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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씨 또 나왔소? 낼 건 내고 삽시다

  • 2016.11.09(수) 08:00

[뻔뻔한 이름 고액체납자]①명단공개 무용지물..징수율 3% 미만
상습체납자 재산 은닉 방법 교묘해져..국세청 권한 한계도

# 이 기사는 2016년 11월 9일 세무회계 특화 신문 택스워치 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정태수 조동만 최순영 그리고 전두환. TV에 출연하는 예능인 못지 않게 익숙한 이들의 이름이 또 한번 국민들의 눈앞에 나타났다. 고액 상습체납자 명단이다. 지난 10월 17일 행정자치부와 전국 각 시도에서 공개한 지방세 고액체납자 명단에는 지방자치단체에 납부해야 할 1000만원 이상의 세금을 1년 넘게 내지 않고 있는 전국 3만6433명의 이름이 올랐다.

정태수 전 한보철강 대표는 지방소득세 47억5300만원과 재산세 38억1100만원, 종합토지세 16억56000만원 등 전체 102억2000만원의 지방세를 체납해 고액 상습체납자 명단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이 84억2700만원의 세금을 내지 않고 버티면서 2위를 기록했고, 이어 62억5300만원을 체납한 이남종 전 룩엣유스 대표, 59억7200만원을 체납한 이상합 전 동신전선 대표 등이 차례로 이름을 올렸다. 나승렬 전 거평그룹 회장(58억800만원),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40억4300만원)도 단골로 등장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밀려 있는 1000억원대 추징금에 비하면 적지만 5억3600만원의 세금을 체납해 고액 상습체납자 명단에 포함됐고, 그의 차남 재용씨와 동생 경환씨도 각각 3억7000만원과 4억2000만원의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안 내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안 내고 싶다

이들 고액 상습체납자의 특징은 크게 두가지다. 고액의 세금을, 상습적으로 체납하고 있는 것이다.

정태수씨가 체납한 지방세 102억2000만원은 경북 울릉군이 1년 동안 걷는 재산세 총액(4억8300만원)의 21배에 해당된다. 정태수씨는 지방세 외에 국세청이 공개하는 국세 고액체납자 명단에도 포함돼 있는데, 지난해 공개된 국세 체납액만 2225억2700만원으로 자신이 체납한 지방세액의 22배 수준이다. 지방세와 국세를 합하면 정태수씨가 체납한 세금은 2327억원을 넘는다.

정태수씨뿐만 아니다. 이번에 공개된 지방세 고액 상습체납자 전체인 3만6433명이 체납한 세금 총액은 1조745억원이며 국세 고액체납자들의 체납액은 지난해 기준 3조7832억원에 이른다. 정부가 재해대책 등으로 쓰기 위해 예비비로 편성하는 1년치 국가 예산(3조원)을 웃도는 것이다.

명단이 공개된 체납자 상당수는 수년간 세금을 내지 않고 체납상태를 유지하고 있는데 정태수씨의 경우 국세 체납자명단공개 제도가 도입된 2004년부터, 또 지방세 체납자명단공개 제도가 도입된 2006년부터 각각 12년, 10년간 고액 상습체납자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실제 세금이 체납된 시점은 더 거슬러 올라간다. 정씨는 1997년 1월에 내야 하는 지방소득세 등 82건의 세금을 아직까지 내지 않고 있고, 국세는 무려 24년 전인 1992년에 납부해야 할 증여세를 체납하고 있다.

정씨 외에 최순영, 조동만씨 등 지방세 고액체납자 명단 상위에 있는 대부분이 이런 장기 상습체납자이다. 최순영씨는 1996년 종합소득세 등 19건의 국세와 1999년 10월까지 내야 할 지방소득세 등 15건의 지방세를 체납하고 있다. 조동만씨도 2000년에 이미 냈어야 할 양도소득세와 2004년 3월 납기일의 지방소득세 등을 체납중이다.

국세만 체납하거나 지방세만 체납하고 있는 경우보다는 국세와 지방세를 모두 체납하고 있는 경우가 더 많다. 이번에 명단이 공개된 지방세 고액 상습체납자의 체납액 1~30위 사이 체납자 30명 중 25명이 국세 고액체납자 명단에도 똑같이 이름이 올라 있다.

 

# 체납자 이름·나이·직업 공개했지만…

정부가 고액 상습체납자의 이름을 공개하기 시작한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명단을 공개하고 주변의 신고를 유도해서 조세채권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것과 망신을 줘서라도 세금을 자발적으로 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고액 상습체납자는 이름과 나이, 집주소, 직업, 체납세금, 체납요지 등이 관보와 언론 등을 통해 대외에 공개되는데 문제는 그럼에도 10년, 길게는 20년이 넘도록 세금을 내지 않고 버티는 사람이 상당수에 달한다는 점이다. 명단공개의 실효성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국세청이 올해 국정감사를 위해 국회에 제출한 고액 상습체납자 명단자료에 따르면 명단이 공개된 고액 상습체납자의 체납액 징수율(체납세액에서 걷은 세금)은 최근 5년간 평균 3%에 못미친다. 명단을 공개한 후에도 고액체납자들의 밀린 세금은 3%도 걷히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난해 4%대로 징수율이 조금 오르긴 했지만 전체 국세 체납액 징수율 36%와 비교하면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 교묘해지는 은닉수법… 형사고발 필요

국세청 등이 체납세금을 추징하기 위해서는 조세채권을 확보해야 하는데 고액 상습체납자들은 일반 체납자에 비해 조세채권 확보 가능성이 뚝 떨어진다. 이미 체납한 지 1년이 넘은 사람들인 데다 은닉 수법이 교묘해 숨긴 재산을 찾기도 쉽지 않다. 

타인 명의로 숨겨둔 재산을 찾기 위해 별도의 추적팀을 신설하고 고발하는 사람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은닉재산신고 포상금제도도 운영하고 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지난해의 경우 아내와 자녀 명의로 전원주택을 지어 놓고 가마솥 아궁이에 현금 6억원을 숨겼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다. 그나마도 해외에 감춰둔 재산은 찾기가 더 어렵다. 정보수집부터 적발, 추징까지 하나하나가 ‘007작전’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차명은 기본이고, 재산을 숨기기 위한 수법이 지능적으로 발달하고 있기 때문에 채권 확보가 쉽지 않다”며 “현행법상 압류할 재산이 있어야만 부과제척기간이라도 늘릴 수 있는데, 그마저도 세금납부로 잘 이어지지 않는다. 국세청의 권한으로 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심재철 의원은 “고액 상습체납자에 대해서는 징수율을 높이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 특히 납부능력이 있는데도 고의적으로 재산을 숨기고 버티고 있는 악질적인 체납자는 명단공개 외에 형사고발할 수 있는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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