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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도 잘 팔린다…컬리, 차별화 핵심은 '희소가치'

  • 2025.02.13(목) 07:10

대량매입보다 개인 취향 맞춤형 전략
특이 품종이나 제품 찾아 소량 매입

그래픽=비즈워치

컬리가 특별한 식재료를 발굴해 판매하는 '희소가치 프로젝트'를 강화하고 있다. 품종, 생산환경, 재배방식 등의 측면에서 희소가치가 있어 다른 유통 채널에서 찾아보기 힘든 식재료만을 모아 소개함과 동시에 가성비 중심의 이커머스 생태계의 빈틈을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사과 말고 시나노골드 주세요"

최근 유통업계의 과일 마케팅에는 큰 변화가 생겼다. 이전까지는 크기나 당도, 유명 원산지를 강조하는 게 중요했다면 최근엔 '품종'이 가장 우선시되고 있다. 유통 기업들은 산지를 방문해 신품종 과일을 찾고 농민들은 다양한 품종을 조합해 매년 새로운 품종을 개발해 낸다. 불과 2~3년 새 바뀐 풍경이다. 

이 풍경의 중심엔 컬리가 있다. 컬리는 지난 2022년 6월 '희소가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희소가치 프로젝트는 컬리의 장점인 '큐레이션' 역량을 극대화한 기획이다. 품종, 생산환경, 생산과정이 특별한 식재료를 발굴하고 소개한다. 단순히 요즘 인기를 끌어 수량이 적은 제품을 확보하는 게 아닌, 상품 자체의 희소성에 포커스를 맞췄다.

다양한 사과의 품종/사진제공=컬리

컬리는 희소가치 상품의 기준을 △다양한 품종의 상품 △생산환경과 생산방식이 특별한 상품 △미식 경험을 확장해주는 상품 △지속가능 방식으로 생산한 상품 등 4가지로 정하고 이 중 2개 이상을 충족한 상품에만 '희소가치' 타이틀을 붙인다. 

대표적인 예로 컬리의 '7일 향미'를 들 수 있다. 7일 향미는 2022년 충청남도 농업기술원이 개발한 '향진주'라는 신품종 쌀이다. 이름 그대로 도정 후 7일간만 판매한다. 쌀 고유의 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컬리에서 판매 중인 7일 향미/사진제공=컬리

이를 위해 도정 직후 컬리 물류센터에 입고하고 7일간 판매 뒤 폐기된다. 7일 향미는 신품종 쌀인 동시에 도정 후 7일간만 판매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다양한 품종'과 '생산방식이 특별한 상품' 기준을 만족시킨다. 

아주까리 검정밤콩의 경우 '미식 경험을 확장해 주는 상품'의 대표다. 강원도 인제에서 재배되는 친환경 국산 토종콩으로 맛은 밤처럼 고소한 게 특징이다. 아주까리는 한해살이풀인 피마자와 표피가 비슷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병충해가 많아 재배가 어렵고 모두 수작업으로 선별이 이뤄져 쉽게 접하기 어렵다. 

물론 희소가치 상품의 4개 기준만 통과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품질 역시 기준이 높다. 7일 향미는 충남 서산 천수만 간석지에서 재배해 찰기가 많은 상등급 쌀이다. 가격 역시 4㎏ 기준 1만7900원(컬리 기준)으로 일반 쌀보다 비싼 편이다. 아주까리 검정밤콩도 다른 유기농 콩보다 비싼 500g 1만4900원에 판매 중이다.

유통업계 철칙 깼다

대형 유통 기업들이 상품을 소싱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항목은 '수급'이다. 안정적으로 상품을 공급할 수 있을 만큼 생산량이 뒷받침돼야 대형 채널에 입점할 수 있다. 다음은 가격이다. 대량 공급이 가능해지면 가격이 떨어진다. 이를 통해 저렴한 가격에 최대한 많은 상품을 판매하는 게 유통의 기본이다. 

하지만 컬리는 태생부터 대형 유통 체인의 틈새를 노려 왔다.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입소문이 났던 '조금 비싸지만 맛있는' 상품을 찾아 대중에게 소개하는 데 강점이 있다. 당장 필요한 상품이 있어 앱에 들어가 구매하는 목적형 소비가 많은 쿠팡과 추천해 주는 새로운 상품을 둘러보고 구매하는 발견형 소비가 많은 컬리는 외형은 비슷하지만 속은 완전히 다른 플랫폼이다.

이런 컬리의 원칙이 가장 잘 드러나는 품목이 희소가치 프로젝트다. 다른 유통 채널에서 보기 어려워 소비자들에게 생소하고 생산량이 적어 싼 가격에 매입도 힘든 희소한 상품들을 적극 발굴하고 있다. 현재 컬리는 약 250여 가지의 희소가치 상품을 판매 중이다. 이 중 1년 내내 판매되는 제품은 거의 없다. 식재료가 시즌의 영향을 많이 받다 보니 2~3주 주기로 상품 교체가 이뤄진다. 

컬리에서 판매 중인 아주까리 검정밤콩/사진제공=컬리

실제로 앞서 언급한 아주까리 검정밤콩의 경우 전국에서 2~3곳의 농가에서만 소량 생산된다. 국내 전체 생산량이 1톤이 되지 않는다. 국내 유통사 중에서도 판매하는 곳이 거의 없고 시골 장터에서만 볼 수 있는 품종이다. 컬리에서도 이달 초 판매를 시작해 4일 만에 품절됐다. 

최근 과일 시장에서 불고 있는 '품종' 마케팅 역시 가성비보다 가심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니즈가 반영된 현상이다. 국내 포도 시장을 뒤흔든 샤인머스캣이 대표적이지만 다른 과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불고 있다.

그래픽=비즈워치

만감류의 경우 기존 한라봉·황금향·레드향 외에도 윈터프린스나 탐라향 등 신품종 귤이 2030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부사가 대부분이던 사과 역시 시나노 골드, 속살이 복숭아처럼 핑크색이어서 '피치애플'로 불리는 엔부 사과 등이 새로운 과일을 찾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런 가심비 마케팅의 또다른 장점은 충성고객 확보다. 가격보다 품질과 희소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은 한 번 만족한 상품을 재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추천 상품을 구매하는 비율도 일반 소비자보다 높다. 생산자 입장에서도 인지도가 낮은 신품종·희귀품종 상품을 공급·판매 이슈 없이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어 안정적인 운영을 할 수 있다.

컬리 관계자는 "컬리가 희소 품종을 소개하기 전까지 유통사에서 품종별로 상품을 소개하는 일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희소가치 프로젝트를 앞으로 더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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