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 월드타워점의 면세점 특허 재취득에 실패한 롯데가 삼성동 코엑스면세점의 월드타워점 이전을 유력한 대안으로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측면에서 걸림돌이 적지 않다. 제도적 절차의 문제와 함께 정황상, 또는 정무적 관점에서 이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 홍보관 모습.(사진=이명근 기자) |
# 면적만 달라도 승인 필요한데 거리도 멀어 '신규특허' 수준
우선 코엑스점과 월드타워점이 전혀 다른 입지의 면세점이라는 것부터 걸린다. 월드타워점은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에 있고, 코엑스점은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다. 직선거리로만 5km나 떨어져 있다. 매장의 크기도 다르다. 월드타워점은 1만990㎡로 코엑스점(5827㎡)의 두 배에 달한다.
현행 관세법 시행령은 면세점 등 특허보세구역의 수용능력을 늘리거나 줄일 때, 운영시설을 증축하거나 보수(수선)할 때에는 세관장으로부터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코엑스점은 현재의 위치에서 현재 넓이의 매장을 기준으로 특허를 취득했다. 전혀 다른 위치와 다른 넓이의 매장으로의 이전은 사실상 신규특허나 다름 없다는 점이 롯데가 풀어야 할 난제다.
# 특혜논란의 잠실점 이전 경력
롯데도 제도적 측면의 문제를 모르는 것이 아니다. 이홍균 롯데면세점 대표가 16일 코엑스점의 이전 문제에 대해 “아직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코엑스점의 이전이 롯데의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꼽히는 것은 롯데가 이미 면세점 확장 이전의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지난해 5월 롯데백화점 잠실점 10층에 있는 면세점을 제2롯데월드 건축에 맞춰 확장 이전한 바 있다. 월드타워점이 탄생한 배경이다.
그러나 롯데의 이전 경험은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효과가 더 클 수 있다. 당시 롯데면세점 잠실점의 확장 이전은 전례를 찾을 수 없는 특혜성 이전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과거 동일한 매장에서 면적을 확장한 경우는 있었지만 확장도 하고 장소도 다른 곳으로 이전한 경우는 국내 면세점 역사에서 월드타워점이 첫 사례다.
당시 관세청 서울세관장의 면세점 사전승인 일정이 서울시의 제2롯데월드 사용승인 일정과 맞지 않은 점도 문제였다. 서울세관은 서울시가 사용승인을 해주기도 전에 면세점부터 영업이 가능하다고 승인해줘 국정감사에서도 특혜라는 지적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롯데 코엑스점의 월드타워점 이전은 동일한 곳에 또 특혜를 달라는 요구다. 관세청의 입장에서 특혜 논란은 상당히 부담스럽다. 관세청은 이미 7월 신규면세점 특허심사 과정에서 관세청장이 업체 임원을 사적으로 만나는 등의 문제로 비판을 받고 잔뜩 움츠린 상황이다.
# 탈락시킨 입지로의 이전은 특허심사결과 부정하는 격
지난 14일 있었던 특허심사에서 롯데의 월드타워점이 탈락한 것도 부정적이다. 관세청은 민간위원 9명, 정부위원 5명 등 14명의 심사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1박2일간의 일정으로 심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올 연말 특허가 만료되는 월드타워점의 특허를 다시 부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월드타워점의 특허는 동대문시장의 두산타워를 입지로 내세운 두산이 가져갔다.
롯데가 월드타워점을 또 고집하는 것은 관세청과 특허심사위원회의 심사결과를 부정하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관세청도 월드타워점보다는 두산이 내놓은 두타의 입지가 더 낫다는 평가를 해놓고, 다시 월드타워점으로 면세점을 옮기는 것을 찬성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평가가 상대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코엑스점과 월드타워점에 대한 새로운 심사평가가 진행돼야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면세점 확장이전에 대해서는 세관장의 추가적인 승인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아직 롯데측에서 요청이 전달되지는 않았다. 요청이 오면 고민해야할 부분이지만 법률과 규정에 따라 엄격하게 심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