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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와 세금]⑤넘쳐나는 세무조사 표적들

  • 2015.07.29(수) 08:21

삼성물산, SK C&C 등 대기업 그룹별 M&A 쏟아져
세법체계는 여전히 불안정...합병→조사→소송 공식화
원샷법과 세제개편 통해 M&A지원 늘어날 듯

국세청이 기업의 인수합병(M&A)과 분할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하나다. 거대자본이 오가는 과정에서 세법을 어기거나 교묘하게 악용한 기업 일탈행위의 발생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움직이는 자본의 규모만큼이나 추징할 수 있는 세액이 크다는 점도 국세청의 관심을 높인다. 국민은행의 합병이나 OCI의 분할사례를 돌아보면 수천억원의 세금은 이제 전혀 낯설지 않다. M&A는 세수부족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세무당국의 입장에선 좋은 사냥감이다.

 

 

# 위기극복, 지배구조 개편 등 기업들 M&A 시장 커져

 

표적의 수는 최근 들어 크게 늘고 있다. 경제위기와 장기불황을 맞은 기업들이 안되는 사업을 팔아치우고, 잘 되는 사업은 여기저기서 사들여 집중하는 체질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삼성이나 현대차, SK 등 재벌 그룹에서는 총수일가의 승계문제까지 겹치면서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기업 쪼개기와 합치기가 반복되고 있다.

 

삼성그룹 한 곳만 보더라도 사업재편과 지배구조 개편과정이 합병과 분할 매각 등이 총집합한 하나의 M&A 종합세트다. 삼성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에버랜드는 2013년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을 인수한 후 건물관리사업을 에스원에, 급식·식자재 사업은 웰스토리에 떼어줬고, 제일모직으로 이름을 바꾼 후 최근에는 그룹의 시초인 삼성물산과 합병에 성공했다.

 

이밖에 삼성SDS와 삼성SNS, 삼성SDI와 제일모직이 각각 합병했고, 지난 연말에는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 등 방위산업과 화학산업 4개사를 한화그룹에 통째로 매각했다. 이와중에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처럼 합병을 계획했다가 실패한 사례도 남겼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2010년 이후 5년 간 국내 30대 그룹의 국내외 M&A 건수는 203건에 달하고 계약체결기준으로 본 M&A 규모는 29조1900억원에 이른다. CJ그룹은 이 기간 중 온미디어와 대한통운 등 무려 36개 기업을 인수했고, 롯데도 하이마트 등 16개 기업을 사들였다.

 

대기업그룹의 적극적인 가세로 M&A는 그 규모도 거대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1년 현대건설을 4조9600억원에 흡수합병하면서 단일 계약건으로는 가장 큰 M&A사례를 남겼다. 포스코는 3조3720억원에 대우인터내셔널을 사들였고, 현대중공업과 현대오일뱅크의 합병도 2조8930억원짜리 계약이다. 2조원 규모의 삼성그룹과 한화그룹간의 '빅딜'은 이름 그대로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서로 다른 대기업그룹간에 이뤄진 대형 M&A로 기록됐다.

 

이밖에 상반기 중에는 한국타이어가 한라비스테온공조(3조8854억원)를 인수하고, 롯데가 KT렌탈(1조200억원)을 사들였다. 가장 최근으로는 하림이 법정관리중이던 팬오션을 1조79억원에 인수했으며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도 지난 1일 완료됐다.

 

SK그룹에서는 SK C&C와 SK의 합병이 확정됐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도 해외 헤지펀드까지 개입하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지난 17일에 성사됐다.

 

# M&A명단은 곧 세무조사 대기명단

 

M&A가 성사되면 국세청이 무조건 그 자금의 흐름을 들여다 본다고 봐야 한다. M&A만을 확인하기 위해 특별세무조사를 나갈 수도 있고 그게 아니면 정기세무조사에서 M&A 관련 자료까지 함께 들여다 본다.

 

대형 회계법인에서 M&A 자문을 오랫동안 진행했던 한 회계사는 "국세청이 통상 5년 단위로 정기세무조사를 하는데 조사대상 기간 중에 M&A가 있었다면 당연히 그 부분의 자금흐름도 확인하게 되고 때에 따라 조사 기간을 확장해 별도의 추가 세무조사를 진행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M&A 이후 기업의 세무조사와 세금추징은 사실상 공식화돼 있다. 현대건설은 2011년 현대자동차그룹에 인수된 후 2012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특별세무조사를 받았고, 16개 기업을 사들이며 M&A에 적극적이던 롯데그룹은 2013년 그룹 계열사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세무조사를 받았다. <관련기사 : 뭉치면 달려드는 세무조사>

 

5년 단위의 정기세무조사 기간을 감안하면 최근 5년 내에 발생했던 M&A는 모두 세무조사 대상이라고 봐야 한다. 동부하이텍은 2007년에 합병했지만 2012년 세무조사에서 합병관련 세금을 추징당하기도 했다.

 

 

# M&A=세무조사!, M&A=세금?

 

그러나 세무조사를 받는다고 해서 무조건 거액 세금을 추징당하는 것은 아니다. 표적은 될 수 있지만 모두가 국세청의 화살을 맞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과세전 적부심에서 뒤집힐 수도 있고, 조세심판청구를 해서 납세자의 의견이 수용될 수도 있다. 안되면 일단 세금을 내고, 대법원까지 가는 재판을 걸어 낸 세금을 돌려받을 수도 있다. M&A가 매번 새롭고 다양하게 발생하는데 반해 세법체계는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법미비로 인해 기업이 승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국민은행은 국민카드와의 합병이후 추징된 4000억원대 세금을 대법원까지 가는 쟁송끝에 돌려받았고, 서울은행과 합병한 하나은행은 1조7000억원의 천문학적 세금을 과세전 적부심에서 국세청 스스로 뒤집게 만들었다. 인천시와 국세청이 합심하는 바람에 4700억원의 세금을 물게된 OCI도 최근 1심 법원에서 승소했다. <관련기사 : 인천시가 물고 국세청이 뜯었지만...>

 

이들 대형 M&A 과세사례의 법리다툼에서 밀린 과세당국은 곧장 법령 개정을 진행했다. 국민은행이 활용한 대손충당금 손금산입규정이나 하나은행을 세금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한 역합병 이월결손금 공제제도는 모두 제2의 국민은행, 제2의 하나은행이 나타나지 않도록 깐깐하게 정비됐다. 현재 진행형인 OCI사례에서도 1심 법원에서 패소한 이후 세법전문가들 사이에서 적격분할에 대한 규정정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 규제보다는 지원 필요성..'원샷법'에 세제개편도 대기중

 

특정 기업이나 특정 사안에 대한 '규제'의 대응보다는 차제에 M&A 자체를 수월하게 해줘야 한다는 '지원'의 입법활동도 진행중이다.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9일 국회에 제출한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제정안'은 기업이 사업재편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세제와 금융혜택을 패키지로 제공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이른바 '원샷법'으로 불리는데, M&A에 대한 세제지원책도 담겼다. 외형상 의원입법이지만 법안 처리를 신속히 하기 위해 정부가 우회입법하는 형태여서 통과가능성이 높다.

 

8월초로 예정된 정부의 올해 세제개편안에도 M&A관련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크다. 이미 2010년에 한차례 대규모로 기업구조조정 세제를 개편했지만, 5년 사이 달라진 기업환경에 맞추고, 추가경정예산안 등 경기부양책에도 부응하는 보완적인 입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전해영 선임연구원은 "M&A는 기업 및 산업성장을 촉진하고 효율성을 제고하는 효과가 있어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 정부는 국부펀드와 국민연금 등을 활용해 국내 기업 M&A를 적극 지원하는 한편, 세제와 금융지원을 통해 M&A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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