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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액상분유 '비과세' 헛발질

  • 2016.08.04(목) 18:02

안 팔리는 액상분유 비과세로 생색내기
30만원 깎아줄게 애 낳아라...발상의 한계

▲ 출산육아 박람회장의 아기와 엄마 모습. 사진 : 이명근 기자/qwe123@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산 고령화 흐름을 보이는 우리나라가 최근 더 암울한 통계를 받아들었는데요.
 
올해 5월 출생아 수(월간)가 3만4400명에 그쳤다는 겁니다. 이는 통계청이 출생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적은 겁니다. 특히 전년대비 출생아 수는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 연속 감소했습니다.
 
지난 5월 혼인 건수 역시 2000년 이후 가장 적은 2만5500건을 기록했습니다. 1년 전보다는 무려 8.6%나 줄었습니다. 아이를 낳는 것, 그리고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 결혼 자체를 꺼리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더 심각해지고 있는 건데요. 우리나라 출산과 보육정책의 실패를 꼬집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근 정부의 정책은 보육지원을 오히려 약화하는 쪽으로 가고 있거든요. 사실 출산 기피는 출산 자체에 대한 기피보다는 양육에 대한 기피에 가까운데 정책이 역행하고 있는 겁니다.
 
최근 논란이 되는 맞춤형 보육 제도도 같은 흐름의 결과물인데요. 보육 수요에 맞췄다며 '맞춤형'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부모나 어린이, 어린이집, 보육교사 누구에게도 맞춰지지 않은 정부 예산에만 맞춰진 제도라는 비판이 많습니다. 
 
집에서 하는 단순 양육과 보육시스템을 갖춘 체계적인 보육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단지 일하지 않는 부모는 집에서 양육해야 한다는 논리로 강제적인 맞춤식 보육을 지원하는 것이죠. 게다가 일하는 부모 역시 아이를 종일 맡길 수 없는 환경이라, 정부를 제외한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가 전국에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낳기만 하면 아이는 나라에서 키우겠다는 선거용 헛구호를 못들은 걸로 치더라도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죠.
 
# 하나 마나 한 액상분유 면세정책
 
지난주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을 보면 양육정책을 대하는 정부의 어설픈 자세가 또 한 번 드러나는데요. 바로 출산세액공제 확대와 액상형 분유 부가가치세 면세법안입니다. 
 
출산공제 확대는 둘째를 출산하면 받을 수 있는 세액공제를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셋째 이상 출산 시 30만원에서 70만원으로 늘린다는 내용이고요. 다른 하나는 최근 판매가 조금씩 늘고 있는 액상분유에 대해서도 일반 분유처럼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주겠다는 내용입니다.

각각의 내용을 보면 긍정적입니다. 연말정산 때 도움이 되는 세액공제 항목이 늘어나는 것이니 없는 것보다 좋은 것이죠. 부가가치세 면세품목이 늘어나는 것 역시 소비자 편에서 좋은 일이고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극소수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이런 내용을 대단한 출산·육아대책인 양 포장해 놓은 것은 국가의 정책이 얼마나 창피한 수준인지 되돌아보게 합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무려 215가지 내용을 담은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는데요. 육아 지원방안은 액상형 분유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세가 유일합니다.

액상형 분유는 그다지 대중적이지 않은 소비시장을 갖고 있는데요. 휴대하기 편리하긴 하지만 위생이나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엄마들을 끌어들이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실제로 전체 분유시장이 4000억원 규모인데, 액상형 분유 시장은 5%(200억원) 남짓 됩니다. 그것도 최근에 급격히 늘어난 수치고요.

일반 분유에 부가가치세가 붙지 않으니 액상분유도 형평에 맞게 부가가치세를 면세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것이 대표적인 육아비용 절감대책으로 정책자료 전면에 내세워지는 것은 낯뜨거운 일입니다. 

더구나 업계 관계자는 이런 말까지 하더군요. "액상분유는 시장확대를 위해 지금도 무리하게 할인행사를 하고 있어서, 부가가치세가 사라진다고 해서 가격이 더 인하될 거로 보지는 않는다"고요. 정책을 준비했던 공무원들은 가격 인하효과에 대해 확인해 보지 않은 걸까요? 결국 액상분유가 부가가치세 면세품으로 전환되면 LG생활건강(시장점유율 85%), 남양유업, 일동후디스 등(매일유업은 현재 판매중단 상태) 판매업체의 배만 불릴 가능성이 커집니다.
 

 

 
# 세금공제 더 받으려 애 낳는 것 아닌데

이번 세법개정안에는 출산공제 확대 또한 대단한 출산장려책으로 포장됐는데요. 이 또한 과대포장된 것 중 하납니다. 2015년 기준 연간 출생아 중 둘째아 비중은 37.9%, 셋째아 비중은 9.6%인데요. 둘째아 비중은 좀 되는 편이지만 셋째아를 낳는 경우는 드물죠. 그 비중은 해마다 줄고 있고 올해는 더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장 수혜자도 적지만 출산공제는 다른 인적공제처럼 매년 받을 수 없고, 아이가 출생한 해에만 받을 수 있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고작 세금 20만원~40만원 줄이려고 애를 둘, 셋 낳는 경우는 없을 겁니다. 돌잔치 때 지인들에게서 축하금을 받으려고 애를 낳는 것보다 황당한 일이죠.
 
정책 당국자 입장에선 줘도 난리냐는 불만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왕이면 좀 더 실속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극단으로 치달리고 있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찾아보면 이런 과대포장형 정책들은 많습니다. 이번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수소연료전지자동차 개별소비세 감면도 마찬가진데요.

최대 400만원의 개별소비세를 내지 않기 위해, 어디서 충전하는지도 모르는 1억원이 넘는 수소차를 구매하려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친환경 차량 발전을 위해서라면 지금도 충전할 곳을 찾기 어려운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에 대한 지원에 집중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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