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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Q, '검은 치킨' 선보인 진짜 이유는

  • 2021.11.03(수) 15:45

프랜차이즈도 '괴식' 트렌드 가세
판매보다 MZ세대 '관심'에 초점
노후된 이미지탈피…브랜드 경쟁력 강화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유통업계를 덮친 '괴식'의 파도가 프랜차이즈 시장까지 번졌다. 제너시스비비큐(BBQ)가 오징어 먹물을 활용한 '까먹(물)치킨'을 내놓으며 괴식 대열에 가세했다. 치킨의 전통적 이미지를 버리고 금기로 치부되던 '검정색'을 전면에 내세웠다. 인터넷 밈(Meme)으로 소비되던 괴식을 '친근한 제품'으로 탈바꿈하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괴식 트렌드가 단순히 단기적인 매출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이후 식품·배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다양한 신규 브랜드와 제품들이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요 고객층인 MZ세대에게 기성 브랜드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괴식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BBQ, 괴식에 도전하다

BBQ는 최근 '파더스치킨·까먹치킨·눈:맞은 닭' 등 신제품 3종을 출시했다. 이들은 각자 다른 시장을 겨냥해 기획됐다. 파더스치킨은 레트로(복고) 트렌드를 반영했다. 과거 길거리에서 흔히 만날 수 있었던 '전기통닭'을 재현했다. 또 두 마리를 한 세트로 구성해 양을 늘렸다. 윙·봉으로 구성된 간장치킨에 갈릭 후레이크를 얹은 눈:맞은 닭은 단짠 맛을 극대화해 젊은 여성 소비자들을 겨냥했다.

까먹치킨은 표면적으로 '건강'을 강조한 제품이다. 단백질 함량이 높은 넓적다리살에 오징어 먹물 튀김옷을 입혔다. 최근 인기를 끈 '오징어 게임'과의 연관성은 없다는 설명이다. 이 제품은 '괴식'으로 분류되며 SNS상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식감을 자극하기 어려운 검은 색상이라는 파격적 비주얼이 관심을 끌었다. 먹물 특유의 탄 맛을 전혀 감추지 않아 이색적이라는 평가다.

bbq가 내놓은 신제품 3종. /사진=이현석 기자 tryon@

까먹치킨은 이런 관심 덕에 이젠 '인터넷 밈'으로 자리잡았다. 색다른 제품 소비에 대한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가 까먹치킨에 관심을 가졌다. 이들은 각자 SNS·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제품 체험 후기를 공유했다. 이를 통해 "한 번은 먹어보자"는 트렌드가 형성돼 판매량에도 긍정적 영향을 줬다. BBQ에 따르면 까먹치킨은 기획 당시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BBQ 관계자는 "향수를 불러오는 추억의 메뉴로 기성세대의 입맛을 사로잡고, 색다른 메뉴로 MZ세대의 니즈를 자극해 젊은 소비자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가고자 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는 신제품을 연구·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그렇다면 과연 이런 제품들은 MZ세대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3종 모두 먹어봤다. 파더스치킨은 전기통닭의 감성을 그대로 살렸다. 큰 크기의 닭 두 마리가 눈을 사로잡았다. 손으로 뜯어 먹는 경험도 그대로였다. 갈릭 맛은 일반 간장치킨과 비슷했다. 와사비 맛은 알싸한 느낌이었지만 부담스럽지 않아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 또 눈:맞은 닭은 강한 단짠맛을 갈릭 후레이크가 중화시켜줬다.

까먹치킨의 첫 인상은 일단 부담스러웠다. '현무암'이나 '숯'을 연상시킨다는 소비자들의 비주얼에 대한 평가는 정확했다. 먹는 과정은 일반 치킨과 다를 바 없었다. 순살로 만들어져 한 입에 먹을 수 있어 간편했다. 기본적 맛은 BBQ의 대표 메뉴 '황금올리브 후라이드’와 비슷했다. 넓적다리살만 사용했다는 설명처럼 부드러운 식감을 잘 살린 느낌이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하지만 치킨이라기엔 다소 이질적이었다. 씹으면 씹을수록 먹물의 씁쓸한 맛과 치킨의 맛이 뒤섞였다. 뒷맛은 먹물의 씁쓸함이 대부분이었다. 함께 나온 제주 감귤칩, 백년초 소스를 찾게 만들었다. 이들의 새콤한 맛이 씁쓸함을 다소 중화시키는 역할을 했지만,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다. 결국 까먹치킨을 '제대로' 즐기려면 오징어 먹물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야 할 것 같았다. 스테디셀러로 자리잡기는 '무난함'이 부족했다.

다만 제품의 '콘셉트' 만큼은 확실하게 느껴졌다. 까먹치킨은 천편일률적인 치킨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만들어진 제품이다. 비주얼과 맛 모두 상상할 수 있는 치킨의 범주를 훨씬 벗어나 있다. 때문에 '새로움'에 열광하는 소비자라면 누구라도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BBQ라는 브랜드에 '재미'라는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괴식, 팔려고 만든 제품일까

까먹치킨과 같은 괴식 열풍은 이미 유통업계를 휩쓸고 있다. 금기로 여겨지던 파란색·녹색 제품은 이미 시중에 널리 유통되고 있다. 민트초코는 올 초 품귀현상을 빚었다. 최근 들어서는 맛에도 괴식의 요소를 포함한 제품이 활발히 출시되고 있다. 농심켈로그는 '파맛'에 이어 '팥맛' 첵스를 선보였다. 팔도는 왕뚜껑에 라임을 첨가한 '라임 왕뚜껑'을 내놨고 편의점에서는 '소다맛 호빵'까지 판매중이다.

이들 제품의 목표는 '판매'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시장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마케팅 전략'에 가깝다. 코로나19 이후 가공식품·배달음식 시장은 급격히 성장했다. 신규 브랜드와 제품도 쏟아지고 있다. 유통 채널 역시 자체브랜드(PB)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시장의 주요 소비자인 MZ세대는 이들의 '새로움'에 관심이 많다. 기성 브랜드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제품이 괴식이라는 설명이다.

'팥맛 첵스' 광고(좌)와 '소다맛 호빵'(우)/사진=각 사

실제로 시중에 판매 중인 괴식 제품 대부분은 스테디셀러의 '파생형' 제품이다. 제조사는 괴식 메뉴를 통해 노후한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다. 더불어 신규 브랜드·제품의 홍수 속에서도 기존 제품의 가치를 유지한다. 이미 잘 팔리고 있는 제품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만큼 가존의 룰을 깨더라도 실패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결국 괴식 제품은 최소한의 '안전'을 지키면서도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는 최상의 전략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괴식 제품이 활발히 출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괴식 제품이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기대하는 업체는 거의 없다. 대부분 제품이 한정판으로 출시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라며 "다만 괴식 제품은 MZ세대의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효과가 크다. 앞으로도 특이한 제품의 출시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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