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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통계]① "증세의 기운이 감싸고 있다"

  • 2013.10.17(목) 11:34

"세금 그만 좀 깎자"…재벌 퍼주기 질타
소득세율 인상 '만만'…부가세는 '덜덜'

박근혜 정부에 대한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국회 각 상임위원회는 지난 14일부터 20일간 새 정부의 국정 운영과 문제점을 종합 점검한다. 때론 돋보기를, 어떨 땐 메스를 들이대기도 한다. 정부와 유관기관, 현안이 걸린 기업 입장에서는 긴장할 수 밖에 없다.
 
여야 의원들도 박근혜 정부 첫 국감에 적잖은 공을 들였다. 부처와 기관을 상대로 현안 관련 자료를 요청해 분석하고, 문제의 원인을 찾고 대안을 제시해야 것은 국민 대의기관으로서의 책무이기도 하다. 그래서 국감기간중에는 평소 부처·기관에서 나오는 통계나 보도자료와는 다른 차원의 자료들이 의원실을 통해 쏟아져 나온다. 피감기관 입장에서는 감추고 싶은 치부나 내부 문제일 때가 많다. 입법부가 국감을 통해 추세적으로 제기한 문제들은 입법화를 통해 행정부의 정책에도 반영된다.
 
언론들은 국감 자료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만 단발 기사나 일회성 폭로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국감 자료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해보고, 입법부가 짚어낸 국정운영의 문제점과 대안이 무엇인지를 비즈니스워치가 인포그래픽을 곁들여 심층적으로 짚어봤다. [편집자]

 

 

인포그래픽 모아보기

 

2009년 가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7차전. 잠실야구장 덕아웃에서 KIA타이거즈 조범현 감독은 선수들에게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우주의 기운이 우리를 감싸고 있다."

 

마치 계룡산 도사같았던 감독의 이야기에 KIA 선수들은 어리둥절했지만 어쨌든 힘을 냈고, 9회말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으로 '야신' 김성근 감독의 SK와이번즈에 역전승을 거뒀다. 치열했던 양팀의 명승부는 느닷없이 나타난 '우주의 기운'으로 승패가 갈렸다. 

 

2013년 가을 국정감사에선 '증세(增稅)'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여야와 정부를 막론하고,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다. '감세(減稅)'가 대세였던 4~5년 전 이명박 정부 초기와는 정반대 양상이다.

 

조세정책을 두고 정치권과 정부가 한 목소리를 내게 된 이유는 '세수 부족' 때문이다. 경기 침체가 기업과 근로자, 자영업자, 부동산 시장 등 경제 전반에 도미노처럼 퍼지면서 세금이 걷히지 않는 것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16일 세종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올해 잡아놓은 추경예산에 비해 약 7조~8조원의 세금이 덜 걷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회의원들도 하나같이 국가 재정건전성에 우려를 표하며, 정부가 세수 확충을 위한 대안을 갖고 있는지 따졌다. 세금을 깎아주고 있는 비과세·감면 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는다는 지적부터 재벌 대기업에 세금을 퍼준다는 문제점까지 폭넓게 꼬집었다.

 

기왕 세금을 인상한다면 기업들이 내는 법인세보다는 근로자와 자영업자가 내는 소득세를 타겟으로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부가가치세율 인상이 세수 확보에는 효과가 크다는 분석도 있지만, 국민적 반발에 대한 우려 속에 군불만 지폈다.

 

◇ '양치기 정부'…"세금 그만 깎는다더니"

 

정권이 바뀌고 해가 넘어가도 정부가 한결같이 강조하는 단골 코멘트가 있다. "조세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비과세·감면 제도를 대폭 정비한다."

 

뒷구멍으로 빠지는 예외 조항들을 막아서 열심히 세금 내는 사람들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자는 이야기다. 이 문구는 국민의 정부 시절부터 매년 세제개편안에 담겼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부가 매년 반복적으로 주장한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정책이라는 의미지만, 한편으로는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는 뜻도 있다. 국회도 정부가 가져온 비과세·감면 정비 법안에는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이었고, 지역구와 이익단체를 위해 세금깎는 조항만 더 만들어냈다.

 

최근 3년을 돌아보면 비과세·감면 정비가 얼마나 어려운지 확연히 나타난다.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일몰도래한 비과세·감면 항목 194개 중 실제 정비된 제도는 39개(20%)에 불과했다. 제도를 만들 당시 없애기로 했던 기한 약속 5건 가운데 1건만 제대로 지킨 셈이다.

 

건수보다 더 심각한 것은 감면 규모다. 같은 기간 일몰도래 항목 194건의 감면액을 합하면 18조4565억원인데, 실제 정비한 39건의 감면 규모는 6181억원(3.3%)에 그쳤다. 3년 동안 사라졌어야 할 세금 예외규정 18조원이 거의 대부분 그대로 남아있는 형국이다. 정부가 올해 주유소 기름값에서 걷어갈 교통에너지환경세(13조원)보다도 5조원이 많다.

 

내년에는 49건의 비과세·감면 제도가 일몰을 맞는다. 연간 1조8000억원이 지원되는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를 포함해 전체 감면 규모만 9조원에 달한다. 정부가 매년 뒤집어써 온 '양치기' 오명을 벗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 "세금 퍼준 곳은 10대 재벌 대기업"

 

국가 세금의 밑빠진 독에는 관이 연결돼 있었는데, 따라가보니 대기업들로 통하고 있었다. 그것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쉽게 말해 재벌 대기업들이 대부분이었다. 

 

기업을 상대로 한 예외 규정들이 하도 많다보니, 이익을 많이 내는 대기업들은 더 큰 세금 혜택을 받았다. 민주당 설훈 의원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상위 10대 재벌기업들이 공제·감면 받은 법인세는 10조601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재벌 대기업이 5년간 깎은 세금은 정부의 한해 관세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고, 상속증여세(4조7000억원)와 증권거래세(4조5000억원)를 합쳐도 1조원 넘게 남는다.

 

지난해 46만개 법인에 대한 공제·감면액이 6조9614억원이었는데, 51%에 달하는 3조5376억원의 세제혜택이 55개 재벌기업집단에 소속된 1521개 대기업에게 돌아갔다. 전체 법인 중 0.3%에 불과한 재벌 대기업에게 감면의 절반이 돌아간 것이다.

 

한번 깎아준 세금은 되돌리기도 어렵고, 특히 기업의 경우에는 세수 감소 효과도 길게 나타난다. 민주당 정성호 의원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초기에 실시한 법인세율 인하 정책은 2013년부터 2017년에 걸쳐 21조6000억원의 법인세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추산됐다.

 

◇ "올린다면 법인세보다 소득세"

 

깎아주는 세금을 정비한다는 이야기는 새 정부가 출범 이후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하는 사안이다. 지난 8월 기재부는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비과세·감면 제도 44개 중 77%인 34개를 일몰 종료하거나 축소하기로 했다. 어차피 비과세·감면 정비는 국회의 통과를 기다려야 한다.

 

세수 부족이 확실한 상황에서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주요 세목의 증세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들 '빅3' 세목은 전체 국세수입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세율을 조금만 올려도 세수 효과가 크다. 그중에도 외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세금을 덜 내고 있는 세목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김광림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법인세 부담률은 2010년 기준 20.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5번째로 높고, 중국(18.2%)과 일본(16.3%), 싱가폴(13.1%) 등 아시아 주요국가들보다 높은 수준이다.

 

반면 소득세 부담률은 3.5%로 OECD 평균 8.4% 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세부담이 외국에 비해 낮다는 점 때문에 소득세 쪽에 증세의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 의원은 "증세 논의는 법인세보다는 소득세 중심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부가가치세율 인상이 특효인데"

 

부가가치세도 세율 수준은 외국보다 낮은 편이다. 스웨덴과 덴마크의 부가세율은 25%에 육박하고, 프랑스는 19.7%, 독일은 19%, OECD 평균 세율은 18.7%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부가세율은 1970년대 후반 법 제정 이래 줄곧 10%로 유지되고 있다.

 

세율은 세수와 깊은 연관이 있다. 새누리당 강길부 의원에 따르면 부가세율을 1%p 인상하면 5조6000억원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부가세 수입 55조6676억원을 기준으로 약 10%의 세수 증가를 계산한 것이다.

 

같은 방식으로 세율을 2%p 올리면 11조1000억원의 세수를 더 걷을 수 있다. 기재부나 국회 입장에서는 부가가치세법 개정안에 '세율 인상' 문구 한 줄 넣으면 손쉽게 세수 확보를 꾀할 수 있지만, 거센 조세저항을 막아낼 자신이 없어 보인다.

 

이날 기재부 국정감사에서도 현 부총리는 부가세율 고수 원칙을 확고히 했다. 그는 민주당 문재인 의원의 질의에 대해 "민간 연구원에서 논의할 수 있겠지만, 정부 차원에서는 부가세율 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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