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은 1983년 이중근 회장이 설립한 건설회사지만, 실제 주주 명부에 그가 이름을 올린 시기는 2007년이었다. 24년 동안 이 회장의 친인척들이 부영의 주식을 나눠갖고 있었던 것이다. 부영의 이러한 주식 소유 구조는 훗날 거액의 증여세를 내야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당시 이 회장의 주식을 대신 갖고 있었던 인물은 매제인 이남형 전 부영건설 사장과 동생인 이신근 동광종합토건 회장, 동서 관계인 이영권 씨 등이었다. 그런데 이 회장은 2007년부터 친인척들에게 분산됐던 주식들을 본인 명의로 되찾고 있다. 이런 절차를 거치면서 1000억원대의 증여세를 물어야했지만, 이 회장은 국세청을 상대로 세금을 낼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 친인척 명의로 돌린 부영 주식
부영의 실질적 리더인 이중근 회장이 회사 주식을 소유하지 않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1979년 당시 자신이 경영하던 우진건설산업이 부도났는데, 이후 금융거래와 사업 운영을 하기엔 제약이 따랐던 것이다. 그래서 이 회장은 부영 주식을 친인척들에게 명의신탁하는 대신, 회사의 경영 전반을 챙겼다.
하지만 아무리 주식을 친인척 명의로 넘겼다고 해도 세금을 피할 순 없었다. 이 회장은 2007년 부영 주식 494만3478주(35.32%)를 본인 명의로 돌려놓으면서 이듬해 3월 834억원의 증여세를 국세청에 납부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 회장의 납세 의무는 모두 끝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이 회장의 마음이 바뀌었다. 국세청을 상대로 이미 납부한 증여세 834억원을 돌려달라는 경정 청구를 낸 것이다. 이 회장의 불복 청구는 조세심판원에서 기각됐지만, 이후 서울행정법원은 320억원의 증여세를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이 회장이 친인척에게 맡긴 차명 주식 중 일부는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 국세청의 반격 "가산세 더 내라"
부영에 예상치 못한 세금을 돌려주게 된 국세청은 새로운 과세 논리를 개발했다. 이 회장에 대한 주식변동조사를 실시한 결과, 그가 증여세 신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가산세를 매긴 것이다. 국세청이 부영에 추징한 가산세만 500억원이 넘었다.
부영 측에서는 법무법인 화우를 대리인으로 선정해 다시 국세청을 상대로 불복을 제기했지만, 결정을 뒤집진 못했다. 조세심판원은 "이 회장이 차명으로 주식을 관리하면서 허위로 문서를 작성하고, 부영의 주식 변동 상황도 숨겨왔다"며 "명의신탁 주식 증여세를 의도적으로 회피한 측면이 있어 가산세 부과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 끝까지 싸운다..이번엔 탈세 혐의
부영을 향한 국세청의 반격은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말 부영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통해 법인세 포탈 혐의를 포착한 것이다. 이어 이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촉구했다. 부영과 이 회장에 대한 수사는 21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에 배당됐다. 특수1부는 최근 수영연맹과 태권도협회 등의 비리를 수사한 곳이다.
사정당국에서는 부영에 대한 세금 추징액이 1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영이 최근 5년간 납부한 세금은 400억원대에 불과했다. 과세당국 관계자는 "몇년 전부터 부영그룹과 이 회장의 탈세에 대한 첩보가 끊임없이 제기됐다"며 "이 회장을 둘러싼 주식 명의신탁을 비롯해 해외 자회사를 통한 비자금 조성, 후계자에 대한 증여 문제가 검증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