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가 연말정산할 때 항상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있다. 소득공제를 받기 위해 꾸준히 신용카드를 쓰긴 했는데, 과연 실제로 환급받는 세액이 얼마인지 궁금하다.
연말정산 세액 계산 과정이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신용카드 공제가 세금 환급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확인하긴 어렵다. 그래서 국세청의 연말정산 자동계산기를 이용해 대한민국 평균 근로자의 신용카드 공제 환급액을 추산해봤다.
▲ 국세청 홈페이지의 연말정산 간소화서비스 화면 |
◇ 신용카드 100만원 쓰면 1만6000원 환급
국세청의 2014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1600만 근로자의 평균 총급여는 3000만원(월급 250만원) 수준이다. 4인 가구의 가장이 매월 원천징수로 납부한 소득세는 1만3150원, 연간으로는 15만7800원이다.
이 근로자가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받으려면 총급여의 25%, 즉 750만원 넘게 신용카드를 사용해야 한다. 매월 62만5000원 넘게 신용카드를 쓰지 않았다면 공제 혜택이 전혀 없다.
만약 지난해 신용카드로 1000만원을 사용했다면 연말정산을 통해 세액이 4만원 줄어든다. 신용카드로 1500만원을 쓰면 총 12만원의 세액이 감소한다. 총급여 750만원의 문턱을 넘으면 신용카드 100만원에 세금 1만6000원(1.6%)을 돌려받는 셈이다.
연봉이 많을수록 신용카드로 돌려받는 세금도 더 늘어난다. 총급여 5000만원인 4인 가구 근로자는 신용카드 100만원을 사용하면 세금 2만원(2%)이 줄고, 총급여 7000만원 근로자는 신용카드 100만원을 쓰면 세금 4만원(4%)을 줄일 수 있다.
◇ 직불카드·현금영수증은 '두 배'
최근 정부는 과도한 소비 지출을 막기 위해 신용카드 대신 직불카드와 현금영수증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은 15%인 반면, 직불카드와 현금영수증은 30%의 공제 혜택을 준다.
실제로 총급여 3000만원인 4인 가구 근로자는 지난해 직불카드나 현금영수증으로 1000만원을 사용하면 소득세 결정세액을 8만원 줄일 수 있다. 신용카드에 비해 정확히 두 배의 세액을 절감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연말정산부터 직불카드와 현금영수증 사용액이 전년 실적을 넘기면 최대 40%까지 공제 혜택을 받는다. 직불카드와 현금영수증으로 100만원을 사용하면 소득세액을 3~4만원 정도 줄인다.
다만 신용카드 혜택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사용하는 신용카드로 매월 1만원 이상의 할인 혜택을 받고 있다면 굳이 직불카드나 현금영수증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이미 1년간 최대로 환급받을 세액이 15만원 수준이기 때문에 신용카드 공제로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
◇ 표준공제는 보험료 100만원과 '동급'
보험료나 교육비, 의료비 등 특별공제를 신청하지 않는 근로자는 '표준공제'를 통해 12만원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표준공제를 선택하려면 특별공제 항목별 지출액과 비교할 필요가 있다.
보험료로 100만원을 지출했다면 12만원(12%)의 세액공제를 받기 때문에 표준공제와 똑같은 혜택이 주어진다. 지난해 지출한 보험료가 100만원을 넘지 않는다면 표준공제를 선택하는 게 낫다는 의미다.
교육비는 세액공제율이 15%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80만원을 넘게 써야 표준공제보다 혜택이 더 많다. 지난해 교육비로 100만원을 사용했다면 세액공제액은 15만원으로 표준공제(12만원)보다 3만원의 세액을 줄일 수 있다.
의료비의 경우 교육비와 같이 15%의 세액공제율이 적용되지만, 총급여의 3% 기준을 넘어야 공제가 가능하다. 총급여 3000만원인 근로자는 90만원(3%)을 넘겨야 의료비 공제가 가능하고, 적어도 170만원 넘게 지출해야 표준공제 이상의 혜택을 받는다. 물론 보험료나 교육비, 의료비 항목에서 기준을 넘어서는 지출이 중복된다면 표준공제보다 특별공제가 훨씬 유리한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