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기업이 내는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20대 국회에 제출된 세법 가운데 세금 감면 내용을 담은 법안이 3분의 2에 달한다. 올해 세수 여건까지 호조를 보이면서 감세 법안의 입법 분위기가 점점 무르익고 있다.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월30일 20대 국회 개원 이후 제기된 세법(지방세 제외)은 총 94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감세 법안은 61건으로 65% 비중을 차지한 반면, 세금 부담을 늘리는 증세 법안은 9건(10%)에 그쳤다.
세부담 변동 없이 기존 제도를 고치는 개선 법안은 24건이었다. 법안 중에는 세금 감면을 따로 규정한 조세특례제한법이 42건(45%)으로 가장 많았고, 소득세법(14건), 부가가치세법(12건), 법인세법(8건), 국세기본법과 상속증여세법(각 7건) 순이었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
◇ 야당이 낸 세법 86%
세금 제도를 바꾸는 문제에 대해서는 여당보다 야당의 추진력이 앞섰다. 야당이 낸 세법이 86%에 달했다. 정당별로 보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세법이 72건으로 77%의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고, 새누리당은 13건(14%), 국민의당은 9건(9%)이었다.
국회의원 중에는 박광온 의원(더민주)이 가장 많은 15건의 세법을 제출했다. 이어 윤호중 의원(10건)과 김현미 의원(8건), 이찬열 의원(5건) 등 더민주 소속 의원들이 세법 개정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다.
김관영 의원(국민의당)과 조정식 의원(더민주)은 각각 4건의 세법을 냈다. 세법을 3건 이상 발의한 의원 중에 새누리당 소속은 추경호 의원(4건)이 유일했다. 세법을 제출한 의원 수는 더민주 27명, 새누리 8명, 국민의당 4명으로 집계됐다.
◇ 감세 이유도 제각각
납세자의 세금 부담을 줄이는 '감세(減稅)'는 국회의원들에게 인기가 높은 입법 쟁점이다. 자신이 몸 담아온 직종이나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감세 법안을 내놓기 때문이다.
벤처기업가 출신인 안철수 의원(노원구 병)이 벤처기업 제2차 납세의무 면제 법안을 내고, 여성운동가인 인재근 의원(도봉구 갑)이 여성용 위생용품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제주 여행객에 부가가치세를 환급해주는 법안을 낸 강창일 의원(제주시 갑)이나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세제혜택 법안을 제출한 권성동 의원(강릉시)은 지역 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밖에 문화지출 비용 세액공제(김해영 의원), 가축 애견 부가가치세 면세(윤호중 의원), 아이돌봄 서비스비용 특별 세액공제(김현미 의원), 로컬푸드 직매장 사용액 소득공제(윤영일 의원)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감세법안들도 심사를 앞두고 있다.
◇ 소신형 증세 법안들
국가 재정과 조세형평성을 고려한 증세(增稅) 법안도 등장했다. 대기업들이 내는 법인세와 대재산가의 상속·증여세를 더 걷겠다는 내용이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는 법안만 3건(김동철·박주민·윤호중)이 제출됐고, 대기업에 연구인력개발비와 고용창출 세액공제 배제(백재현, 윤호중), 최저한세율 인상(정성호)도 나왔다. 관련기사☞ '법인세 인상' 20대 국회 뜨거운 감자 부상
상속세와 증여세를 기한 내에 납부할 경우 세액 공제율 10%를 2021년까지 5%로 낮추자는 법안(김관영 의원)과 성실공익법인에 대한 세제혜택을 없애자는 법안(박영선 의원)도 있다.
세금제도 개선안 중에는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강화하는 법안(김관영·김현미·박광온)과 분식회계를 저지른 경우 법인세 환급을 차단하는 법안(정태옥 의원)이 제출됐다. 국세청이 국회에 자료 제출을 꺼리는 근거인 '개인 납세정보 보호' 규정을 정보 제공 의무로 바꾸는 국세기본법 개정안(오제세·김종민)도 정기국회에서 심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