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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맥주 업체들의 '슬픈 성수기'

  • 2021.07.22(목) 07:00

코로나19 재확산…'가정 시장' 커져
수제·편의점 맥주와 치열한 경쟁 예고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이보다 슬픈 성수기는 없었다' 얼마 전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내놓은 리포트 제목입니다. 주류 업계를 두고 한 표현인데요. 정확히 말하자면 주류 산업 내에서도 맥주 업체들을 지칭한 이야기입니다.

여름은 맥주 업체들의 성수기입니다. 여름(6~8월)이 되면 평소보다 맥주 매출이 40%가량 뛴다고 합니다. 이 기간에 팔린 맥주가 연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가량이라네요. 식당이나 술집 등 유흥시장은 물론 홈술, 혼술로 대표되는 가정 시장에서도 맥주는 불티나게 팔리는 시기입니다. 날이 덥다보니 시원한 맥주가 당기는 것은 인지상정이죠.

하지만 올해 여름은 예전과는 좀 다릅니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재확산해 유흥시장이 급격하게 위축한 탓입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4단계로 강화돼 회식은 물론 지인들과의 만남도 어려워졌습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코로나19 백신 확산'으로 기대감이 컸던 맥주 업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난해에도 코로나19로 주류 시장이 위축하긴 했었는데요.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는 게 업체 관계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실제 지난해 여름에는 8월 중순까지만 해도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완화하는 추세였습니다. 그러다가 장마 이후 다시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해 거리 두기 단계가 2단계로 격상됐죠. 지금처럼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의 사적 모임 금지'와 같은 강력한 조치가 내려지지는 않았습니다.

통상 주류 업계에서 '유흥 시장'과 '가정 시장'의 매출 비중은 6대 4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시대가 된 이후 이 비중이 뒤바뀌었는데요. 유흥시장이 40%, 가정시장이 60%를 차지하게 된 겁니다. 올해 여름은 거리 두기 4단계로 가정시장의 비중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사진=하이트진로 제공.

이에 따라 맥주 업체들은 '가정 시장' 공략에 역량을 쏟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 하이트진로가 자사 대표 브랜드인 '테라'의 가격(출고가)을 내렸는데요. 500㎖ 캔 제품의 출고가를 15.9% 인하했습니다. 캔 맥주는 대부분 가정 시장에서 잘 팔립니다. 캔 제품 가격만 내렸다는 건 가정 시장을 더욱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앞서 국내 맥주 업계 1위인 오비맥주 역시 지난달 자사 브랜드 '한맥'의 500㎖ 캔 제품의 출고가를 10% 낮춘 바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경쟁사인 하이트진로 역시 가격 인하로 맞대응을 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맥주 업체들은 올해 여름을 앞두고 전열을 정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완화하는 데다, 백신 접종도 확산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다소 부진했던 실적을 만회하겠다며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계획은 결국 무산됐습니다. 

한 맥주 업체 관계자는 "인원 제한 등으로 매년 여름 휴가지 등에서 진행해왔던 프로모션도 의미가 없어졌다"며 "영업 사원들도 내근이 원칙인 만큼 적극적인 마케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가정 시장을 제대로 공략하면 될 것 같지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가정 시장의 판도는 유흥 시장과는 다릅니다. 일단 최근 편의점을 중심으로 국내 수제 맥주 브랜드들이 기세를 올리고 있습니다. 술집에서야 고를 수 있는 맥주 브랜드가 한정적이지만, 편의점에서는 아닙니다. 기호에 맞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제품이 매대에 진열돼 있습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일부 수제 맥주 업체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얼마 전 제주맥주가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습니다. '곰표 밀맥주'로 유명한 세븐브로이 역시 내년 상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수제맥주 업체들이 상장을 통해 자금 여력을 갖추고 몸집을 지속해 키운다면 국내 맥주 산업에서 '한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수제 맥주 업체들에게 코로나19는 '기회'입니다. 기존 업체들에는 위협이 될 수 있죠. 장기적으로는 맥주 산업의 판도가 바뀔 수도 있습니다.

더불어 편의점 업체들은 가정 주류 시장을 키워야 합니다. 홈술, 혼술 시장이 커져야 편의점 실적도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사 점포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독특한 수제 맥주를 기획해 내놓고 있습니다. 또 와인이나 막걸리 등 주종을 확대하려 노력하고 있기도 하고요. 실제 올해 여름 와인과 막걸리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합니다. 여름을 맞아 집중적으로 맥주를 팔아야 하는 기존 업체들 입장에서는 곤란한 일입니다.

코로나19는 국내 주류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습니다. 거리 두기 강화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런 변화가 일상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가정 시장에 집중되고 있는 맥주 업체들의 경쟁이 중장기적으로 어떤 흐름을 만들어낼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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