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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소주'만 들이킨 신세계, 이번엔 '단맛' 볼까

  • 2022.05.07(토) 10:05

[주간유통]신세계, '과일 소주'로 소주 재기 노려
제주소주 실패 경험…정면돌파보다 수출로 우회
발포주·위스키 등으로 확장…성공 여부는 '아직'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부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우회로를 택하다

이 정도면 '집념'으로 봐야 할까요? 아니면 '고집'으로 봐야 할까요? 신세계가 소주 시장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제주소주 실패로 불과 1년여 전에 소주 사업 철수를 선언했었는데 말이죠. 다만 이번에는 제주소주처럼 정면 승부를 벌이는 것은 아닙니다. 우회로를 택했습니다. 제품도 일반 소주가 아닌 '과일 소주'입니다. 국내 시장에서는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이제는 시들한 그 아이템입니다.

신세계가 타깃으로 삼은 곳은 동남아시아 시장입니다. 동남아 시장에서는 국내와 달리 현재 과일 소주가 큰 인기입니다. 현지에서는 여전히 한류가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여기에 편승해 달콤한 맛의 과일 소주가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제주소주로 국내 소주 시장 진입을 노렸다가 호되게 당한 신세계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아이템이었을 겁니다.

/사진제공=신세계L&B

다시 소주로 정면 승부를 펼치기에는 신세계도 부담스러웠겠죠. 신세계는 제주소주 사업을 접으면서 지난 1년여 동안 제주도에 위치한 제주소주 공장을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과일 소주를 생산하게 되면 이 시설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동남아 시장에서 과일 소주를 통해 국내 소주 시장 재진출에 대한 가능성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습니다.

신세계에게 과일 소주는 여러모로 활용가치가 높은 아이템인 셈입니다. 신세계는 지난 2016년 제주소주를 인수하면서 야심 차게 소주 시장 진출을 선언했습니다. 주류 사업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의지가 강력하게 반영됐다는 후문이 많았습니다. 일단 전망은 좋았습니다. 국내 1위 대형마트인 이마트를 갖고 있는 만큼 유통 채널에는 문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현실의 벽은 높았다

하지만 이마트를 활용해 제주 소주의 저변을 넓히겠다는 신세계의 생각은 너무도 안일한 생각이었습니다. 국내 소주 시장은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이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다음으로는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이 있죠. 이외에도 각 지역 주류 업체들이 다양한 브랜드의 소주를 내놓고 있습니다. 국내 소주 시장은 오랜 기간 이런 구도가 유지돼왔습니다. 그만큼 공고하다는 이야기죠.

신세계는 이마트의 유통망만 잘 활용하면 이런 구조를 깰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신세계는 푸른밤 시리즈의 소주를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시장 상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제품의 차별화보다는 마케팅에만 의존하려 했던 신세계의 전략이 얼마나 빈약했는지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푸른밤은 돌풍은커녕 찻잔 속의 태풍도 일으키지 못하고 사그라들었습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국내 소비자들의 소주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는 높습니다. 획기적인 무엇인가가 있지 않은 이상 쉽게 소주 브랜드를 바꾸지 않습니다. 신세계는 이런 점을 간과했습니다. 실제로 제주소주는 2016년 19억원이었던 영업손실이 2019년에는 140억원까지 늘어났습니다. 팔수록 적자였던 셈입니다. 워낙 적자 상황이 오래 지속되다 보니 한때 제주소주 매각설이 돌기도 했었습니다.

결국 신세계는 소주 사업을 접습니다. 업계와 시장에서는 '당연한 결과'로 봤습니다. 소주 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과 제품의 차별화 없이 오로지 자신이 갖고 있는 유통망만을 믿고 뛰어들었던 만큼 신세계의 소주 시장 철수는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었습니다. 신세계는 제주소주를 통해 국내 소주 시장이 얼마나 견고한지를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됐을 겁니다. 물론 비싼 수업료를 치르긴 했지만요.

기회를 엿보다

하지만 신세계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비싼 수업료를 치르면서 배운 만큼 이번에는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려 한 듯합니다. 과일 소주를 전량 해외로 수출하겠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입니다. 제주소주의 유휴 시설을 다시 가동하면서 국내 시장이 아닌 해외 시장을 통해 가능성을 타진해 보겠다는 메시지인 셈입니다.

신세계의 과일 소주가 동남아에서 인기를 끈다면 신세계로서는 제품 생산에 있어 노하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마케팅 포인트도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이는 향후 신세계가 국내 소주 시장에 재진출할 때 요긴하게 쓰일 데이터들입니다. 신세계가 과일 소주의 동남아 수출을 통해 궁극적으로 얻으려는 것도 이런 부분일 겁니다. 아직은 정면승부를 할만한 실력도 체력도 비축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단위 : 억원

신세계의 주류 사업에 대한 관심은, 엄밀히 이야기해 정 부회장의 주류 사업에 대한 관심은 이미 조금씩 구체화되고 있었습니다. 국내 1위 와인 유통 업체인 신세계L&B를 활용해 주류 사업 전반에 대한 영역 확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신세계L&B는 와인으로 이미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신세계L&B의 실적도 와인이 견인하고 있죠. 그런 만큼 이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최근 발포주를 선보이면서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와 오비맥주의 '필굿'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 대표적입니다. 여기에 미국 와인 양조장 '셰이퍼 빈야드'도 인수했습니다. 이미 잘 하고 있는 와인은 더욱 강화하고 발포주를 통해서는 맥주를, 과일 소주를 통해선 소주를 노리는 셈입니다. 최근에는 위스키 시장 진출도 타진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술에 진심입니다.

성공 가능성은

업계에서는 신세계의 과일 소주 수출에 대해 일단 크게 반응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내심 신세계가 어떤 행보를 가져갈지에 대해서는 유심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신세계가 주류 사업에 있어서는 후발주자이지만 대형 유통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제주소주 실패로 얻은 교훈 등을 바탕으로 새로운 전략을 구사한다면 어찌 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발포주에 이어 위스키 시장 진출까지 염두에 뒀다는 사실은 신세계가 주류 사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방증입니다. 그런 만큼 신세계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 신세계가 새롭게 진행하고 있는 발포주나 과일 소주 등은 이미 경쟁사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곳입니다. 따라서 신세계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업계 관계자는 "사실 신세계가 제주소주를 접을 때도 언젠가는 다시 뛰어들 것으로 다들 예상하고 있었다"면서 "다만 시기가 예상보다 생각보다 빨라졌다. 그만큼 최고 경영진의 의지가 강하다는 증거다. 하지만 소주 시장이든 맥주 시장이든 기존 업체들의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 신세계가 무언가 확실하고 차별화된 것을 보여주지 못하면 제주소주의 전철을 다시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과거 제주소주는 '정용진 소주'로 불리며 출시 초반 반짝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후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졌습니다. 술을 좋아하는 분들은 아실 겁니다. 소주에는 쓴맛뿐만 아니라 단맛도 있다는 것을요. 소주의 쓴맛만 들이킨 신세계가 이번에는 쓴맛 아래 은은히 깔려있는 단맛을 볼 수 있을까요. 애주가로 알려진 정 부회장이 이번에는 어떤 맛을 보게 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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