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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대란]③증세와 타협하기

  • 2014.11.13(목) 13:18

세수부족 돌파구로 '법인세 인상' 선택
정부는 담배세금 올리다 '서민증세' 역풍

국회와 정부 입장에서 세금을 깎아주자는 얘기는 쉽다. 유권자의 호감은 물론이고, 수혜 계층의 암묵적인 지지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반면 세금 부담을 늘리는 법안은 적잖은 용기를 내야한다. 극심한 반대 여론에 시달리다가 이미지만 추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냥 세금만 덜 걷었다간 나라 살림이 거덜 날 수도 있다. 올해는 사상 초유의 3년 연속 '세수 부족(예산보다 세수가 적게 들어오는 현상)'을 눈앞에 둔 터라 더 이상 감세만 고집할 수 없는 분위기다. 최근 국회와 정부도 조심스럽게 증세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 세금 올려도 될까요

 

지난 9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세법 개정안에는 기업 유보금을 가계로 돌리기 위한 '기업소득 환류세제'와 담배 개별소비세 신설 등 굵직한 증세 방안이 담겨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경제사령탑을 맡으면서 야심차게 내놓은 '초이노믹스'의 핵심이었는데, 담뱃값 인상때문에 서민증세 논란으로 불똥이 튀었다. 기획재정부는 증세가 아니라고 하지만, 기업과 흡연자의 세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증세를 향한 여야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에서는 5년 전 이명박 정부 시절 시행한 법인세율 인하(25%→22%) 조치를 원점(22%)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괜한 세법 개정으로 서민부담만 늘리지 말고, 대기업들에게 깎아준 법인세부터 다시 돌려받으라는 얘기다.

 

반면 여당은 증세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 상정된 세법개정안 중에 새누리당이 내놓은 증세 법안은 단 한 건에 불과했다. 기획재정위원장인 새누리당 정희수 위원이 제출한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으로 미성년자에게 증여한 주식을 별도로 과세하자는 내용이다. 그외 세금 부담을 늘리는 법안은 모두 야당과 정부의 몫이었다.

 

◇ 법인세 '다 돌려놔'

 

연말 국회의 최대 화두는 법인세율 인상이 될 전망이다. 현재 과세표준 200억원 초과 기업에 22%가 적용되고 있는데, 이명박 정부가 세율을 내리기 전인 25% 수준으로 다시 올리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더욱 강력한 법안도 나와있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과세표준 1000억원 초과 기업에 30%의 법인세율을 매기자는 주장이고,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도 법인세 최고세율을 30%로 인상하자는 법안을 제출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낙연 의원은 과세표준 500억원 초과 기업에 25%의 법인세율을 적용하자는 '중재안'을 냈다.

 

정부가 꺼낸 '기업소득 환류세제'도 야당에서는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 야당 국회의원들은 저마다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에 대해 추가 법인세를 물리는 계산 방식을 따로 만들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 의원은 적정 사내유보금 초과금액에 법인세를 부과하고, 같은 당 최재성 의원은 사내유보금 증가율이 배당과 임금 증가율보다 높은 경우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방안을 내놨다. 박원석 의원은 사내유보금 증가 기업에 법인세 10%를 추가로 매기기로 했다.

 

▲ 가장 활발한 증세를 추진하고 있는 정의당 박원석 의원. /이명근 기자 qwe123@

 

◇ 소득세도 '부자 증세'

 

부자에게 쏠린 소득세 감세 혜택을 빼앗아야 한다는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최재성 의원은 소득세 최고세율을 38%에서 42%(과세표준 3억원 초과)로 인상하고, 박원석 의원은 40%(과세표준 1억2000만원 초과)로 올리는 법안을 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의원은 총급여 1억2000만원이 넘는 고소득 직장인이 근로소득공제를 1650만원까지만 받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연봉이 높은 근로자일수록 늘어나는 '무한대 공제' 혜택을 끊어버리자는 취지다. 박원석 의원은 아예 총급여 4500만원 초과 직장인에게 주는 5%의 근로소득공제를 삭제하는 법안도 냈다.

 

할아버지의 손주 사랑에 대해서는 여야의 시각이 달랐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관영 의원은 최근 조부모가 손주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세대생략 증여에 대해 할증 과세율을 30%에서 50%로 높이는 법안을 냈다. 반대로 새누리당 류성걸 의원은 지난 9월 조부모가 손자녀에게 교육비를 증여하는 경우, 1억원까지 증여세를 비과세하는 법안을 제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20일 만에 철회했다.

 

다양한 분야의 증세 법안도 쏟아졌다.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은 파생상품 양도소득세 과세를 비롯해 부동산 임대소득 과세와 접대비 실명제 부활, 경마장 장외발매소 입장료 개별소비세 인상 법안을 각각 제출했다. 당장 눈앞의 세수 확보가 아닌, 일부 계층이 혜택을 누리고 있는 비정상적 세금을 제 자리로 돌려놓는 시도로 관심을 끌고 있다.

 

◇ 정부는 '서민 증세'

 

야당이 추진한 증세 방안은 대부분 고소득층이나 대기업을 겨냥하고 있다. 반면 정부가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내놓은 담배세금 인상 법안은 불특정 다수의 흡연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서민들이 애용하는 품목이라는 점에서 여론의 역풍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로 서민의 세부담 증가는 현실이 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조세지출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국민생활안정을 위한 세제 지원은 9조4475억원으로 올해보다 1조원 가량 감소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감면 규모도 올해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증세를 놓고 여야와 정부가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는 만큼, 연말 국회의 협상 테이블에서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만약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시간에 쫓기면 각각 내밀고 있는 핵심 카드를 교환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반대하는 야당의 '법인세율 인상'을 통과시키는 대신, 정부의 '담배세금 인상'도 야당에서 받아주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여당에서도 대기업의 불만이 많은 기업환류세제를 손질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다. 국민의 세금을 볼모로 여야가 어떤 카드로 타협을 시도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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