 탈세의 경계선상에 서 있다. 최근 국세청의 집중 타깃이 되고 있는 대기업이나 대재산가들의 경우 순간의 선택에 따라 수백억~수천억원의 세금이 왔다갔다 한다.

 

주식 명의신탁은 재산가들이 동원하는 대표적인 세금회피 방식으로 꼽힌다. 내 주식을 남의 이름으로 맡겨 놓으면서 세금을 피하는 전략인데, 이를 둘러싸고 30여년간 전전긍긍 해온 두 그룹의 명암이 엇갈렸다. 2011년 LG는 주식 명의신탁을 의심받았다가 오해를 풀었지만, 부영은 어설픈 세무 전략으로 거액의 세금을 물었다. 무엇이 이들의 운명을 바꿔놓았는지 살펴본다.

 

◇ 눈물젖은 주식 넘겨주기

 

부영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중근 회장은 30여년 전 친인척들에게 회사 주식을 넘겼다가 2007년에야 되찾았다. 이 회장은 800억원이 넘는 증여세를 내고 난 후, 뒤늦게 주식 명의신탁이라고 주장하며 국세청에 세금을 돌려달라는 경정청구를 냈다. 

 

국세청은 이 회장이 스스로 증여계약서를 작성하고 세금을 냈기 때문에 환급해줄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이 회장과 국세청의 갈등은 소송으로 불거졌다.

 

이 회장은 1979년 우진건설산업이 부도 나면서 본인 명의로 금융거래와 사업운영을 할 수 없게 되자 1983년 부영, 1988년 대화도시가스(舊대화에너지)를 인수하면서도 대표이사로 나서지 못했고, 인수한 주식들도 가족 등에게 명의신탁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그의 주식은 동생인 이신근 동광종합토건 회장, 매제 이남형 부영건설 前사장, 동서 관계인 이영권 씨, 계열사 직원 조모 씨 등에게 분산됐고,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부영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이 회장은 주변에 넘긴 주식들을 모두 가져오려고 했지만, 명의신탁을 해지하면 추가 세무조사를 받거나 언론에 공개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주식을 순수하게 증여받는 길을 택했다. 

 

마침 정부 세제개편으로 인해 비상장 주식은 2007년 말까지만 물납이 가능했고, 이 회장은 2008년을 이틀 앞두고 급하게 과세당국에 증여세를 신고했다. 당시 그는 부영 주식 494만3478주(35.31% 지분)와 대화도시가스 주식 8만2600주(45.8% 지분)를 기존 주주들로부터 명의 이전하고, 2008년 3월 834억원의 증여세를 해당 주식으로 국세청에 자진 납부(물납)했다.

 




 

◇ 꿈쩍않는 국세청…그리고 반전

 

국세청은 이 회장이 스스로 증여계약서를 작성하고 세금을 납부했는데, 계약서와 증여세 신고 납부행위 자체를 원인 무효로 보기 어려운 이상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경정 청구를 거부했다. 이 회장은 법무법인 광장을 대리인으로 선정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심판원은 이 회장이 동생과 매제로부터 증여 받은 주식에 대해 명의신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2004년 이 회장과 이남형 전 사장이 비자금 조성과 탈세 혐의로 검찰 조사와 형사 처벌을 받을 당시, 실제 지분 보유사실이 인정됐기 때문에 기존 형사판결을 뒤집기도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다만 이 회장의 동서와 계열사 직원의 주식에 대해서는 이들이 별다른 재산이 없고, 직접 회장에게 주식을 증여한다는 사실 자체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명의신탁을 인정했다.

 

이 회장은 심판원 결정에 만족하지 않고 다시 행정소송을 냈고, 원하는 결과를 얻어냈다. 지난해 서울행정법원은 국세청에 이 회장이 낸 증여세 320억원을 추가로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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