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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이냐 '다이'냐…셈법 복잡해진 인천공항 면세점 '베팅'

  • 2022.12.30(금) 07:19

내년 2월 신청…사업권 7개로 통합
계약 기간 10년, 여객당 임대료 변화
잠재성 무시 못해…업계 '눈치싸움' 가속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코로나19 이후 세 차례나 유찰됐던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전이 재개됐다. 임대료 산정 방식, 사업권 통합 조정 등 이전과 달리 많은 조건이 바뀌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고환율 등 불확실성이 커진 면세업계의 현실을 반영했다는 게 공항공사 측의 설명이다. 

다만 면세업계에서는 여전히 아쉽다는 반응이 많다. 업계가 요구했던 '매출 연동제'는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업권 통합 역시 비선호 매장을 인기 매장에 끼워 넣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업계는 공고를 면밀히 검토해 입찰 참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여객당 임대료' 도입

지난 29일 인천국제공항공사(공항공사)는 제1여객터미널·탑승동·제2여객터미널 면세점 입찰공고를 게시했다. 입찰 사업권은 일반 사업권 5개(63개 매장, 2만842㎡), 중소·중견 사업권 2개(총 14개 매장, 3천280㎡) 등 총 7개다. 계약 기간은 기본 10년이다. 기존 '기본 5년+옵션 5년'에서 크게 늘었다. 이는 최근 기획제정부의 세법 개정에 따른 조치다.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공고의 사업권 7개는 기존 15개의 사업권을 대폭 통합한 숫자다. 이 때문에 제1여객터미널(T1)·제2여객터미널(T2) 매장과 상대적으로 사업자 선호가 낮은 탑승동 매장이 함께 묶였다. 사업권 품목도 조정됐다. 타 유통채널 대비 가격경쟁력이 떨어진 향수·화장품 품목이 수요가 높은 주류·담배 품목과 결합됐다. 이는 공항공사 입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임대료 산정 방식은 '여객당 임대료'로 바뀌었다. 공항 여객 수에 사업자가 제안한 여객당 단가를 곱해 임대료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최소보장액' 기반의 고정 임대료 형태였다. 공항공사 측은 "여객당 임대료 방식은 여객이 급변하는 코로나19 등과 같은 상황에서 경영의 불확실성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업자 선정 방식도 바뀌었다. 공항공사가 사업자를 복수 선정해 관세청에 통보한 후 관세청이 공사 평가결과를 50% 반영해 1곳의 최종 낙찰자를 선정한다. 입찰 일정은 내년 2월 21일부터 진행된다. 신규 사업자가 운영을 개시하는 시기는 내년 7월로 예상된다.

면세 업계 분위기는

업계 한숨 소리는 여전하다. 가장 큰 불만은 임대료 산정 방식이다. 여객 수가 면세점의 매출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크다. A 면세점 관계자는 "현재 해외 관광객의 대다수는 동남아시아 지역에 국한되는데, 면세점 입장에서 객단가가 높지 않은 고객층"이라며 "여객당 임대료는 중국 관광객이 돌아와야 효과를 볼까말까한 조치"라고 했다.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업계는 그동안 '매출 연동제' 도입을 공항공사에 요구해왔다. 이는 면세점의 매출에 따라 임대료를 내는 방식이다. 앞서 공항공사는 한시적으로 매출 연동제를 도입했다. 이 혜택은 올해 종료된다. 업계는 내심 이번 입찰에 매출 연동제가 공식화되길 기대했다. 실제로 김포·김해·제주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도 앞서 매출 연동제를 도입했던 바 있다. 

사업권 통합과 품목 조정에 대한 아쉬움도 나온다. 앞선 관계자는 "사실상 탑승동 매장은 손님이 거의 찾지 않아 사업자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곳"이라며 "이를 터미널 매장과 묶은 것은 일종의 '끼워팔기'"라고 말했다. 이어 "품목 조정 역시 향수와 화장품이 최근 온라인 쇼핑으로 경쟁력이 떨어지자 인기가 많은 담배·주류와 묶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물론 공항공사는 늘어나는 적자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이들 역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3년째 적자를 보고 있다. 공항공사는 지난 2020년 1월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같은 해 4268억원과 이듬해 754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적자도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항공사도 이젠 '막다른 골목'에 몰린 셈이다.

'콜'이냐 '다이'냐

입찰 참가를 두고 업계의 셈법은 더 복잡해진 모양새다. 여객당 임대료가 아쉽지만 향후 인천공항 면세점의 잠재력을 무시할 수 없다. 엔데믹이 본격화되면 공항면세점이 다시 '대박'을 터트릴 가능성이 많다. '한국의 대문'이라는 상징성도 놓치기 힘들다. 여기에 따른 면세점 홍보 효과가 상당하다. 특히 공항면세점은 유명 명품 브랜드와 계약하기 위한 필수 코스다.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중국이 최근 '위드 코로나' 전환을 선포한 것도 고려해야 할 점이다. 이들이 다시 몰려오기 시작하면 과거와 같은 전성기를 되찾을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전이던 2019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의 연간 거래액은 2조억원에 달했다. 운영 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난 만큼, 이번 입찰에서 패배한 면세점은 다음 입찰까지 수년을 기다려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베팅을 감행하기도 쉽지 않다. 자칫 발을 잘 못 들였다간 수년간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 중국이 위드 코로나에 성공할지도 미지수다. 해외 여행 해제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한령' 등 한중간 정치적인 문제도 풀어야 한다. 게다가 온라인화로 공항 면세점의 중요도는 날로 떨어지고 있다. 

업계도 이번 입찰전의 흥행 여부를 쉽게 예단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 대형 면세점 관계자는 "공항공사 측의 임대료 체계 변경은 충분히 긍정적인 부분이나. 여객당 임대료 역시 그동안 업계가 입은 타격을 고려하면 여전히 부담스러운 측면이 많다"면서도 "업계가 보수적인 선택을 이어갈지 이번엔 베팅을 감행할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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