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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그룹 감사위원]①교수님께 '감사'드려요

  • 2016.06.10(금) 09:03

교수·전직 관료 출신이 4명 중 3명꼴
독립성 논란·'대관 로비용' 의심 여전

기업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할 감사인들이 흔들리고 있다. 외부 감사인은 '갑을관계'에 묶여 제대로 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내부 감사인은 거액연봉만 받아가는 '거수기'로 전락했다. 특히 내부 감사인이 기업의 로비창구 역할을 한다는 건 널리 알려진 얘기다. 국내 주요 대기업 감사위원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그들의 주된 역할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조사대상은 2015년 결산월 기준 매출 2조원을 넘긴 기업 가운데 주요 대기업 집단에 속한 계열사들이다.) [편집자]
 
▲ 그래픽: 김용민 기자/kym5380@
 
삼성과 현대차, SK, LG, 롯데 등 국내 5대 그룹의 감사위원 5명 중 4명은 교수나 관료 출신으로 조사됐다. 특히 교수 출신은 전체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
 
기업들이 학자 출신을 선호하는 이유는 대외 이미지를 좋게 만들 수 있는 데다 전문성 논란을 비껴갈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오너 일가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어 독립성은 의문시된다.
 
10일 비즈니스워치가 매출 2조원 이상인 5대 그룹 계열사 37곳의 1분기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감사위원 총 123명 가운데 학계와 관료 출신은 총 102명으로 82.9% 비중을 차지했다. 학계 출신 감사위원은 57명(46.3%), 관료 출신은 45명(36.6%)이다. 
 
# 학계 비중 높여 이미지 개선...독립성 의구심 여전
 
삼성과 현대자동차, LG 등 3개 그룹은 감사위원회를 구성할 때 학자 출신을 선호했다. 학계 인사의 경우 감사위원이 지녀야 할 전문성 등 자질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기 때문에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받을 가능성이 낮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감사위원이 갖춰야 할 또 다른 요건인 독립성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지분관계로 엮여 있는 특수관계인이거나 묻지마 재신임 등이 잦은 논란거리다.
 
 
일례로 삼성전자의 현직 감사위원인 김한중 전 연세대 총장은 삼성전자와 거래관계에 있는 차디오스텍의 특수관계인이라는 점에서 적격성 여부가 논란이 됐다. 같은 학교 언론대학원장을 지낸 윤영철 교수는 삼성화재의 '연세대 기부금 몰아주기' 의혹을 받았다. 삼성물산의 감사위원 이종욱 서울여대 교수는 연이은 재선임으로 독립성을 의심받아 주요 주주로부터 반대표를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교수 출신 감사위원과 기업의 연결 고리는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같은 회사에서 감사위원으로 재선임이 어려울 경우 계열사 감사위원으로 우회 선임하는 식이다. 
 
삼성엔지니어링 감사위원을 지낸 뒤 삼성중공업에 신규 선임된 신종계 서울대 교수, 제일모직 감사위원 출신에서 삼성SDI 감사위원이 된 김난도 서울대 교수와 김재희 연세대 교수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남성일 서강대 교수는 오너의 한전 부지 매입 결정에 찬성표를 던지는 등 감사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논란에 휩싸였지만 주주들의 반대에도 꿋꿋하게 현대차에 재선임됐다.
 
# 모피아·감독기관 출신 '승승장구' 여전
 
SK그룹과 롯데그룹은 '대관 로비용'이라는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감사위원의 절반 이상을 전직 관료로 채우고 있다.
 
SK의 감사위원 자리에는 특히 '모피아(옛 재무부 공무원)' 출신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SK그룹 매출 상위 5개 계열사 감사위원 총 16명 가운데 10명(62.5%)이 공무원 출신이고, 이 중에 4명(40%)이 기획재정부 출신이다.
 
삼성그룹도 기재부 출신 감사위원들을 선임하고 있다. 삼성의 11개 계열사 감사위원 총 37명 가운데 전직 공무원은 11명, 이 중 3명(27.3%)이 기재부 출신이다.
 
감독기관 출신의 감사위원 선임도 흔하다. 현대차그룹의 관료출신 감사위원 12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7명이 국세청 출신이다. SK 또한 국세청 출신 오대식 전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SK텔레콤)과 공정위 출신 주순식 현 법무법인 율촌 고문(SK) 등 2명을 감사위원으로 두고 있다.
 
롯데그룹의 경우 주요 5개 계열사 감사위원 총 16명 가운데 9명(56.3%)이 전직 공무원이며 이 가운데 3명은 전직 금감원 공무원이다. 
 
 
한편 5대 그룹 주요 계열사의 감사위원에서 전직 판·검사 비중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전체 감사위원 123명 가운데 10명(8.1%)으로 업체별로는 현대자동차가 4명으로 가장 많고, 삼성이 3명으로 그 다음이다. 
 
주요 법조 인사로는 송광수 전 검찰총장(삼성전자), 김준규 전 검찰총장(현대글로비스), 문성우 전 법무부 차관(삼성SDS), 오세빈 전 서울고등법원장(현대자동차), 이태운 전 서울고등법원장(현대모비스) 등이 각 기업에서 감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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