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유통공룡 3인방 월마트, 테스코, 까르푸가 현지(토종)업체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한국의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중국 현지에서 매장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등 어려움을 겪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25일 리서치회사 칸타월드패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소비재시장에서 글로벌 유통기업의 시장점유율은 18.6%로 토종기업 점유율(81.0%)의 4분의 1에도 못미쳤다. 특히 월마트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2년 7.9%에서 현재 5.9%까지 떨어졌다.
▲중국 내 유통기업 시장점유율 순위(지난 1월23일 기준). △1위 가오신소매(Sun Art) △2위 화룬완자(Vanguard) △3위 월마트(Wal-Mart) △4위 까르푸(Carrefour) 등이다. (출처:칸타월드패널) |
◇ 매출 감소에..방 빼고, 몸집 줄여
지난 2004년 독자법인을 설립해 중국에 진출한 세계 2위 유통업체 테스코는 지난해 5월 토종기업 '화룬완자(华润万家)'와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중국시장에서 사실상 발을 뺐다. 현재 테스코가 소유한 합작회사 지분은 20%에 불과하다. 합작회사 설립을 계기로 테스코 간판을 달고 영업하던 매장들은 하나둘 화룬완자 간판으로 교체되고 있다.
월마트는 지난해 11월 고위급 관리자 수십명을 포함해 100여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월마트는 중국 서부와 남부 지역에서 시장점유율 1위이지만 최근 매출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995년 중국에 첫 매장을 개설한 프랑스계 유통기업 까르푸는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편의점으로 변모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상해시 민항구(闵行区)에 '이지 까르푸(easy 家乐福)'를 신설했다.
◇ 중국에선 '중국 법'을 따라야
외신들에 따르면 글로벌 유통기업이 중국시장에서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지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본사에서 사용하던 방식이나 경험을 중국시장에 그대로 적용해 한계에 부딪쳤다.
테스코는 저렴한 상품을 찾는 중국 소비자들 앞에서 영국에서 수입한 고급 상품을 내세웠다. 중국의 많은 도시들이 교통체증에 시달려 고객들이 인근에서 쇼핑하는 것을 선호하는데도 테스코는 기존 방식대로 교외에 매장을 세웠다. 월마트 역시 농촌시장을 먼저 공략하며 도시로 점차 포위해 오는 미국식 전략을 견지한 것이 매출 부진의 원인이 됐다.
까프루는 점장의 권한이 과도하게 커지면서 식품안전, 공급상과의 충돌 등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까르푸는 입점 비리로 공급상으로부터 소송을 당하거나 가격 사기로 벌금형을 선고받아 중국 현지에서도 구설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회사들은 구매시스템, 매출전략, 온라인분야에서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있다"며 "최근 몇년간 가격사기, 문제 발생시 성의 없는 해결책, 납품업체 착취 등에 휘말리면서 불리한 위치에 처했다"고 전했다.
◇ 中 토종 업체.."때는 이 때다"
이들의 부진을 틈타 중국 토종 유통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 중국 유통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는 가오신소매(高鑫零售)다. 이어 화룬완자가 2위를 차지했다. 월마트와 까르푸는 이들에 밀려 각각 3위와 4위로 내려앉았다.
가오신소매와 화룬완자 외에도 중국에는 용후이(永辉集团)가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칸타월드패널의 이지혜 연구원은 "중국업체들은 유통망을 잘 갖추고 있어서 더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소싱할 수 있다"며 "외국계회사에 비해 소비자에게 싼 값에 물건을 팔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스터콩, 멍니우유업, 이리유업 등 다양한 현지 브랜드로 더 많은 제품을 갖춘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