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세금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1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세 소송 비용은 지난해보다 두 배 넘게 늘어난 규모로 국제 소송과 변호사 선임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9일 국회와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국세청의 소송수행비용 예산은 108억원으로 지난해(47억원)보다 128.8% 늘어났다. 2014년(32억원)에 비해서는 3배 넘게 증가한 예산 규모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변호사 수수료로 63억원이 책정됐다. 주로 대형로펌을 앞세운 기업의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국세청이 선임하는 변호사 비용이다. 국세청이 소송에서 패소해 납세자에게 물어줄 변호사 비용은 26억원으로 편성됐다.
올해 '투자자-국가소송(ISD)' 예산으로만 37억원이 새로 편성된 것도 국세청 소송비용이 늘어난 원인으로 분석됐다. 주로 우리나라 대법원의 패소 판결에 대해 외국 투자자들이 불복을 제기했을 때, 국세청이 대응하는 법무법인(로펌) 선임 비용이다.
최근 2~3년 사이 지하경제 양성화와 역외탈세 조사 등으로 인해 대규모 과세가 늘어나면서 국세청에 불복하는 기업이 많아진 영향도 있다. 국세청이 세금은 추징했지만, 과세 처분이 내려진 사건의 3분의 2가 불만을 제기한 상태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4년 역외탈세 추징액 1조2179억원 가운데 불복이 제기된 금액은 7940억원(65.2%)에 달한다.
국세청은 지난해부터 송무 조직과 인력을 대폭 강화하는 등 세금소송 대응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지만, 대형로펌과 싸우는 사건에는 법무법인을 대리인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대부분 공격적인 대형 로펌 대리인에 맞서 적법한 처분을 유지하기 위한 소송에 사용되는 비용"이라며 "타부처에 비해 변호인 선임 비율은 낮은 편이고, 대부분 직접 소송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과세당국인 관세청도 매년 소송비용이 늘어나고 있다. 관세청의 변호사 수수료 예산은 2014년 3억6500만원에서 지난해 7월 기준 5억1500만원으로 증가했다. 소송 패소로 물어준 배상금도 지난해 7월까지 5억9400만원으로 2014년 전체 배상금(1억6400만원)보다 2.6배 늘었다.
관세청 관계자는 "소송 배상금은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나온 경우 집행되는 예산인데, 통상 3~4년 정도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지난해 배상금이 늘어난 것은 대형 사건 두 건 정도가 패소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