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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삼양 '웃고' 농심·오뚜기 '울었다'…희비 가른 한방은

  • 2022.11.16(수) 06:50

[워치전망대]매출 증가…웃지 못한 농심, 오뚜기
CJ제일제당, 삼양식품 '글로벌 사업' 효과 톡톡
"국내에선 한계" 해외서 수익성 찾는 식품업계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식품업계가 지난 3분기 높은 매출 증가율을 보였다. 가격 인상에 따른 본격적인 효과가 나타나면서다. 반면 영업이익에서는 극명한 희비가 엇갈렸다. CJ제일제당과 삼양식품은 '질주'를 지속했지만 농심, 오뚜기, 대상 등은 '부진'을 이어갔다. 단순 외형만 키우는 데 그쳤다. 이는 글로벌 사업 역량에서 비롯된 결과다. 내수 기업들은 고환율,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직격타를 받았다. 

'매출'은 올랐는데

16일 업계에 따르면 대다수 식품기업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식품업계의 맏형 CJ제일제당은 지난 3분기 사상 처음으로 분기 기준 매출 5조원(CJ대한통운 제외)을 돌파했다. 전년 동기보다 21.7% 늘어난 5조1399억원을 기록했다. 농심의 매출액도 같은 기간 20.8% 증가한 8130억원, 삼양식품은 30.84% 증가한 2115억원, 오뚜기는 16.2% 늘어난 8216억원, 대상은 15.9% 증가한 1조161억원을 달성했다. 동원F&B도 지난 3분기 매출액이 15.5% 늘었다.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식품기업의 매출 증가는 가격 인상에 따른 영향이 컸다. 식품업계는 올해 초부터 가격을 올려 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가 이유였다. 곡물과 유가 등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제조원가율 방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냉동식품부터 통조림, 라면까지 대부분의 식품 가격이 올랐다. 가격 인상분의 실적 반영까지는 적어도 3개월까지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가정간편식과 신선식품류의 판매 증가 등도 호재로 작용했다. 해외 시장에서의 선전도 따랐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 가격 인상분이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한 데다, 가정간편식과 선선식품류의 판매량이 호조세를 보였다"고 했다. 이어 "K푸드의 인기에 글로벌 식품 매출이 증가한 영향도 있었다"며 "4분기부터는 본격적인 회복세가 나타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악화한 '영업이익'

반면 매출은 영업이익과 반대로 뒷걸음질 쳤다. 많게는 두 자릿수까지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고환율과 계속된 원부재료 가격 상승의 여파다. 실제로 오뚜기는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4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5% 감소했다. 농심도 6.2% 감소한 273억원, 대상도 4.0% 줄어든 344억원, 동원F&B도 8% 감소한 451억원으로 나타났다. '외형'만 커졌을 뿐 '내실'은 악화한 셈이다.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안정세를 찾던 원부자재 가격이 오름세로 돌아선 것이 치명타였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곡물가격지수는 지난달 152.3으로 2개월 연속 상승했다. 해당 지수는 2020년까지 평균 수치가 100을 밑돌았지만 지난해 125.7로 치솟았다. 유가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이 현실화하면서 다시 상승세다. 여기에 고환율이 수입의존도가 높은 식품기업의 부담을 키웠다. 이 때문에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4분기 실적 개선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많다.

물론 어려움 속에서도 질주를 이어간 곳도 있다. 글로벌 사업이 탄탄했던 기업들이다. 상대적으로 고환율 등의 악재를 피할 수 있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보다 20% 증가한 3867억원을 기록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등 브랜드로 해외에서 활발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같은 기간 삼양식품의 영업이익도 27.24% 증가한 193억원을 달성했다. 삼양식품은 최근 불닭볶음면 등의 제품의 인기로 해외 매출 비중이 내수 매출보다 높은 기업으로 성장했다. 

해외서 기회 노린다

식품업계는 수익성 개선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가격 인상이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계속된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원성이 거세다. 추가 가격 인상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생산원가 절감 노력도 한계가 있다. 할 수 있는 '단기 처방'은 거의 다 사용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당장의 실적 호조보다 장기 대책 마련에 나서는 분위기다. CJ제일제당과 삼양식품처럼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국내 대신 새로운 시장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국내 시장은 한계가 뚜렷한 시장이다. 인구 감소로 내수가 더 이상 커지기 어렵다. 식품 가격이 곧바로 물가로 직결돼 원재료 가격 상승에 대처하기도 힘들다. 여러 규제로 생산비 절감에도 한계가 많다. 반면 해외 시장은 성장의 여지가 많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국가가 많다. 많은 인구에 규제 완화까지 기업 진출에 좋은 환경도 갖추고 있다. 'K-컬쳐'의 영향에 분위기도 좋다. 식품기업들은 해외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농심은 지난 5월 캘리포니아에서 미국 제2공장의 준공식을 갖고,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농심은 2025년까지 북중미 시장에서 매출 8억달러(약 1조1400억원)을 올리겠다는 목표다. 대상은 폴란드 현지 기업과 합작 법인을 설립했다. 현지 기업의 생산 시설과 유통망으로 김치를 유럽 시장에 본격적으로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풀무원은 최근 중국 베이징 파스타공장 생산라인을 증설했다. 풀무원은 앞으로 연간 생산량이 기존 4500만개에서 1억개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시장에 안착한 기업은 글로벌 파잉 파워 등으로 여러 악재를 피해갈 수 있었다"며 "팬데믹 '집콕' 효과까지 사라지며 내수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시장은 소비 침체와 인구 감소라는 한계성이 뚜렷한 시장"이라며 "해외에 생산 거점을 늘리는 등 업계의 글로벌 투자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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