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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면세 직장인 800만명의 비밀

  • 2016.08.02(화) 16:08

세금 안 내는 직장인 왜 많아졌나

매년 초 연말정산 시즌이 되면 직장인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뉩니다. 각종 공제 규정을 이용해 세금을 돌려받는 '환급족', 연말정산을 이후 세금을 더 떼이는 '추징족'이 있는데요. 직장인 10명 중 4명은 환급족, 1명은 추징족입니다.
 
나머지 5명은 아예 세금을 낼 필요가 없는 '면세족'입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전체 직장인 가운데 면세족의 비중이 1/3 수준이었지만 최근 2년 사이 절반까지 올라갔습니다.
 
세금을 안 내게 된 당사자들에겐 기쁜 소식이지만 그렇지 않은 직장인들은 씁쓸합니다. 누군가는 부족해진 세금을 더 부담해야 하고 기존 면세자였던 저소득 직장인들도 뭔가 손해보는 느낌이 들텐데요. 그동안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10년 공들인 '면세자 줄이기'
 
1990년대 말부터 정부는 직장인에 대한 세금 부담을 가볍게 해주는 정책을 내놨습니다. 소득세율을 내리거나 각종 공제 항목을 확대하는 방식을 사용했는데요. 그러다보니 세금을 내지 않는 직장인이 늘어나는 문제가 생겼고, 과세미달자 비율은 2005년 48.7%까지 치솟았습니다.
 
과세미달 직장인 비중이 절반에 달하자 정부와 국회도 면세자 비율을 줄이는 정책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공제 한도를 늘리거나 공제율을 인상하는 대규모 개정은 자제했고, 직장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신용카드 공제 혜택도 점점 줄여왔습니다.
 
물론 직장인들의 월급이 매년 오르기 때문에 별다른 정책 변화가 없으면 면세자 비율이 저절로 떨어지는 효과도 있는데요.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2013년에는 면세자 비율이 31.2%까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10년 '공든 탑'은 2013년 세법개정을 통해 한순간에 무너졌습니다. 당시 정부와 국회는 의료비와 교육비 등 소득공제 항목을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꿨고, 간이세액표 개정을 통해 월급에서 적게 떼고 연말정산에서 적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고쳤는데요. 
 
바뀐 연말정산이 적용된 2015년 초반에 직장인들의 불만이 거세지자 정부가 보완 대책을 내기도 했습니다. 근로소득공제와 자녀세액공제 등의 혜택을 확대해 직장인의 세부담을 줄여봤지만, 이 때문에 과세 미달자 비율은 10년 전 수준을 넘어 48.1%까지 올라갔습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연봉 3천만원도 과세 미달
 
그렇다면 세금을 안 내는 직장인은 누구일까요.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초 연말정산에서 4인 가족 기준 총급여 3083만원 이하인 직장인은 소득세 결정세액이 없습니다.
 
이 과세미달 급여 기준은 전년보다 301만원 늘어난 수치입니다. 지난해 연말정산에선 급여 2782만원 이하인 4인 가족 직장인이 세금을 낼 필요가 없었는데, 1년 사이 급여 기준이 확 올라간 겁니다.
 
독신 직장인일 경우 연 급여는 1408만원, 2인 가족은 1623만원, 3인 가족은 2499만원 이하까지 소득세를 내지 않습니다. 연말정산을 하기도 전에 근로소득공제와 인적공제, 표준공제, 자녀세액공제, 근로소득세액공제 항목만으로도 결정세액이 사라졌기 때문에 연말정산 의무도 없습니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 최대 수혜는 연봉 4천만원대
 
실제로 연말정산을 해보면 과세 미달 상태로 바뀌는 직장인들도 많습니다. 지난해 초 연말정산 결과 연 급여가 4000만원을 넘는 직장인 가운데 과세미달자는 31만명에 달합니다. 소득공제 방식을 적용하던 전년(2만명)과 비교하면 15배 넘게 늘었습니다.
 
연 급여 4000만~5000만원 사이인 직장인 중 과세미달자는 23만명으로 전년(1만8000명)보다 13배 늘었고, 같은 기간 연 급여 5000만~1억원 사이는 17배, 연 급여 1억원 초과 직장인은 27배가 증가했습니다. 연봉이 높더라도 기부금이나 교육비 등 공제를 많이 받으면 얼마든지 과세 미달이 가능하다는 얘깁니다.
 
억대 연봉자 중에서도 과세 미달자가 1441명이나 되는데요. 이들 가운데 91%인 1306명은 국내 기업의 외국 지사에 파견된 주재원들이 현지 과세당국에 소득세를 내고, 우리나라에서 세금을 돌려받은 것이었습니다. 이른바 '외국납부세액공제'라는 제도인데, 외국의 소득세율이 더 높으니까 현지에 세금을 다 내고 나면 우리나라에는 낼 세금이 없어지는 겁니다.
 
# 땜질 처방으로 역효과
 
과세 미달자가 갑자기 늘어난 것은 2013년 세법개정안 때문입니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꾼 취지 자체는 저소득 직장인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한 아이디어였는데요. 법 개정 효과가 나타난 2015년 초 연말정산에서 세금을 더 내게 된 직장인들의 불만이 나왔고, 정부는 조세 저항을 잠재우기 위해 보완대책을 내놨습니다.
 
당시 정부는 자녀세액공제 금액을 1명당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올렸고 출산공제와 표준공제, 연금저축공제, 근로소득세액공제 규정을 바꿔서 연 급여 5500만원 이하 근로자들의 세부담을 줄였는데요. 이전까지 세금을 내고 있던 직장인들까지 과세 미달자로 만들면서 면세자 비율이 더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전체 직장인들의 세금 부담은 높아졌습니다. 지난해 초 연말정산 결과 직장인 1인당 근로소득세는 152만원으로 전년보다 16만원(12%) 늘었는데요. 세금을 내는 직장인들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는 의미입니다. 관련기사☞ 직장인들 5년새 세금 70% 늘었다..연봉의 3배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 대안은 '국민개세주의'
 
과세미달 문제를 해결하려면 모든 직장인들이 소득에 따라 세금을 적당히 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현재 세금을 내지 않는 직장인의 세부담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세법을 바꾸기가 쉽지 않은데요. 지난해에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정부와 면세자 비율 축소 대책을 논의해봤지만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올해도 정부와 여당은 면세자 비율을 조정할 계획을 밝히지 않았지만, 야당을 중심으로 대안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2일 자체 발표한 세법개정안을 통해 과세미달자에 대한 세제개편 계획을 내놨습니다. 지나치게 확대된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을 축소해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 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 원칙을 실현하고, 납세자 사이의 형평성을 제고한다는 방침입니다.
 
 
구체적인 법안도 나와있습니다. 지난 달 초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을 5단계에서 13단계로 세분화하고, 세율도 6~38%에서 2.5~50%로 폭넓게 적용하는 내용입니다. 저소득 직장인이 세금을 조금 내는 대신 고소득 직장인의 세금 부담은 확 늘리는 방식인데요. 대신 과세 미달자 양산의 원인으로 지목된 소득공제와 세액공제는 점차 축소한다는 계획입니다.  
 
현재 기재부도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함께 과세 미달자 축소 대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김재진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표준세액공제와 근로소득공제 축소, 공제한도 설정 등의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미국이나 호주처럼 소득이 증가하면 공제 혜택을 줄이는 방식도 대안으로 꼽히는데요. 이번 만큼은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을 찾아주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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