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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체들은 왜 '할머니'에 열광할까

  • 2021.10.31(일) 10:00

[食스토리]식품 업계 '할메니얼' 인기
MZ세대의 '재미·건강' 추구 심리 저격

/그래픽=비즈니스워치.

[食스토리]는 평소 우리가 먹고 마시는 다양한 음식들과 제품, 약(藥) 등의 뒷이야기들을 들려드리는 코너입니다. 음식과 제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부터 모르고 지나쳤던 먹는 것과 관련된 모든 스토리들을 풀어냅니다. 읽다 보면 어느새 음식과 식품 스토리텔러가 돼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얼마 전 한 영상을 흥미롭게 본 일이 있습니다. 64년 차 배우인 김영옥 씨를 내세운 광고였는데요. 농심켈로그가 내놓은 '첵스 팥맛'의 광고 영상이었습니다. 김 씨는 외국인 DJ들과 함께 힙합 음악에 맞춰 춤을 춥니다. 무척 어색한 조합이죠. 하지만 신선하고 재미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인기 유튜버인 박막례 할머니를 모델로 선정한 광고도 눈에 띄었는데요. SPC그룹의 던킨이 출시한 도넛 신제품을 광고하는 이미지였습니다. 던킨은 당시 흑임자 꽈배기와 인절미 라떼 등 이른바 '할메니얼' 트렌드에 맞춘 제품을 내놨습니다. 모델 역시 제품에 맞게 '할머니'를 선정한 겁니다.

국내 식품 업계의 '할메니얼' 사랑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할메니얼은 할머니를 사투리로 한 '할매'와 밀레니얼 세대의 '밀레니얼'을 합성한 신조어인데요. 과거 할머니들이 선호하는 옛날 음식이나 옷 등을 재해석해 즐기는 밀레니얼 세대를 의미합니다. 식품 업계에서는 팥이나 인절미, 흑임자 등을 넣은 제품을 줄줄이 출시하고 있습니다.

농심캘로그 팥맛 첵스(왼쪽)와 던킨의 흑임자 꽈베기 광고. /사진=각 사 제공.

우리나라에서 할메니얼이란 단어는 지난해부터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해외에서는 수년 전부터 할머니(Grandmother)와 밀레니얼을 결합한 '그랜드 밀레니얼'이라는 단어를 써왔다고 합니다. 할메니얼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인 셈입니다.

국내 식품 업체들은 최근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데요. '할메니얼 제품'이 줄줄이 출시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할메니얼은 MZ세대의 취향에 맞춰 내놓은 제품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할메니얼 제품이 식품 업계에서 각광받고 있을까요. 업계에서는 그 이유로 가장 먼저 '재미'를 꼽고 있습니다. MZ세대에게 쑥과 팥, 흑임자 등은 익숙한 음식은 아닙니다. '새로운' 맛입니다. 그래서 2030세대에게 이 음식들은 흥미롭고 재미있는 요소입니다. 새로운 경험이기도 하고요.

MZ세대는 기존 세대와는 다르게 주도적인 소비를 한다는 분석이 많은데요. 빵 하나를 먹더라도 재미와 호기심을 위해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최근 유독 이색 콜라보 제품이 많이 출시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MZ세대는 별 고민 없이 제품을 고르는 게 아니라 주도적으로 물건을 구매하니 기업들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MZ세대가 또 중시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건강'입니다. 할메니얼 제품은 이런 성향과도 맞아떨어집니다. 할머니가 만들어준 음식은 자극적이지 않고 건강할 것만 같습니다. 팥죽이나 인절미 같은 음식들이 그렇습니다. 할메니얼 제품은 이런 인식에 기댄 가공식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식품업계에서 단백질 식품이 뜨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는데요. 젊은 세대들이 자신의 건강을 위해 돈을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덤벨 경제'라는 말도 있는데요. 젊은 세대들이 자신의 몸을 가꾸기 위해  운동을 하면서 관련 산업이 커지고 있습니다. 단백질 식품 역시 덩달아 인기를 끄는 거고요.

실제로 젊은 세대는 과자 하나를 먹더라도 건강을 생각합니다. 식품산업통계정보가 최근 내놓은 리포트에 따르면 20대들은 단백질이 들어가거나 저칼로리 과자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할메니얼은 식품 업체들이 공을 들이는 MZ세대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할 수 있는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습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동시에 건강을 챙길 수 있을 것 같으니 기꺼이 지갑을 엽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게 다가 아닙니다. 할메니얼은 식품 기업들의 '입맛'에도 맞아떨어집니다. '건강'과 '재미'는 비단 MZ세대만 관심 있는 주제가 아닙니다. 다른 세대 역시 주목할 만한 요소입니다. 더욱이 흑임자나 팥, 인절미 등은 시니어 세대의 추억을 자극하는 음식이기도 하죠. 할메니얼은 소비층이 확산할 여지가 큰 시장입니다.

더불어 기업들은 팥이나 쑥, 흑임자 등을 제품에 넣으면서 국내 농가와의 상생을 강조하고 있기도 합니다. 원재료를 국내 농가에서 사들여 제품을 만들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동시에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홍보할 수 있습니다.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는 셈입니다.

가공식품에 '건강'이라는 이미지를 더 하는 건 식품 업계의 오랜 마케팅 전략이기도 합니다. 과거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이와 비슷한 마케팅이 붐을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바로 '신토불이(身土不二)'입니다. 우리 땅에서 난 농산물로 만든 음식이 건강에도 좋다는 뜻입니다. 당시 식품 업체들은 너도나도 신토불이를 외치며 관련 제품들을 내놨었습니다.

이처럼 할메니얼은 소비자들은 물론 기업들의 입맛에도 딱 맞는 트렌드입니다. 일각에서는 할메니얼이 우리 사회의 각박함을 보듬어주는 취향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합니다. 각박한 세상에 지친 이들이 푸근한 할머니의 품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코로나19는 국내 식품 업계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재택근무와 집콕이 일상화하면서 식습관의 변화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에 떠오른 식습관 중 하나가 바로 '할매 입맛'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달부터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는데요. 과연 할메니얼의 인기는 지속할 수 있을까요. 슴슴하고 건강한 맛의 제품들이 오랜 기간 대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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