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아이는 내가 입양해서 키울테니 걱정하지 말아요."
교사 생활을 하는 박모씨는 가족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납니다. 그녀는 치매에 하지관절 장애 1급인 어머니와 하인두암 수술 후 건강이 악화된 아버지의 병수발을 들고 있습니다.
결혼까지 미룬 채 부모님을 보살피고 있지만 병세가 호전되지 않아 걱정입니다. 부모님의 병세가 나빠질 때마다 10년 전 세상을 떠난 언니의 빈 자리가 더 커집니다.
언니는 이른 나이에 결혼했지만 무뚝뚝한 남편과의 불화로 이혼했는데요. 한동안 실의에 빠져있던 언니는 온화한 성품을 가진 박모씨와 만나 사랑에 빠졌고 아들까지 낳았습니다. 하지만 알고보니 박씨는 유부남이었고 그와의 인연은 오래 지속하지 못했습니다.
아들이 아빠의 존재를 알아갈 무렵 언니는 전 남편인 정모씨를 찾아가 재결합하고 아들도 그의 호적에 올렸는데요. 아들을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했지만 끝내 성격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다시 갈라섰습니다.
결국 언니는 두 번째 이혼 후 마음의 병을 얻어 시름시름 앓다가 2007년 중학교 1학년이던 아들을 남겨둔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언니가 갖고 있던 수원의 집 한 채는 아들이 그대로 상속받았고, 친부인 박모씨가 아들의 법정후견인이 됐습니다.
▲ 그래픽/변혜준 기자 jjun009@ |
그런데 친부는 이미 고령인 데다 건강이 좋지 않아 아들의 법정후견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아들이 성년이 될 때까지 교육과 재산을 책임질 후견인이 필요했고, 그 역할을 이모가 대신 맡았습니다. 이모는 조카를 입양했고 투병 중인 부모와 함께 한 집에서 살게 된 겁니다.
이모는 마치 친아들처럼 조카에게 정성을 다했습니다. 조카의 유일한 재산인 수원의 주택도 그대로 남겨뒀습니다.
그녀는 2012년 지방으로 발령 받으면서 서울 집을 팔고 가족과 함께 이사를 하게 됐는데요. 세무서는 1세대2주택자로 보고 양도세를 부과했습니다. 입양한 조카는 법적으로 자녀였기 때문에 같은 세대였고, 각각 서울과 수원에 주택이 1채씩 있었기 때문이죠.
양도세를 낸 후 지인을 통해 알아보니 자신의 딱한 사정을 잘 설명하면 세금을 돌려 받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조카를 부득이하게 입양했기 때문에 조카가 소유한 상속주택은 주택 수에서 제외해달라며 국세청에 경청청구를 신청했는데요.
하지만 국세청은 그녀의 경정청구를 거부했습니다. 아무리 이모가 입양한 양자라도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이므로 1세대2주택자가 맞다는 얘기입니다.
그녀는 조세심판원에도 심판청구를 제기했지만 국세청의 과세 처분을 뒤집지 못했습니다. 심판원은 "재산을 별도로 관리한다고 해서 별도 세대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며 "양도세가 비과세되는 1세대1주택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입양자 소유주택은
민법(제772조)에서는 입양도 낳은 아이와 동일하게 가족으로 본다. 양도세 비과세 대상인 1세대1주택(소득세법 시행령 제154조)이란 동일 주소지에서 생계를 같이하는 1세대가 양도일 현재 1주택을 보유한 경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