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게 법인세 부담을 더 지우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대대적인 기업 감세 정책을 펼쳤던 이명박 정부 이전으로 세율을 되돌리자는 움직임이다. 이번 20대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될 경우 대기업들은 연간 4조원 가량의 법인세를 더 부담하게 된다.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은 3일 법인세율 조정 내용을 담은 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과세표준 200억원을 넘는 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이 22%에서 25%로 높아진다. 지난 2009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춘 것을 환원하는 것이다.
과세표준 100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는 20%에서 22%로 인상되고, 과세표준 2억원 초과 100억원 이하는 20%, 과세표준 2억원 이하는 10%의 세율이 그대로 유지된다. 실제로 세부담이 늘어나는 대상은 과세표준 100억원을 넘는 기업들이다.
국세청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4년 법인세 신고에서 과세표준 100억원 초과 기업은 총 1949곳이었다. 이들 가운데 937개 기업은 과세표준 200억원 이하로 법인세율이 2%포인트 올라간다. 최고 세율을 적용 받는 과세표준 200억원 초과 기업은 1012개로 집계됐다.
법인세율이 인상되면 대기업들이 추가로 부담할 세액은 연간 4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법인세율을 1%포인트 올릴 경우 기업의 부담 세액은 1조2500억원 늘어나고, 세율을 3%포인트 인상하면 세부담이 3조7500억원 증가한다.
▲ 그래픽: 김용민 기자/kym5380@ |
김 의원이 대기업들의 세부담을 늘리려는 이유는 당초 이명박 정부의 감세 정책이 실패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 2009년 감세정책을 내놓을 당시 정부는 법인세율 인하를 통해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촉진시켜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7년간 40조원이 넘는 감세가 이뤄졌지만, 투자와 고용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게 김 의원의 분석이다.
지난해 말 기준 30대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753조원이 쌓인 반면 이명박 정부 5년과 박근혜 정부 3년의 누적 재정적자는 200조원에 육박했다. 김 의원은 "지난 7년간 정부 곳간을 비워 기업만 배불린 셈"이라며 "과세표준 100억원 이하인 99.3% 기업들의 법인세는 유지하되, 0.7% 대기업들의 법인세율을 환원해 공평과세와 재정건전성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