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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세 과세 가능할까요

  • 2017.11.15(수) 07:55

IT기업들 디지털 경제로 `고정사업장` 개념 무너뜨려
OECD 조세회피 차단 합의도 권고에 불과...뾰족수 없어

▲ 그래픽 : 변혜준 기자/jjun009@

세계 각국이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에 대한 대응방안 찾기에 분주하다. 이른바 `구글세`로 대표되는 글로벌 IT기업들에 대한 과세 문제가 핵심이다.
 
지난해 1월 영국이 구글에 1억3000만파운드(약 1900억원)의 세금을 걷기로 한 이후 올해 5월에는 이탈리아 정부가 구글이 내지 않은 10년치 세금 3억600만유로(3800억원)를 징수하기로 했다. 그 사이 프랑스와 스페인, 그리고 인도네시아도 구글에 대한 검찰조사 및 세무조사를 실시하며 세금 압박에 나섰다.
 
하지만 세무조사라는 강압 수단을 통한 세금 추징에는 한계가 있다. 국제 조세협약을 통해 정당하게 세금을 내고 있는 기업에게 세무조사가 먹혀들 여지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IT기업들은 디지털 경제의 특성과 거주지국 과세라는 국가간 조세협약을 교묘하고 지능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 발목 잡고 있는 '고정사업장' 개념
 
일반적으로 기업이 부담하는 법인세는 사업장이 소재한 국가에 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국가간 조세협약은 이중과세 방지를 위해 사업장이 있는 어느 한쪽의 국가에만 세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고정된 사업장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국가 간에 조세이익이 엇갈리게 되는데, 다국적 기업은 여러 국가에 다양한 형태의 법인을 설립하고 이익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고정사업장 개념을 기반으로 한 국가간 조세협약의 벽을 넘고 있다.
 
최근 한국 대법원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차익에 대한 과세를 무효라고 판단한 것 역시 론스타의 고정사업장이 한국에 있지 않다는 점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론스타펀드는 조세회피지역인 버뮤다와 벨기에에 설립한 법인을 통해 외환은행 매각 등과 관련한 주요 의사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국내에는 고정사업장이 없었다는 판단이다.
 
이런 문제는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이 사업장 개념 자체가 모호한 IT기업들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 IT기업들은 특정 지역에 둔 서버를 통해 전세계에서 영업활동을 할 수 있고, 세율이 높은 나라에서 얻은 수익을 조세협약상 세금 부담이 낮은 국가에 설립한 법인으로 귀속시키는 방식으로 세금을 회피한다. 
 
실제로 구글은 아일랜드와 네덜란드, 그리고 조세회피지역인 버뮤다에 법인을 설립해 수익의 흐름을 복잡하게 엮어 놓고 있다. 각국에서 검찰까지 동원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실시했음에도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다.
 
 
# OECD 과세모델, 권고에 불과해
 
사실 선진국들의 모임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IT기업의 세금회피 문제의 심각성을 오래 전부터 파악하고 있었다. OECD는 구글 등 다국적 IT기업이 빼돌린 세수 손실이 세계적으로 연간 2400억달러(270조원 상당) 규모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하면서 2012년부터 소득이전을 통한 세원잠식(BEPS, 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에 대응하기 위한 `BEPS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하지만 다국적기업에 대한 징세 문제는 여러 국가들이 의견 일치를 봐야 하는 특성 때문에 논의가 속도를 내기 어려웠다. OECD가 `BEPS 프로젝트`를 제안한 지 3년이 지난 2015년에서야 주요 20개국 정상들이 모인 G20 정상회의에서 몇가지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마련된 정도다.
 
특히 액션플랜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각국의 자율에 맡겨 놓은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OECD 액션플랜에는 고정사업장 지위의 인위적인 회피를 방지하고, 디지털 경제에서의 조세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국 공통의 이행방안 등이 담겨 있지만 몇몇 국가만 이행할 경우 효력을 전혀 발휘할 수 없는 구조다.
 
국가간 조세협약 자체가 이중과세를 방지하기 위해 어느 한 쪽에서만 세금을 추징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양자 혹은 다자 간의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 정부 역시 글로벌 IT기업의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OECD 권고안을 최소 기준에서 따르고 있는 정도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금 정치권에서 얘기하고 있는 구글세라는 것은 쉽게 말해 한국에 고정사업장이 없는 데도 과세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라는 것인데 현재 그렇게 과세하고 있는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 국제조세 문제는 국가간 협약이 기본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OECD의 액션플랜을 차근차근 따라가는 방법 이외에 별다른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국내에서 엄청난 이득을 얻고 있지만 세금을 안 내고 고용도 하지 않는다."

구글 등 다국적 IT기업의 소득에 세금을 제대로 부과해야 한다는 '구글세' 문제는 전 세계가 고민하고 있는 숙제이지만 국내에서는 그동안 눈에 띄는 움직임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뜻하지 않은 곳에서 구글세 논란이 불거졌고 그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통신부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네이버의 지배력 남용에 대해 지적 받자 "검색시장 점유율은 구글이 세계적으로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네이버는 국내에서만 70%에 그치고 있다"고 말하며 "구글은 (국내에서) 세금도 내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국내 시장 매출 의존도가 높은 네이버의 상대적 박탈감에서 나온 돌발 발언이지만 구글이 구글코리아를 통해 공식적으로 반박하면서 논쟁은 더욱 커졌다.

구글은 이해진 창업자의 발언 직후 "구글은 한국에서 세금을 납부하고 있으며, 세법과 조세조약을 준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구글이 한국의 국정감사장에서 나온 발언에 대해 공식적인 성명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하지만 구글은 "세금 규모는 따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한성숙 대표이사의 명의로 공개 질의문까지 내며 압박수위를 높였다.

네이버는 "구글이 세금을 하나도 안 낸다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안 낸가는 뜻"이라며 "네이버는 2016년에 2746억원을 국내에 법인세로 냈다. 구글이 세금을 정당하게 낸다면 세금 납부액 등을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내 1위 검색포털과 글로벌 1위 검색포털 간의 설전으로 구글세 논란은 크게 확산되고 있다. 구글이 한국에서 세금을 얼마나 내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표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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