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미성년자에 대한 증여재산이 3조463억원에 달한다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거액을 물려받은 미성년자는 2만6227명으로 1인당 평균 1억1615만원을 물려받은 것으로 계산이 됐습니다.
요즘처럼 국정감사 때가 되면 흔히 볼 수 있는 통계자료이긴 한데요. 관련 기사에는 기자와 같은 평민 또는 서민 네티즌들의 허탈함과 분노 섞인 댓글들이 쏟아졌죠. 취업조차 하기 힘든 요즘 세상에 취업 전선에 나서기도 전에 남들이 평생 모을 재산을 보유하게 된 이른바 금수저들에 대한 시기와 불평등한 출발점에 대한 불만이 댓글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사실 배가 아프긴 합니다. 소수의 그들은 일단 인생의 출발선부터 다르니까요. 그런데 말이죠. 이런 통계를 볼 때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가 있습니다. 합법인가 아닌가 하는 부분 말입니다.
실제로 이 통계는 합법적인 행위의 결과물입니다. 국세청이 국회에 제출한 것인데요. 국세청이 지난 5년간 증여재산에 대한 과세를 얼마나 했는지에 대한 누적 통계죠. 과세의 통계, 다시 말해 세금을 정확하게 매긴 결과라는 의미인데요.
그렇다면 이 통계는 스스로 신고하고 냈든 세무조사를 거쳐서 냈든 적어도 법에 따라 정확하게 세금을 낸 사람들에 대한 통계입니다. 법대로 한 사람들이죠.
금수저들의 합법적인 상속이나 증여에 대한 배아픔은 흙수저들이 감내해야할 운명같은 일입니다. 자본주의 국가라면 상속이나 증여는 법에서 정한 세금만 낸다면 문제될 것이 없으니까요.
이번 통계에 대해 이들의 실효세율이 증여세 최고세율인 50%를 훨씬 밑도는 20.9%라는 부분도 논란이 됐는데요. 이부분 역시 세법에서 정한 세율을 적용하고, 각종 비과세와 공제를 적용해서 세금을 낸 결과입니다.
현행 세법에 따라 자녀에게 5000만원까지는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고요. 미성년자인 자녀에게도 2000만원은 세금 없이 물려줄 수 있습니다. 부모가 갓 태어난 아기의 이름으로 2000만원짜리 통장을 만들어줘도 증여세는 내지 않는다는 거죠. 세율 부분도 30억원이 넘어야만 최고세율인 50%를 적용하는 거라서 대상이 안된 사례들이 더 많았겠죠.
1살 짜리 아기는 세금을 계산해서 낼 수 없는데요. 이 경우 증여자가 세금까지 계산해서 대신 납부하는 경우(증여세 대납제도)가 대부분입니다. 대납 세금도 증여되는 것이기 때문에 증여액과 대신납부하는 세금을 합산해서 다시 증여세를 계산하죠. |
결국 비난의 화살은 법대로 한 사람이 아니라 법대로 하지 않은 사람과 법을 제대로 만들지 않은 사람들에게 향해야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수십억씩 세금을 체납하고도 세금납부를 미뤄가면서도 호화스러운 생활을 누리는 상습 고액체납자들이 지난해만 2000명도 넘거든요. 여기에 차명으로 재산을 보유하며 세금을 내지 않고 있지만 국세청도 파악하지 못한 사람들이 적지 않을거고요.
공평한 출발선을 만들어 달라는 흙수저들의 배아픈 호소는 국회와 정부의 책임도 묻고 있습니다. 부모의 재산이 미래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각각의 노력이 미래를 결정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만들어 달라는 거죠. 2207명의 만 2세 이하 아기들이 1970억원을 물려받더라도 누구나 공평하다고 느낄 수 있는 세상은 언제쯤 찾아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