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부활과 중국의 추격으로 한국 제조업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침체에 빠진 내수시장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올해 들어서는 수출도 위축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기존 사업분야의 한계가 다가오고 있는 만큼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최근들어 기업들이 새 먹거리로 삼고 있는 사업에 대한 소개와 미래 전망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경영환경이 좋지 않아도 미래를 위한 투자를 아껴서는 안된다. 트렌드 변화에 대한 철저한 준비로 성장 모멘텀을 확보해야 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초 역대 최대규모인 7조5000억원의 투자를 결정하면서 임원들에게 그룹의 성장기반 확대에 주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대표적인 분야가 '옴니채널(Omni-channel)'이다.
옴니채널이란 '모든 것'을 뜻하는 '옴니(omni)'와 제품의 유통경로을 의미하는 '채널(channel)'의 합성어다. 고객이 온라인·오프라인·모바일 등의 모든 쇼핑채널을 하나의 매장처럼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백화점이나 마트를 지날 때 고객의 스마트폰으로 할인쿠폰을 보내 매장방문을 유도하고, 온라인몰에서 구매한 상품을 백화점이나 편의점에서 손쉽게 수령할 수 있게 하는 것 등이 옴니채널의 일환이다.
겉보기엔 단순해 보여도 옴니채널은 전통적인 유통업체의 생존을 좌우할 핵심키워드로 꼽힌다.
미국 최대 백화점인 메이시스의 경우 온라인쇼핑의 기세에 밀려 2006년 약 270억달러이던 매출이 2009년 235억달러까지 줄었다. 메이시스는 그 대안으로 온라인으로 주문해 가까운 매장에서 제품을 찾아갈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 280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메이시스는 스스로 '미국내 최고의 옴니채널 소매업체'라고 소개하고 있다.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업체의 공세에 150여년 역사의 백화점이 자신의 정체성마저 재규정한 사례인 셈이다.
▲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11월 롯데닷컴과 연계해 본점 1층에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 '롯데 온라인 픽업서비스 전용데스크'. 온라인의 저렴한 가격과 즉시구매라는 오프라인의 장점을 결합한 옴니채널 서비스다. |
롯데도 국내 유통시장이 가까운 시일 내 옴니채널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하고, 지난해 3월 그룹정책본부와 미래전략센터 주관으로 옴니채널 추진계획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롯데의 이 같은 변화는 항공모함의 항로변경으로 비유되곤 한다. 롯데그룹 총자산에서 유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
신 회장도 지난해 11월 열린 하반기 사장단 회의에서 "기존 사업을 위협하는 아이템이나 사업이 있다면 그 사업을 최우선으로 수용할 것"이라며 옴니채널 구축에 강한 열의를 보였다.
그 결과 롯데는 올해 2월 미래전략센터 안에 옴니채널 연구센터에 해당하는 '롯데 이노베이션 랩'을 설립한데 이어 4월에는 롯데멤버스가 '엘포인트(L.POINT)'라는 이름으로 온오프라인에 걸친 롯데 통합 회원제를 선보였다. 한편에선 옴니채널 구축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다른 한편에선 그룹차원의 빅데이터 활용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계열사들도 옴니채널 구축에 적극적이다. 현재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세븐일레븐은 주요 매장에 '비콘(스마트폰의 위치를 파악해 정보를 전달해주는 기기)'을 설치해 모바일과 오프라인의 연계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고객이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찾아갈 수 있는 '픽업서비스'를 모든 점포에서 시행 중이다. 롯데슈퍼는 오프라인 쇼핑과 큰 차이가 없는 쇼핑환경 구축을 위해 온라인 물류서비스에 힘을 쏟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메이시스와 월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앞다퉈 옴니채널 개척에 나서고 있다"며 "롯데가 보유한 다양한 유통채널을 바탕으로 글로벌 유통기업을 뛰어넘는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