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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法 논란] ①15년 읊은 공염불

  • 2014.02.06(목) 16:59

1999년 재경부 국세공무원법…정부 이견으로 무산
2007년 국세청장 임기제 추진…논의 못하고 자동 폐기

국세청에 법(法)을 입히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월 임시국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제출한 국세청법안 두 건을 본격적으로 심사할 예정이다.

 

국세청법은 세무조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관행을 끊기 위함이지만, 15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군불만 때고 있다. 현재 국세청을 둘러싼 분위기가 과거에 비해 얼마나 달라졌는지 짚어보고, 국세청법이 가져올 파장을 조명한다. [편집자]

 


'국세청'이라는 키워드가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경우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국세청장이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고개를 숙이는 '주연' 버전, 유명 대기업이나 재벌가를 세무조사하는 '조연' 버전이다.

 

지난해만 보더라도 전직 국세청장과 차장이 CJ그룹과의 금품수수로 구속됐고, 효성과 롯데는 강도 높은 국세청의 심층 세무조사로 곤욕을 치렀다. 국세청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추락했고, 세무조사에는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국세청법이다. 국세청의 비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서는 별도의 법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국세청법은 1999년부터 꾸준히 추진됐지만,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여전히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 '사기앙양' 국세공무원법

 

"조직의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사기 앙양을 도모하기 위하여 5급 15년, 4급 13년, 3급 5년, 2급 4년의 계급 정년을 도입한다."

 

1999년 재정경제부(現 기획재정부)가 만든 국세공무원법의 일부 내용이다. 당시에는 국세청 공무원과 재경부 세제실, 국세심판소(現 조세심판원) 공무원들을 국세공무원으로 포괄해 법으로 규정했다. 만약 국세공무원이 정치활동이나 집단행위를 하면 일반 공무원보다 벌칙을 무겁게 하고, 직무상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1/3까지 가중 처벌하도록 정했다.

 

당시에는 1997년 대선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모은 '세풍(稅風)' 사건 이후로 국세청에 대한 개혁 요구가 거센 상황이었다.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였지만, 정부는 생뚱맞은 '사기 앙양' 대책만 늘어놓다가 역풍을 맞았다.

 

재경부는 국세공무원들의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 1인당 월 30만~50만원의 국세 수당을 별도로 지급하는 시행령 개정안까지 만들어놓은 상태였다. 15년 전의 국세공무원법은 '밥그릇 챙기기' 논란이 가중되면서 정부 부처 내에서도 이견이 극심했고, 국회에 제출해보지도 못하고 스스로 철회했다.

▲ 출처: 국가기록원

 

◇ 'MB 공약' 국세청법

 

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07년 7월에는 국세청장의 임기를 명시한 '국세청법안'이 등장했다.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現 새누리당)의 엄호성 의원이 발의했고, 이명박 후보의 대선 공약으로도 활용했다.

 

국세청장을 1급 국세공무원 중에서 선발하고, 임기는 2년 단임으로 못박았다. 검찰총장이나 경찰청장과 같은 임기를 보장해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국세행정에 임할 수 있도록 했다. 국세공무원의 보수를 대통령령에 별도로 규정하고, 인사상의 특례 조항도 넣었다.

 

그러나 국세청 외부 인력의 진입을 막는다는 지적이 있었고,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세무공무원들(세제실, 관세, 지방세 등)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는 등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그해 11월 전군표 국세청장이 부하직원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 국세청의 쇄신이 필요했지만, 단편적인 국세청법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국회에서도 대선 정국 속에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하지 못했고, 2008년 5월 17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자동으로 폐기 처분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도 미국식 외부감독위원회 설치와 지방국세청 폐지 등 국세청 개혁을 추진하고 대학교수였던 백용호 청장도 기용해봤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국세청 고위직 비리는 여전했고, 전(前) 정권에 대한 정치적 세무조사 의혹만 끊임없이 낳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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