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의점 업계의 '무한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수 년 전부터 지적되던 편의점 과밀화에 따른 영향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형 성장을 전제로 한 편의점의 사업 모델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분석이다.
불가항력?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지난 1분기에 매출 2조165억원, 영업이익 22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2% 늘어났고 영업이익은 30.7% 줄었다. BGF리테일의 분기 영업이익이 200억원대에 머무른 건 지난 2021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라이벌 GS25 역시 부진했다. GS리테일의 편의점 부문(GS25) 매출은 전년 대비 2.2% 늘어난 2조123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263억원에서 172억원으로 34.6% 감소했다.

편의점업계를 이끄는 양 사의 실적이 동반으로 부진했던 가장 큰 요인은 외부에 있었다. 지난해 12월 시작된 계엄 사태가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며 1분기 내내 영향을 미쳤다. 연말연시의 송년회·신년회 등의 호재가 묻히며 매출이 정체했다.
날씨 탓도 있었다. 1~2월엔 폭설과 강추위가 이어지며 편의점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막았다. 3월에도 꽃샘추위가 이어졌다. 편의점의 경우 목적형 소비 못지 않게 지나가다가 우연히 들러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다. 하지만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런 방문을 줄였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BGF리테일과 GS리테일은 1분기 실적 부진에 대해 입을 모아 "비우호적인 영업 환경"을 지목했다. 두 요인 모두 업계가 대처하기 어려운 외부 요인이다. 실적이 좋을래야 좋을 수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포화? 과포화!
다만 외부 요인으로만 양 사의 실적 부진을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편의점 시장이 과도한 경쟁으로 성장 동력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다. 바로 '편의점 포화론'이다.
국내에서 편의점 포화론이 처음 나온 건 2002년이다. 편의점협회에 따르면 2002년 국내 편의점 수는 약 5600여 개였다. 당시 업계에선 2005년쯤 점포 1만개를 돌파하며 대도시 기준 편의점 공급이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편의점업계가 '바이블'로 삼는 일본 시장의 경우, 편의점 수가 인구 2300명당 1개 꼴이었다. 소득수준을 고려하면 국내에서는 인구 5000명당 편의점 1개가 포화 상태라고 본 것이다. 실제로 편의점 수가 1만개를 넘어선 2007년엔 지하철 등 틈새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반적인 상권에서는 편의점 출점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의점업계는 '한계'를 깼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편의점 밀집도는 인구 940명 당 1개다. 15년 전보다 5배 이상 높아졌다. 당시 1만개였던 편의점이 지금은 5만5000여 개로 늘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일본은 2300명당 1개에서 2180명당 1개로 큰 변화가 없었다.
약육강식 시작된다
국내 편의점 시장이 과포화 상태라는 건 다른 지표로도 확인된다. 그간 편의점업계는 4~5개 브랜드가 서로 성장하며 경쟁하는 형태를 유지했다. CU(구 패미리마트)와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미니스톱, 바이더웨이 등 대형사는 물론 365플러스 등 수십~수백개 점포를 운영하는 중소 브랜드도 10여 개 이상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 점포를 늘리고 있는 편의점 브랜드는 CU와 GS25 뿐이다. 업계 3위 브랜드인 세븐일레븐조차 지난해 점포가 1000개 이상 줄어들며 '톱 2'와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 국내 편의점 시장이 모두가 성장하는 시기를 지나 정해진 파이 내에서 서로 빼앗아야 하는 쟁탈전 형국으로 바뀌고 있다는 방증이다.

CU와 GS25가 최근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것 역시 국내 시장에서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CU는 현재 몽골 내 편의점 1위 브랜드다. GS25는 베트남과 몽골에서 모두 2위다. 매장 수는 수백개 수준이지만 향후 경제 성장과 함께 편의점 사업도 급부상할 것으로 보고 '선투자'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업계는 그간 고공성장을 이어가며 '원조'인 미국과 일본을 넘어서는 성과를 내 왔다"면서도 "인구 감소와 불황, 경쟁 심화 등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완전히 사업 형태를 바꾸지 않는 이상 지금같은 점포 확장을 전제로 한 사업 전개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