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가 세금을 내기 전에 과세 여부를 과세당국에 물어보는 절차가 있다. 바로 국세청과 기획재정부에 의뢰하는 질의회신(유권해석)이다. 이 제도는 절세 전략을 세울 때 가장 확실하고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개인과 기업 뿐만 아니라 세무대리인들에게도 요긴하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기재부 세제실을 거쳐간 질의회신 내역을 택스워치가 분석해봤다. [편집자]
▲ 그래픽/변혜준 기자 jjun009@ |
"기업이 세금을 줄이는 최고의 기술은 질의회신이다. 국세청과 싸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대형로펌에서 근무하는 정모 변호사는 과세 전 단계에서 이뤄지는 질의회신에 주목하라고 강조한다. 국세청의 과세 처분이 내려진 후 조세불복에 나서면 이미 늦다는 것이다. 조세심판원 결정에 이어 법원의 판결까지 받으려면 족히 5년은 걸리고 세무대리 비용도 계속 치솟는다. 반면 질의회신은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고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세금 분야의 질의는 납세자가 먼저 국세청이나 관세청에 제기하고 답변이 미흡할 경우 기획재정부 세제실에 추가로 질의해 회신을 받는 방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질의회신은 자격제한 요건이 없기 때문에 개인이나 기업, 세무대리인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며 "조세불복이 진행 중인 사건은 국세청을 거치지 않고 기재부에 직접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어떤 기업과 세무대리인이 질의회신에 나서고 있을까. 택스워치가 2013년 이후 기획재정부 세제실 질의회신 내역을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은 질의회신을 주고 받은 세무대리인은 안진회계법인으로 총 26건을 기록했다. 안진은 호텔롯데와 현대건설, 휴스틸 등의 질의회신을 대리했다.
대표적인 질의회신으로는 영화관 인테리어 등 시설장치가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대상 사업용자산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기재부는 일반적인 인테리어 부속설비는 세액공제를 받는 자산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영화관람석 의자는 세액공제가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놨다. 안진은 기업이 제기한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에너지시설투자 세액공제 특례 등 다양한 분야의 질의를 기재부에 냈다.
질의회신 건수 2위는 삼일회계법인으로 2013년 이후 17건을 주고 받았다. 역외소득 자산신고를 비롯한 국제조세 분야와 파생상품 소득, 이월결손금 공제기간 적용과 관련한 질의였다. 삼일은 미국 델라웨어주 법에 근거해 설립된 유한책임회사(LLP, 법률서비스 제공)가 한국에 설립할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에 귀속되는 국내원천소득에 대한 과세 여부도 질의했다.
이어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11건, 법무법인 율촌이 6건으로 각각 3위와 4위를 차지했고 한영회계법인은 5건으로 5위에 올랐다. 김앤장은 손해사정법인이 공제사업자에게 제공하는 손해사정용역에 대해 부가가치세 과세 여부를 질의해 기재부로부터 '면제' 회신을 받았다.
율촌은 가업상속공제와 연결납세제도, 세법상 주식보유비율 해석 등을 질의했고 한영은 베트남의 고정사업장에 세금을 납부한 외국인 계약자가 국내 세법에서 외국납부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물었다.
이밖에 법무법인 광장과 삼정회계법인, 세무법인 중에서는 다솔과 하나가 각각 2건씩 질의했다.
광장은 제로쿠폰스왑의 수익인식시기, 삼정은 물류사업장 부가가치세 매입세액 공제 여부, 다솔은 농어촌주택 취득 후 일반주택 양도세 비과세 적용 여부, 하나는 상속세 분납세액을 비상장 주식으로 물납하는 경우 수납가액의 결정방법에 대해 질의했다.
*질의회신 빅데이터 어떻게 집계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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