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금융감독원이 제기한 분식회계 의혹을 정면 반박했다.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독자적인 지배력을 상실하면서 해당 시점의 시장가치에 따라 적절한 절차를 거쳐 지분가치를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금감원도 당시 이 회계처리에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윤호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는 2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분식회계가 아니라 회계기준 인식과 적용에 대한 차이"라면서 "이 회계처리를 통해 회사가 얻은 이득은 하나도 없다"라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필요할 경우 행정소송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 에피스 지배력과 지분가치 평가 공정성이 쟁점
금감원은 2016년 상장을 앞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그동안 연결자회사로 회계처리해 오던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보유지분을 투자주식으로 전환해 당기순이익을 대폭 부풀렸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평가 지분가치는 4조8086억원대에 달했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종속기업 투자이익이 대폭 늘면서 설립 이래 계속된 적자에서 벗어나 1조9049억원대 흑자기업으로 단숨에 탈바꿈했다.
분식회계 여부를 판가름하는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잃었는지 또 그렇다면 그 후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가치를 과연 제대로 평가했는지 여부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계속 가지고 있었고, 지분가치 평가도 적정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 투자지분을 연결자회사가 아닌 지분법상 관계회사로 분류한 것 자체에 문제가 있고, 그 후 지분가치 평가도 적절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 "에피스 공정가치, 맥킨지 등 전문가 의견 반영"
▲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6년 10월28일 공시한 회사 투자설명서. 변수에 따라 많게는 최소·최대 적정수치 간 격차가 106.3%포인트의 폭으로 벌어진다./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중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8.8% 가지고 있던 미국 파트너 바이오젠이 2015년 콜옵션 행사 의지를 담은 레터를 보냈다는 사실을 들었다.
바이오젠이 주식을 되살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을 행사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보다 한주 적은 2대 주주에 오르고, 또 관련 약정사항에 따라 이사회 구성이 각사 동일한 수로 맞춰지는 등 독자적인 결정이 어려워지는 만큼 지배력 상실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2015년 한국과 유럽 등에서 에피스 제품이 잇달아 판매승인을 받으면서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가 유력해졌다고도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바이오젠은 아직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았고, 행사기한은 오는 6월 말로 끝난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가치도 제대로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지분법상 관계회사로 회계처리하기 위해 다양한 전문 기관들로부터 자문을 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15년 삼일·삼정·안진 등 3대 회계법인의 적정의견 ▲2016년 금감원 위탁 감리인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적정의견 ▲2016년 참여연대 관련 질의서에 대한 금감원 답변 ▲2017년 금감원에 제출한 국내 회계전문가 6인 의견서 등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특히 금감원도 두 차례에 걸쳐 이 회계처리 방식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김동중 삼성바이오로직스 최고재무담당자(CFO) 전무는 "맥킨지와 같은 컨설팅펌을 비롯해 여러 회계법인의 자문을 받아 정한 내용"이라며 "회사가 임의로 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 "지분가치 역시 셀트리온을 비롯한 바이오시밀러 외에 의약품 아웃소싱사(CMO) 등 여럿과 비교했다"며 "에피스 가치의 적정성은 당시 시장에서 평가받는 부분으로 이야기된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