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수출업자 A는 수출한 농산물에 대해 클레임이 제기되어 클레임비용을 지출한 후 잡손실로 회계처리 하였다. 하지만 세무조사 시, 과세당국은 이 클레임비용은 잡손실이 아니라 농산물 생산자에 대한 접대비라는 처분을 내렸다.
접대비는 세법에서 규제되는 비용이다. 접대비는 접대비 및 교제비, 사례금, 그 밖에 어떠한 명목이든 상관없이 이와 유사한 성질의 비용으로서 업무와 관련하여 지출한 금액을 말한다. 접대비로 분류되는 비용은 한도 내에서만 손금으로 인정되어, 한도를 초과하는 금액은 과세소득에서 공제되지 않고, 결국 세금부담을 늘린다. 클레임비용이 접대비로 분류되면 납세자는 세금부담이 늘어나는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따라서 판례에서는 접대비에 대해 지출의 상대방이 사업과 관련 있는 자들이어야 하고, 지출의 목적이 사업관계자들과의 사이에 친목을 두텁게 하여 거래관계의 원활한 진행을 도모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보다 구체화 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세당국은 왜 농산물 수출업자 A의 클레임비용을 접대비로 보았을까?
▲ 그래픽 : 변혜준 기자/jjun009@ |
클레임비용은 클레임으로 인해 지급한 비용이나 발생한 손실을 통칭하는데 판매한 물품에 클레임이 제기되면, 반품을 받거나 손해배상금을 지급한다. 따라서 클레임비용이란 폐기하거나 저가로 처분한 반품으로 인한 손실, 또는 지급한 손해배상금을 말한다. 다만, 클레임에 책임이 있는 자로부터 일부 보상을 받는 경우에는 그 보상금을 차감한 금액이 클레임비용에 해당한다.
위의 사례에서 과세당국은 클레임의 책임이 A에게 있지 않고 생산자에게 있다고 봤다. 이러한 과세당국의 관점에 따르면, 클레임비용은 사업관계자인 생산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인데, A는 생산자와의 거래관계를 원활히 하기 위하여 이 비용을 부담한 것이다. 또한 과세당국은 생산자가 부담할 클레임비용을 A가 부담하는 것이 상거래 관행에 따라 통상적으로 부담하는 비용도 아니라고 봤다. 과세당국 입장에서 보면, 이 클레임비용은 앞서 접대비의 요건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업관계자가 부담할 비용을 대신하여 부담하였다고 하더라도 섣불리 접대비로 보는 관행을 막기 위한 사례가 발견된다. 예를 들어, 협력업체 직원을 위해 지출한 야근식대나 간식비와 같은 통상적인 비용은 접대비로 보지 않았다. 또한 하청회사가 원청회사와의 원활한 업무추진 등을 위해 근로자에게 원청회사가 지급해야 할 치료비 등을 지급한 후, 원청회사에 대한 구상권을 포기한 경우에도 하도급계약 상 특약조건을 이행하기 위한 경우에는, 이 금액을 접대비로 보지 않았다.
즉, 사업관계자를 대신하여 부담한 비용이라도, 이 비용이 수익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으며, 상거래 관행에 따라 부담하는 통상적인 비용인 경우에는 접대비로 보지 않고 손비로 인정될 수 있다. 따라서 귀책사유 없이 부담한 클레임비용도 수익과 직접관련성이 있는지,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인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클레임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몇가지 주의해야할 점이 있다.
첫째, 클레임 발생의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 확정해야 한다. 클레임에 대해 책임이 있는 자가 부담하는 클레임은 원칙적으로 손금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클레임이 발생하면 그 귀책여부를 조사한 기록을 갖추는 것이 좋다.
둘째, 클레임 부담에 대해 사전에 구체적으로 약정하는 것이 좋다. 판례에 따르면, 사전약정 유무가 접대비와 판매부대비용을 나누는 기준의 하나로 사용될 수 있다. 따라서 클레임을 부담하는 것을 사전에 약정할 경우, 클레임비용이 판매부대비용임을 입증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셋째, 클레임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수익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필요하고, 사회통념이나 상관행에 비추어 볼 때 통상적이라는 증거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판례는 법인이 수익과 직접 관련하여 지출한 비용을 섣불리 접대비로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산업재해를 입은 근로자에게 사고보상비를 지급하는 공상처리비를 수익과 직접 관련된 비용으로 접대비로 보지 않았던 사례가 그 예이다.
클레임은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빈번히 발생한다. 따라서 납세자는 클레임비용이 접대비에 해당되는지 검토하여 세무처리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클레임의 처리방법에 대해 사전에 약정하고, 클레임의 귀책을 확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또한 과세당국은 과도한 접대비 규제를 막기 위하여 통상적인 비용이나 수익과 관련성이 있는 비용에 대해서는 접대비로 보지 않고 판매부대비용으로 더욱 폭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