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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 세금]도박꾼 남편과 기부천사 시아버지

  • 2017.10.25(수) 09:00

도박·재산 문제로 이혼, 위자료 12억원 지급
아내 통장에 맡긴 도박자금 3억원 증여세 '취소'

"여보, 카지노 좀 그만해요. 아버님이 남긴 재산도 다 날렸잖아요."
 
"이번이 마지막이야. 마카오에서 한 게임만 더하고 돌아올게."
 
자수성가한 사업가인 강모 회장은 2000년대 초반 200억원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면서 세간의 화제가 됐습니다. 그는 재산을 기부한 이듬해 세상을 떠나면서 유족들에게도 거액의 재산을 남겼는데요. 유족들은 국세청에 200억원의 상속세와 증여세를 납부하고 나머지 재산을 나눠가졌습니다. 
 
상속자인 장남 강모씨는 영양사 자격증을 가진 아내와 함께 관광호텔을 운영했는데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모든 재산과 사업을 처분하면서 현금 70억원을 손에 쥐었습니다. 강씨는 현금 15억원을 지인의 사업에 투자했다가 사기를 당했고, 이후에도 손대는 사업마다 풀리지 않으면서 우울증이 극심해졌죠. 
 
급기야 도박에 손을 대면서 그의 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처음에는 강원랜드 카지노로 시작했지만 씀씀이는 점점 더 커졌고 외국으로 원정도박까지 갈 정도였죠. 도박에 눈이 멀어 재산을 탕진했고 상당한 빚도 지게 됐습니다. 
 
▲ 삽화/변혜준 기자 jjun009@
 
아내는 도박에 빠진 남편을 말려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결혼 예물까지 팔아서 도박에 쓸 정도로 남편의 도박중독은 심각했는데요. 부부는 도박과 대출 문제로 잦은 다툼을 벌였고 결국 이혼에 이르게 됐습니다. 강씨는 마지막 남은 재산이었던 빌딩을 매각하면서 12억원의 위자료를 아내에게 넘겨주고 결혼 생활을 청산했습니다. 
 
하지만 강씨는 이혼한 지 한 달도 안돼 아내를 찾아왔고 도박자금을 숨겨달라고 간청했습니다. 아내는 제안이 탐탁치 않았지만 그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사채업자들의 눈을 피해 도박자금 3억원을 아내의 통장에 입금했고 20일 후 마카오 현지에서 인출해 카지노를 즐겼습니다. 
 
부부가 이혼한 지 3년 후 아내는 세무서로부터 세금 통지서를 받게 됩니다. 그녀의 통장을 스쳐갔던 3억원에 대해 증여세를 내라는 통보였죠. 세무서는 증여세 9119만원을 추징했고, 그녀는 세금을 낼 수 없다며 이의신청을 거쳐 국세청에 심사청구를 제기했습니다. 
 
국세청이 부부의 결혼생활부터 이혼 과정까지 들여다봤더니 그녀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습니다. 강씨가 마카오에서 사용한 수표는 그와 함께 도박했던 지인들에게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는 지인들에게 수표를 건네고 현금을 받아 카지노 칩으로 바꾼 겁니다. 
 
결국 국세청은 그녀의 은행 계좌에 입금된 3억원이 전 남편이었던 강씨가 실제로 관리하다가 도박자금으로 사용한 사실을 인정했는데요. 국세청은 그녀가 받은 위자료 10억원 외에 통장에서 입출금된 3억원은 강씨로부터 증여 받은 재산이 아니기 때문에 추징한 증여세 9119만원을 돌려주기로 결정했습니다. 
 
*증여재산을 반환할 경우
증여를 받은 후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3개월 이내에 돌려준 경우 처음부터 증여가 없었던 것으로 보고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증여 목적으로 예금계좌에 현금을 입금한 경우에는 입금한 시기에 증여한 것으로 판단하지만, 단순히 증여 받는 사람(수증자) 명의의 예금계좌에 현금을 입금한 후 본인(증여자)이 관리하고 본인이 인출해 사용하면 증여로 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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