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앤코의 사칭 사이트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30일 티파니앤코를 사칭해 판매하는 해외쇼핑몰 주의보를 발령했다.
58만원짜리 제품이 6만원대?
직장인 김 모씨는 지난 10일 출근길 버스 안에서 인스타그램 광고로 티파니앤코 85% 할인 게시물을 보게 됐다. 광고가 반복해서 뜨자 김씨는 호기심에 해당 사이트에 들어갔다. 사이트에선 정가 58만원 상당의 '리턴투하트 목걸이'를 6만원대에 할인해 판매하고 있었다. 그 외 다른 상품들도 할인해 10만원대를 넘지 않았다.
이 사이트는 15분 뒤 팝업 세일이 종료된다며 분, 초 단위로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보여주며 결제를 독촉했다. 김씨는 결국 리턴투하트 목걸이를 6만5933원에 결제했다. 그러나 결제 후 저렴한 가격에 의심이 들었다. 가품 혹은 해외배송일텐데, 김씨는 개인통관고유부호를 입력한 적이 없었다.
김씨는 PC로 이 홈페이지에 재접속했다. 하지만 티파니앤코가 아닌 쌩뚱맞은 주얼리 브랜드 사이트가 떴다. 다시 모바일로 접속하니 제품을 결제했던 티파니앤코 사이트로 보였다. 김씨는 수상함에 주문확인 메일이 온 판매처 주소로 환불 요청을 했지만, 발신이 불가한 주소였다. 결제 당일 카드사에 해외결제차단을 신청하고, 판매처에 수십통의 메일을 보냈다.
김씨의 경우 다행스럽게 8일 만에 카드결제가 취소된 사례다. 사칭사이트에서 결제한 뒤 배송이나 주문 취소가 안되는 일을 겪은 이들이 다수다. 티파니앤코 사칭 사이트 피해자 오픈채팅방엔 지난 17일 기준 120여명 이상이 모였다. 30일 오후 현재 이 오픈채팅방은 '대화상대가 많아 참여할 수 없다'고 뜨며 입장 불가 상태다.
비즈워치가 직접 티파니앤코 사기 사이트에 들어가봤다. 사이트는 매우 정교했다. 광고모델인 블랙핑크 로제가 홈페이지에 들어가자마자 등장했다. 사이트 주소는 www.tiffluxurys.com, www.tiffeternal.com 등 여러개다. 공식 홈페이지와 비슷한 주소형식을 띄어 착각하도록 유도했다.
사이트 내 제품 사진들도 공홈과 거의 동일했다. 제품명은 물론 사이즈 가이드, 제품 디테일 내용, 고객 리뷰까지 게재하고 있다. 이외 고객관리나 회사정보 등도 탭으로 마련돼 있었다. 모바일에서는 티파니 관련 제품들을 취급하지만, 해당 링크를 공유해 PC에서 접속하자 다른 주얼리숍이 나왔다.
사칭사이트 피해자들은 환불에 성공한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한 피해자는 해당 업체의 실시간 상담채팅 들어가서 환불 요청한 후 주문금액, 구매사이트, 주문번호 등이 적힌 환불 확정 답변메일 받아야 한다고 후기를 공유했다.
이 피해자는 "본인의 주문번호를 반드시 기재해 강한 어조로 환불 요청하길 바란다. '즉시 환불하지 않으면 홍콩경찰과 한국경찰에 신고하겠다. 당장 환불해라' 등의 내용을 보냈다"고 했다.
또 "실시간 상담 채팅 페이지로 접속하는 그 링크에 악성코드 있다고 하니 PC방 가서 하거나 폰으로 접속했다면 백신을 깔아서 악성코드 검사해보라"고 팁을 나눴다.
티파니앤코 측은 현재 티파니 제품은 공식 티파니 매장과 티파니 카카오선물하기 채널을 통해서만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티파니앤코 측은 "사칭 사이트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공식적으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나치게 저렴하면 의심해야
한국소비자원은 이날 티파니앤코를 사칭해 판매하는 해외쇼핑몰 주의보를 발령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구매자들은 주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광고를 통해 사칭 쇼핑몰에 접속했다.
접수된 상담 내용 중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한 후 정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취소 및 반품을 요구했으나 판매자가 응답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가장 많았다.
한국소비자원은 판매자에게 사실 확인 및 불만 처리를 요청하는 전자우편을 발송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판매자 정보가 명확하지 않아 피해 해결이 어려울 것이란 판단이다.
해당 웹사이트에서는 이메일 주소 외에는 사업자 주소지 등 다른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 이용약관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법률이 적용된다고 표시돼 있으나, 신용카드 승인 내역에는 홍콩으로 추정되는 사업자명이 기재돼 있었다.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용하려는 쇼핑몰이 브랜드의 공식 판매사이트인지, 신뢰할 수 있는 판매자인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시장 가격보다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경우, 가짜 제품이거나 사기성 판매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신용(체크)카드로 결제한 경우, 제품이 장기간 배송되지 않거나 구매한 것과 전혀 다른 상품이 배송되는 등의 피해가 발생하면 증빙자료를 갖춰 결제한 신용카드사에 '차지백 서비스' 등을 신청할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해당 웹사이트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또 유사한 피해를 입은 소비자는 결제 내역, 주문취소 요청 내역 등의 증빙자료를 갖춰 국제거래 소비자포털로 상담을 신청할 것을 안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