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기업의 세금 문제를 좌우하는 정부 세법개정안이 이달 말 발표됩니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28일로 예정된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2016년 세법개정안'을 확정할 예정인데요. 올해는 어떤 세금 제도가 헤드라인을 장식하게 될까요.
가장 유력한 후보는 '신용카드 소득공제'입니다. 법적으로 올해 연말까지만 적용될 예정이어서 어떤 방식으로든 개정이 필요한데요. 직장인의 절반이 연말정산에서 공제 혜택을 받고 있는 만큼, 제도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죠.
현재 정부와 국회에선 내년 이후에도 신용카드 공제를 이어가자는 얘기가 많습니다. 대신 직장인에게 돌아가는 공제 혜택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신용카드 공제를 어떻게 축소할 것인지, 실제로 직장인의 세부담은 얼마나 늘어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공제율 15→10% '유력'
신용카드 공제가 처음 도입된 해는 1999년입니다. 신용카드 사용액이 급여의 10% 문턱을 넘으면 10%를 공제해주는 방식이었는데요. 공제율은 2001년부터 20%로 올라갔다가 2013년 이후 15%로 떨어졌습니다. 그해 정부는 신용카드 공제율을 10%로 더 낮추는 세법개정안을 내놨지만, 국회의 심사 과정에서 '퇴짜'를 맞기도 했죠.
이번에도 공제율 10% 인하 방안은 가장 유력한 카드입니다. 정부는 신용카드 사용을 활성화한다는 정책 목표가 달성됐다는 판단에 따라 공제율을 도입 초기 수준으로 되돌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재부 추계에 따르면 공제율을 10%로 낮출 경우 연간 1500억원의 세금을 더 걷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연말정산에서 신용카드 공제를 받은 직장인(825만명)이 1인당 1만8200원씩 더 세금을 부담하는 셈입니다.
◇ 한도 300만→200만 '검토'
공제 한도를 내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현행 300만원인 한도를 200만원 수준으로 낮추는 건데요. 3년전 국회에서 신용카드 공제 축소 법안이 논의될 때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내세웠던 방안입니다. 신용카드를 많이 쓰는 고소득 직장인들의 혜택을 줄이는 대신, 한도를 채우지 못하는 중산·서민층의 세부담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다만 신용카드 공제 한도가 300만원 아래로 내려간 적은 도입 초기였던 1999년(100만원) 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공제 한도를 일괄적으로 줄이는 방식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신용카드 공제는 급여의 25%를 넘게 사용한 부분에 대해 적용되는데, 이 문턱을 30%까지 올리는 방식도 거론됩니다. 연봉이 4000만원인 직장인이라면 연간 1000만원 넘는 신용카드로 결제해야 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문턱을 30%로 높이면 200만원을 추가로 더 써야 합니다. 역시 직장인들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방식이겠죠.
◇ 소득 많으면 공제율 인하
소득 수준에 따라 공제율을 다르게 적용하는 방법도 검토 대상입니다. 예를 들어 총급여 5500만원 이하인 직장인은 15%의 공제율을 적용하고, 총급여 5500만원이 넘는 경우에는 10%만 공제하는 겁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직장인 가운데 총급여 5000만원 이하 비중이 82%에 달하는데요. 직장인 10명 가운데 8명은 혜택을 유지하고, 상대적으로 소득이 많은 2명만 공제가 줄어들게 됩니다.
세법이 복잡해지긴 하지만 직장인 입장에선 불편할 것도 없습니다. 올해 초부터 국세청이 자동으로 채워주는 연말정산이 도입됐기 때문에 직장인이 일일이 계산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미 연금계좌 세액공제도 총급여 5500만원을 기준으로 각각 다른 공제율(12%와 15%)을 적용하고 있으니, 국세청의 행정 부담도 크지 않다고 합니다.
◇ 국회는 벌써 '연장' 분위기
정부 입법안이 아직 제출되지도 않았지만 국회에는 신용카드 공제를 연장하는 법안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5월 말 20대 국회 개원 직후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이 신용카드 공제 5년 연장 법안을 낸 데 이어 같은 당 이찬열·박병석 의원이 차례로 3년과 4년 연장안을 제출했는데요. 지난 8일에는 백재현 의원이 신용카드 공제의 일몰 기한을 아예 폐지하는 법안을 내기도 했죠.
이미 4건의 신용카드 공제 연장 법안이 제출된 만큼, 국회 심사과정에서 공론화될 가능성이 높은데요. 정부가 이달 말 내놓을 세법개정안에서도 세율 조정과 같은 대형 이슈가 없어서 상대적으로 신용카드 공제가 가장 주목을 끌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에는 신용카드 공제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