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을 내는 국민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 있습니다. 세무서는 관할구역 납세자들이 세금을 제대로 내는지 관리하는 역할을 하죠. 납세자가 직접 세무서를 방문해 세무 업무를 처리하기도 합니다. 납세자 입장에서 우리 동네 세무서는 어디에 있고 관할구역은 어떻게 정하는지 살펴봤습니다. [편집자]
최근 서울 신길뉴타운 아파트에 입주한 김모씨는 양도소득세를 신고하러 세무서를 방문했다가 되돌아왔습니다. 영등포구에 사니까 당연히 영등포세무서로 가야하는 줄 알고 갔는데 신길동은 동작세무서 관할이라는 겁니다. 김씨는 영등포구에 위치한 동작세무서를 찾아간 후에야 세금 신고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국세청 산하 세무행정기관인 세무서는 전국에 121곳이 있습니다. 수도권에는 서울 27개, 경기도 22개, 인천광역시 4개가 있는데요. 세무서의 위치나 관할구역이 행정구역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일부 납세자 중에는 혼란을 겪는 사례도 발생합니다.
서울의 자치(행정)구는 25개인데 세무서 수는 2개가 더 많습니다. 은평·강북·광진 등 3개구는 해당 행정구역 명칭을 사용하는 세무서가 없습니다(은평세무서는 4월3일 개청 예정). 또한 남대문·반포·삼성·역삼·잠실 등 5개 세무서는 행정구가 아니라 행정동 명칭을 사용하고 있죠.
세무서 위치를 보면 강남구에 4개(강남·삼성·역삼·서초)가 몰려있고 영등포구(영등포·구로), 송파구(송파·잠실), 중구(중부·남대문)에 각각 2개씩 있습니다.
세무서의 명칭과 행정구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요. 구로세무서는 영등포구(문래동1가), 노원세무서는 도봉구(창동), 도봉세무서는 강북구(송천동), 동작세무서는 영등포구(신길동)에 주소를 두고 있죠.
관할지역은 더욱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명동 롯데백화점 일대인 남대문로2가는 중부세무서 관할인데 남대문로1가와 3·4·5가는 남대문세무서가 담당합니다. 영등포구 신길·대림·도림동은 동작세무서 관할이죠.
강남구는 행정동에 따라 세무서가 각기 다른데요. 강남세무서가 논현·신사·압구정·청담동을 관할하고 역삼세무서는 역삼·도곡동, 삼성세무서는 삼성·대치·개포·수서·일원·세곡·자곡·율현동을 담당합니다.
서초구에서는 서초·양재·우면동이 서초세무서 관할이지만 반포·방배·잠원동은 반포세무서 관할입니다. 송파구도 석촌·문정·가락동이 송파세무서 관할이고 잠실·방이·풍납동은 잠실세무서 관할로 묶여 있습니다. 이밖에 은평구는 서대문세무서, 광진구는 성동세무서에서 담당합니다.
지역에 따라 가까운 세무서를 두고 먼 세무서를 찾아가는 경우도 생깁니다. 구로디지털단지 사업자는 500m 거리의 금천세무서 대신 3.5km 떨어진 구로세무서를 찾아가야 합니다. 영등포 도림시장 상인은 불과 400m 옆에 있는 구로세무서를 두고 2.3km 거리의 동작세무서를 가야 하죠.
경기지역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는데요. 화성신도시 송산그린시티는 관할인 화성세무서(16km)보다 안산세무서(5km)가 오히려 더 가깝습니다. 화성시 기배동에서는 1km 거리의 화성세무서 대신 14km 떨어진 동수원세무서로 가야 하죠.
경기도의 A세무사는 "도시의 성장에 따라 세무서가 신설과 분리를 반복하다보니 관할지역과 무관한 곳에 위치하는 경우가 있다"며 "납세자 입장에서 세무서의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관할의 혼선으로 인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 구로구의 B세무사는 "세무서의 위치나 관할구역으로 인한 혼란은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며 "세무서에서도 양도소득세 등 신고대리 업무를 전자신고로 독려하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국세청 관계자는 "최근 전자신고가 활성화하면서 납세자나 세무대리인이 세무서를 방문하는 경우가 줄어드는 추세"라며 "웬만한 민원 업무는 관할 세무서가 아니라도 가까운 지역 세무서에서도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