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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가 물고 국세청이 뜯었지만…

  • 2015.07.28(화) 08:21

[M&A와 세금]④OCI 분할 과세, 1심 법원서는 잇따라 패소
조세심판원과 법원의 다른 해석..2심은 달라질까

기업이 뭉칠 때에만 세금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흩어질 때에도 세금은 어김없이 따라다닌다. 분할이나 합병이나 어느 한쪽에서는 자산을 양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분할은 유망한 사업분야를 독립시켜서 기업 경쟁력을 키워보겠다는 긍정적 의도와는 별개로, 사업 분할을 통해 부채를 털어내고 세금을 탕감하거나 부동산 등 자산을 세금 없이 떼어 줄 수 있다는 부정적인 유혹이 공존한다. 탈세의 유혹이 도사리고 앉았을 때가 많다는 얘기다.

 

때문에 세법은 세제혜택을 통해 기업 구조조정 자체를 지원하되 특정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그 혜택을 주는 이중구조를 갖고 있다. 적격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세제혜택이 있다고 하여 '적격분할', '적격합병'이라고 부른다.

 

물론 요건을 못 갖춘 경우도 분할이나 합병이 법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세금혜택을 받지 못할 뿐이다. 적격요건을 갖추지 않고 있으면서도 세금을 내기 않기 위해 적격한 것으로 세무회계 처리하는 경우, 혹은 과세당국에 그렇게 보일 경우 세금분쟁은 시작된다.

 

 

# OCI에서 떨어져 나온 DCRE..'세금 덩어리'가 되다

 

최근 분할 과세 문제를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기업은 OCI(옛 동양제철화학)다. OCI는 2008년 화학제품 제조 및 판매 부문을 떼어 DCRE를 설립했는데, 이 물적분할의 과정이 세법상 적격분할이 아니었다고 판단한 지방자치단체와 국세청이 잇따라 거액의 세금을 추징했다.

 

먼저 불을 붙인 곳은 인천광역시다. DCRE의 소재지인 인천시는 2012년 1월 감사결과 DCRE가 부적격 분할을 했음에도 취득세와 등록세 등을 감면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가산금을 포함해 무려 1700억원을 과세했다.

 

여기에 국세청이 나서면서 판은 더 커졌다. 기업의 분할이 적격일 경우 법인세법에 따라 국세인 법인세를 감면받고 거기에 따라 지방세를 감면받기 때문에 부적격 분할이라면 지방세는 물론 깎아준 법인세부터 돌려받아야 한다는 것. 국세청은 모기업인 OCI에 3000억원이 넘는 세금을 부과했다.

 

지자체가 포착한 세원에 국세청이 숟가락을 얹은 격이다. 그러나 이것이 실제 세금으로 걷힐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도합 4700억원대의 세금을 갑자기 부담하게 된 OCI는 즉각 불복절차를 밟았고, 법률 전문가들의 판단은 엇갈리고 있다. 조세심판원에서는 과세 관청의 손을 들어줬지만, 1심 법원에서는 OCI가 승소했다.

 

# '적격분할'일까

 

적격분할이라는 판단을 받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세가지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분리해서 사업이 가능해야 하고, 분할 사업의 자산 및 부채가 포괄적으로 승계돼야 하며, 분할 법인 등에 의해서만 출자해서 분할해야 한다.

 

특히 자산과 부채가 함께 포괄적으로 승계됐는지 여부는 분할과세에서 민감하게 다뤄진다. 특정 사업을 떼어 낼 때 그 사업때문에 지게 된 빚도 함께 떼내어 줘야 공정한 사업분할이 된다는 의미다. OCI에서 떨어져 나온 DCRE 역시 OCI에 부채를 남기고 떨어져 나왔느냐가 쟁송과정에서 쟁점으로 부각됐다.

 

실제로 DCRE는 OCI의 여러 공장 중 인천공장만을 분할해 설립한 법인인데, 다른 모든 생산설비 자산이 모두 승계됐지만, 승계받은 공장에 쌓여 있던 폐석회 처리관련 부채는 승계하지 않았다. 이에 OCI나 DCRE측은 승계대상이 아닌 부채라고 주장하고 있고, 인천시나 국세청은 반대의 입장에서 과세했다.

 

결국 '사업을 분할한다'는 표현의 해석 차이가 판단의 차이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조세심판원은 사업의 분할이 장소의 개념이 아닌 법인 전체 사업단위의 분할을 의미한다며 동일 사업부문의 사업장 중 일부만 이전받은 DCRE는 적격분할이 아니라고 봤다. 반면 1심 법원은 사업부문이 아닌 사업장별 분할이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DCRE와 인천시, OCI와 국세청의 싸움은 서로 따로 진행되고 있지만 시기와 내용측면에서 상당히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조세심판원의 결정시기도 흡사한데다 1심 재판 결과도 10여일 간격으로 잇따라 나왔다. 두 사건 모두 2심재판이 진행중이다.

 

 

# 쏟아지는 기업 분할..세금전쟁 계속된다

 

기업 분할제도는 국내에는 IMF 금융지원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1998년 12월 상법을 개정하면서 처음 도입됐다.

 

현재는 구조조정 외에 유망한 사업부나 모기업과는 사업 내용이 다른사업부를 독립시켜 주력사업으로 육성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합병과 함께 기업들의 중요한 경영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대기업 그룹의 사업재편 과정에서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그룹 재편과정이 마무리 단계에 있는 삼성그룹의 경우 제일모직이 이미 에버랜드 시절에 급식·식자재부문을 떼 웰스토리로 분사해 사업재편과 지배구조에 힘을 실었고, SK그룹은 SK C&C와 SK의 합병발표 이후에도 지배구조를 확고히 하기 위한 SK텔레콤 분할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쏟아지는 기업분할 만큼 분쟁도 늘어날 전망이다. OCI의 사례에서 보듯 분할에 대한 법해석이 엇갈릴 정도로 세법체계가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업분할세제를 연구중인 한국지방세연구원의 마정화 연구위원은 "적격분할요건 등 반복적으로 법리판단에 문제가 되는 요소는 보다 명확하게 규정을 마련해 소모적인 분쟁을 예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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