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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아도 너무 많아" 유통업계 '○페이' 사활 건 까닭

  • 2023.03.30(목) 07:20

간편결제 주도권 경쟁…유통업 승패 '좌우'
록인효과·고객데이터 확보…미래의 승부처

유통업계에 간편결제 서비스인 '페이' 경쟁이 뜨겁다. 애플페이가 이달 국내에 상륙하면서 더 후끈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업계는 애플페이 도입을 준비하면서도 한편으론 자사 페이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새로운 수익 창출은 물론 고객 데이터 등을 얻을 수 있어서다. 이미 시장이 포화 상태라는 평가에도 업계가 간편결제 서비스를 절대 포기하지 않는 이유다. 

페이 서비스만 '50여종'

30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 유통기업들은 각자 자체 페이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다. 온·오프라인 통합 간편결제 서비스를 내놓는 등 투자를 이어가는 중이다. 각 계열사를 연결해 고객 유입률을 늘리려는 것이 목표다. 대표적인 서비스로는 신세계의 'SSG페이', 롯데의 'L.PAY(엘페이)', GS리테일의 'GS페이', 쿠팡의 'COUPAY(쿠페이)', 지마켓의 'Smile Pay(스마일페이)' 등이 있다.

유통업계 주요 간편결제 서비스 현황 / 그래픽=비즈워치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5년 백화점 업계 최초로 신세계 백화점, 이마트, 트레이더스 등 계열사에서 사용이 가능한 SSG페이를 출시했다. 이후 롯데쇼핑도 백화점, 마트, 토이저러스 등에서 사용 가능한 L.PAY를 내놨다. 2021년 'GS페이'를 론칭한 GS리테일도 제휴사를 넓히며 가입자를 늘리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도 지난해 3월 그룹 통합 간편결제 서비스 'H포인트페이'를 출시했다.

이커머스에서 가장 많은 회원 수를 보유하고 있는 서비스는 쿠팡의 쿠페이다. 지난해 4월 말 기준으로 쿠페이 회원 수는 2453만명이다. 포털까지 영역을 확장하면 경쟁자는 더 많다. 네이버페이의 회원은 3000만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휴대폰 제조사, 금융사도 페이에 뛰어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시중에 출시된 간편결제 서비스만 약 50종에 이른다. 

너도나도 뛰어든 이유

이처럼 페이 서비스가 우후죽순인 상황이다. 그럼에도 업계가 힘을 쏟는 이유는 시장 성장세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간편결제시장 규모는 해마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 1일 평균 간편결제 거래액은 2020년 4009억원, 2021년 559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엔 상반기에만 7232억원까지 급증했다. 지난해 하반기 통계치까지 더하면 1조원 돌파는 유력시되고 있다.

온오프라인 구분이 사라지고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충성 고객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도도 있다. 한번 자체 페이를 등록한 고객들은 이를 계속해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편리성과 혜택 때문이다. 이른바 '록인 효과'(Lock-in)다. 장기적으로는 '데이터' 싸움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간편결제를 통해 쌓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빅데이터화해 향후 '맞춤 마케팅'을 구현하겠다는 복안이다.

신사업 확장의 기회로 보는 측면도 있다. 자체 결제 시스템을 통해 수수료 절감 효과도 누리고 넓은 고객 기반을 토대로 금융업을 연계한다면 추가 수익원 확보가 가능해서다. 그야말로 '1석4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향후 업의 승패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더 뜨거워지는 경쟁

소비자 측면에서도 편의성이 크다. 온·오프라인 상거래 결제 시스템 이용 시 추가적인 공인인증서 인증이나 카드 정보 입력이 필요 없다. 사전 등록 비밀번호와 카드 정보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여기에 페이 서비스 사용에 따르는 혜택도 크다. 고물가가 극심한 상황에서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략적으로 페이를 사용하는 이들도 많다. 

때문에 업계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이달 애플페이의 국내 상륙으로 더 뜨거워지는 양상이다. 애플페이는 글로벌 1위 간편결제 서비스다. 글로벌 사용자만 2억 명이 넘는다. 이를 경계하는 곳이 많다. 네이버페이는 최근 결제금의 1% 포인트를 제급하는 '네이버페이 현장결제' 가맹점을 편의점, 식음료점(F&B), 마트 등 생활밀착형 업종을 중심으로 확대하고 있다. 

신세계는 아예 애플페이 도입을 보류했다. 자사 SSG페이 보호 차원이라는 분석이 많다. 신세계는 국내에 많은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갖고 있다. 신세계가 애플페이를 도입하게 되면 적을 도와주는 꼴이 되는 셈이다. 신세계 측은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도입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지갑 없는 사회'가 앞으로 더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건은 이 틈에서 유통사들이 경쟁력을 드러낼 수 있는가다. 유통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통사가 B2C의 최전선에 있는 만큼, 간편결제 서비스는 절대 놓칠 수 없는 분야"라며 "결제 속도와 범위 등 앞으로 업계가 어떤 차별화된 전략과 기술을 보여줄 수 있는지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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