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르포]"빠져나갈 수 없는 매력"…'명동의 등대' 다이소의 컴백

  • 2023.04.03(월) 06:50

외국인으로 북적이는 다이소 명동
층마다 다른 콘셉…500평 규모 달해
식품·뷰티·캐릭터 상품군 등 인기

시즌 상품과 계산대가 있는 명동 다이소 1층이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일본말을 쓰는 여성 손님이 마스크팩을 열 개를 집어 쇼핑백에 넣는다. 옆에서는 중국 손님이 매장 직원에게 "클렌저"를 어색한 영어로 말하며 상품 찾기가 한창이다. 한 동남아시아 관광객은 상품이 신기한 듯 생활 용품 코너에서 발길을 떼지 못한다. 그의 검은색 장바구니에는 과자 등 간식거리가 가득하다. 총 12층을 오르는 엘리베이터는 쉴 틈이 없다. 

외국인이 가득한 이곳은 면세점이나 관광지가 아니다. 균일 할인점인 다이소의 명동역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때 문을 닫았었지만 지난달 1일 리모델링을 거쳐 다시 문을 열었다. '다이소 강남고속버스터미널점'에 이어 서울에서 두 번째로 큰 다이소 매장이다. 1층~12층까지 약 1653㎡(500평) 규모다. 층마다 밝게 빛나는 흰 조명으로 '명동의 등대'라고 불리기도 한다. 

명동의 만물상

지난달 31일 찾은 다이소 명동역점.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엘리베이터 앞 긴 줄이 눈에 들어왔다. 엘리베이터를 포기하고 계단을 이용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대부분이 중국 일본 등 외국인 관광객이다. 최근 명동 상권은 엔데믹으로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하늘길이 열리며 해외 관광객이 다시 늘고 있다. 덕분에 다이소 명동역점도 다시 여행명소로 떠오르는 중이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손님들, 중국 일본 등 외국 관광객이 많았다.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점심시간을 틈타 방문한 인근 직장인들도 많았다. 남녀노소 손님도 다양하다. 다이소는 상품을 사지 않아도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다이소 명동역점은 ‘만물상’이다. 1층은 시즌 상품과 계산대 ▲2층은 미용·패션·악세서리 ▲3~4층 문구·팬시용품 ▲5층 식품·일회용품 ▲6~8층 주방·욕실용품 ▲9층 인테리어·용품 ▲10층 원예·조화·반려동물 ▲11~12층 취미용품 등으로 구성됐다.

다이소는 이번 재개점으로 층별 카테고리를 재구성했다. 외국인 관광객 매출 비중이 높다는 특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외국인 관광객이 주로 찾는 식품 카테고리를 가운데인 5층에 배치했다. 매출 비중이 높은 뷰티와 문구 등 카테고리는 낮은 층에 놓았다. 엘리베이터 옆에는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로 작성된 매장 층별 가이드북도 비치해 뒀다. 

빠져나갈 수 없는 매력

실제로 이날 손님이 가장 붐비는 곳은 5층 식품·일회용품 매장이었다. 라면과 김 등 K푸드를 경험해보려는 젊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볐다. 특히 한국 여행을 마치고 귀국 선물을 구입하려는 관광객도 많았다. 가격이 비싸지 않은 것이 장점이다. 매장 직원은 "가격대가 부담스럽지 않으니 귀국해서 지인들에게 선물하는 용도로 상품을 사러오는 외국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층별 중간중간 포토존과 쇼룸 등도 마련됐다. 외국어로 안내된 층별 설명 /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2층에서는 K뷰티의 저력을 느낄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한류스타 덕분에 인기를 얻은 한국 화장품을 살펴보는 젊은 여성 외국인들이 많았다. 매장 직원은 외국 손님들을 안내하느라 진땀을 빼기도 했다. 한 중국 손님이 중국어로 상품 위치를 물어보자 직원들이 모여 어떤 상품을 찾는지 확인하려 애썼다. 그는 원하는 클렌저 상품을 발견하자 기분 좋은 듯 웃음을 지었다. 

층마다 상품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느덧 계단을 오르다 보니 인테리어, 원예, 세탁 등 카테고리가 있는 6층까지 올라왔다. 다이소는 상품으로 고객을 유인하고 자연스럽게 고층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동선을 짰다. 외국인들 사이에서 '명동에 가면 한 번쯤은 가볼 만한 곳'이라는 소문이 퍼져 있는 이유다. 많은 상품과 가성비 전략이 외국인에게도 통하고 있는 셈이다.

알짜 매장된 명동

다이소 명동점은 2017년 6월 처음 문을 열 당시에는 8층 짜리 매장이었다. 건물 전체가 다이소 매장이라는 점이 SNS에서 유명해지며 주목을 받았다. 명동에 위치해 별다른 홍보 없이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 다이소는 2019년 말에는 매장을 11층까지 키웠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5층으로 매장 규모가 줄었다. 이마저도 어려웠는지 지난해 4월에는 문을 닫기도 했다.

다이소 명동 / 사진=아성다이소

명동 상권 회복으로 명동점은 다시 '알짜 매장'이 되고 있다. 특히 엔데믹이 본격화되고 있는 점이 기대를 키운다. 중국도 최근 코로나19 봉쇄정책을 끝내고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나섰다. 해외여행의 빗장을 완전히 푼다면 명동점도 수혜를 입을 수 있다. 시장분석 업체인 나이스 지니데이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명동 주요 상권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4.8% 증가했다.

한편 다이소는 조용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 침체와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굳건한 성장세다. 다이소의 운영사 아성다이소는 2019년 2조2362억원, 2020년 2조4216억원, 2021년 2조604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소비자들이 고물가에 소비를 줄였지만 다이소 판매 제품은 구매하기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의 생활용품으로 구성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