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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최초 주택의 '엇갈린 세금'

  • 2014.07.22(화) 08:19

혼인신고 60일 넘긴 신혼부부 취득세 면제 불발
부모 봉양 세대주 '孝心'에는 세금 감면 적용

지난해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고 취득세를 면제받은 사람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법 테두리를 살짝 벗어난 사람들은 여지없이 세금 감면의 권리를 박탈 당했지만, 애매한 규정은 납세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돼 세부담을 덜어준 케이스들이 나타나고 있다.  

 

22일 조세심판원에 따르면 최근 생애최초 주택 취득으로 취득세 면제를 신청했다가 과세관청으로부터 '퇴짜'를 맞은 납세자들의 심판청구 결정이 쏟아지고 있다. 생애최초 주택에 대한 취득세 감면 규정은 지난해 4월1일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시점부터 12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됐다.

 

취득세 면제 요건은 세대별 합산 소득이 7000만원 이하인 20세~35세의 무주택 세대주가 6억원 이하 주택을 생애 최초로 구입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만약 세대원이라도 주택을 취득한 후 60일 이내에 혼인신고 후 새로운 세대를 구성했다면 취득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생애최초 취득세 면제를 받은 신혼부부들 가운데 혼인신고 기한을 '단 하루'라도 넘긴 경우에는 도로 세금을 토해내야 했다. 반면 부모님과 함께 살다가 '내집 마련의 꿈'을 실천한 효자(孝子)에겐 세금 감면의 예외가 적용됐다.

 

 

◇ "하루도 못 봐줘"

 

혼인신고의 마감 시한을 지키지 못한 신혼부부들은 취득세 면제 혜택을 눈 앞에서 날렸다. 예비신랑이었던 A씨는 지난해 8월14일 주택을 구입한 후 생애최초 주택 취득에 대한 취득세 감면을 신청해 세금 면제 혜택을 받았다. 주택 가격(6억원 이하)의 1%에 해당하는 취득세를 절감하며 '4.1 부동산대책'의 혜택을 톡톡히 봤다.

 

그러나 구청에서는 석달 후 A씨에게 취득세 면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알려왔다. 주택을 취득한 후 60일 내에 혼인신고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A씨는 9월7일(24일 경과)에 결혼식을 올렸지만, 혼인신고는 11월4일(82일 경과)에 하면서 법적으로 규정된 '취득 후 60일 이내 신고'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A씨는 청첩장까지 꺼내 보이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당국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지난 1월 구청에 경정청구를 제기했다가 거부당했고, 조세심판원도 지난 달 "과세 처분에 잘못이 없다"고 결정했다.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혼인관계증명서에서 확인되는 내용 외에는 적용할 여지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하루 차이로 취득세 면제가 취소된 경우도 있었다. B씨는 지난해 5월10일 주택을 취득하고 15일 후 결혼식을 올렸지만, 구청에는 7월10일에 혼인신고를 했다. 정확하게 61일이 지난 시점이었지만, 법 적용에는 에누리가 없었다.

 

지난해 9월29일 결혼한 C씨는 식을 올린 후 60일 이내에만 혼인신고하면 취득세를 면제받는 줄 알았다고 읍소했다. 그러나 과세당국은 C씨가 엄연히 8월26일에 주택을 취득하고, 60일이 지난 11월18일에야 혼인신고를 했다는 사실만 적용했다. 혼인신고가 불과 하루 늦었다거나, 납세자가 몰랐다고 봐줄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 "효도는 좀 봐줘"

 

생애최초 주택에 대해 냉정한 시선을 유지하던 심판당국도 '효심(孝心) 앞에서는 융통성을 발휘했다. D씨는 지난해 11월19일 구입한 주택에 취득세를 납부한 후, 뒤늦게 생애최초 주택에 세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구청에 경정 청구를 냈다.

 

해당 구청은 D씨가 세대주로서 1년 이상 부모와 동거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며, 경정 청구를 묵살했다. 부모와 함께 살던 D씨는 2012년 11월 이전부터 세대원으로 동일 세대를 구성했고, 주택을 구입하기 두 달 전에 세대주로 등재했다.

 

부모와 동거하는 자녀가 생애최초 주택을 면제받기 위해 반드시 1년간 세대주 자격을 유지해야 하는지 여부를 놓고, 구청과 D씨가 팽팽하게 맞섰다. 심판원은 취득세 면제 법안의 입법 취지가 부모를 1년 이상 부양하는 것이며, 세대주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심판원은 "부모 부양 여부는 주민등록표상 동거 여부만 확인하면 될 것이지, 세대주와 부양 여부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며 "세대주 요건이 감면 대상을 지나치게 제한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과세당국의 처분은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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