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객님은 현재 신진대사가 조금 저하돼 있는데 식습관이나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 있어요. 평소에 물을 잘 섭취해주시는 게 신진대사에 좋습니다."
병원에서 의사가 하는 말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조언을 받은 곳은 '백화점'이었다. 바로 지난달 25일 현대백화점 목동점에 문을 연 토탈 헬스케어 전문 매장 '네슬레 헬스사이언스 스토어'다. 네슬레 헬스사이언스 스토어는 현대백화점그룹의 종합 헬스케어 기업 현대바이오랜드가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네슬레 헬스사이언스(Nestle Health Science)와 함께 선보인 건강기능식품(건기식) 매장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최근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해 육성하고 있다. 네슬레 헬스사이언스 스토어는 현대백화점그룹이 선보일 종합 헬스케어 매장의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 목동점의 네슬레 헬스사이언스 스토어를 방문해 현대백화점그룹이 꿈꾸는 헬스케어 매장을 확인해봤다.
30초만에 건강 진단
네슬레 헬스사이언스 스토어의 가장 큰 특징은 매장 한편에서 건강 상태 분석과 상담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보통 건기식 매장은 단순히 제품 판매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 반면 이 매장에서는 첨단 IT 기기를 활용해 개인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이에 맞는 건기식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 2명의 헬스 컨설턴트(영양사)가 매장에 상주하고 있다. 이들 컨설턴트는 네슬레그룹에서 네슬레 헬스사이언스 제품에 대한 전문 교육을 이수했다.
IT 기기를 활용한 건강 진단을 직접 받아봤다. 가장 먼저 체험해본 것은 AI(인공지능) 기반 헬스케어 전문 기기 '아누라 매직미러'다. 거울처럼 생긴 기기인데 30초간 얼굴을 비추고 있으면 얼굴에 빛을 쏴 피부 아래 혈류의 미세한 변화를 확인한다. 이 혈류 변화를 AI가 분석해 건강 상태를 진단해준다.
채혈 없이 가만히 앉아서도 심박 변이도, 심장 운동량과 같은 신진대사, 스트레스 지수, 피부 나이 등의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스트레스 지수는 3.5점으로 다소 높은 편이었지만 심혈관 질환이나 심장마비 위험이 낮다는 결과를 받으니 안심이 되기도 했다.

이 기기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4에서 디지털 헬스 부문 혁신상을 수상한 기기다. 국내에 도입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생체 신호를 측정해 활력, 불안, 무기력 등의 상태를 확인하는 '트라이스'라는 기기도 이 매장에서 체험해볼 수 있다. '거짓말 탐지기'처럼 생긴 기기에 손을 올려놓기만 하면 정신 건강, 신체 건강 상태를 점수로 알려준다. 이 기기의 결과 역시 아누라 매직미러와 비슷해 IT 건강 진단도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엇다.
또 연필처럼 생긴 '비타스틱'으로는 체내 비타민과 미네랄 함량도 파악해볼 수 있었다. 이 기기를 손가락 이곳저곳에 가져다 대면 전기전도 측정을 통해 비타민, 마그네슘, 아연 등 어떤 영양소가 부족한지 알려준다. 평소 영양제를 챙겨먹지 않는 편이라서인지 모든 영양소가 부족하다는 결과를 받았다. 컨설턴트는 다 먹을 필요는 없지만 비타민 B와 C를 추천해줬다.
여러 브랜드를 한 곳에서
이 건강 상태 측정 서비스는 모두 무료로 받을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애플리케이션과 매장 방문이나 전화를 통해 30분씩 하루 총 13번의 예약을 받고 있다. 주말 예약은 대부분 꽉 차있고 평일에도 9~10개 회차 예약이 이뤄지고 있을 정도로 고객들의 반응이 뜨겁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건강 측정 서비스를 받은 후 약 80%의 고객들은 이 매장에서 건기식 제품을 구매할 정도로 전환율이 높다"며 "고객뿐만 아니라 헬스 컨설턴트 역시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건기식을 제안할 수 있어 더 나은 추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네슬레 헬스사이언스 스토어의 또 다른 차이점은 '다양한 브랜드'에 있다. 다른 백화점 건기식 매장에서도 여러 브랜드를 판매하긴 하지만 각 브랜드 담당 매니저들이 판매를 맡고 있어 다른 브랜드의 상품을 추천하기 어려운 구조다.
반면 네슬레 헬스사이언스 스토어에서는 네슬레 헬스사이언스의 10여 개 브랜드를 한 자리에서 비교하고 구매할 수 있다. 엽산은 '솔가' 브랜드의 제품을, 콜라겐은 '바이탈 프로틴'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는 게 가능하다는 의미다.
또 제품 패키지만 진열하지 않고 영양제 알약을 함께 함께 진열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테이블 형태의 진열대를 마련해 고객이 영양제의 크기도 확인하고 맛도 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헬스케어의 진화
현대백화점그룹은 이같은 매장을 선보이기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 네슬레 헬스사이언스의 제품을 독점 공급하기 위해 2023년 8월 네슬레 헬스사이언스와 전략적 업무제휴 협약을 맺었다. 또 네슬레 헬스사이언스와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긴밀한 협력 관계도 구축했다.
이번에 문을 연 네슬레 헬스사이언스 스토어는 현대백화점이 AI 기반 건기식 매장을 열겠다고 네슬레 헬스사이언스에 제안하면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매장의 대표 AI 건강 진단 기기인 아누라 매직미러는 네슬레 헬스사이언스가 무상으로 대여해주기까지 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네슬레 헬스사이언스와의 협력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현재 10여 개인 네슬레 헬스사이언스의 국내 유통 브랜드도 더 늘릴 예정이다. 네슬레 헬스사이언스 스토어 역시 다른 점포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바이오랜드가 보유하고 있는 개별인정형 건기식 원료인 '발효율피추출물'과 '발효우슬등복합물' 등을 네슬레헬스사이언스가 가공하는 방식으로 신제품 개발도 추진 중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이 건기식에 공을 들이는 것은 바이오와 헬스케어를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2021년 발표한 '비전 2030'에서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을 핵심 신수종 분야로 정했다. 현재 지주사 현대지에프홀딩스, 현대백화점, 현대그린푸드, 현대바이오랜드 등이 모두 참여한 바이오·헬스케어 TF도 운영 중이다.
이 TF는 현재 그룹의 헬스케어 역량을 결집시킨 '종합 헬스케어 플랫폼'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 오픈한 네슬레 헬스사이언스 스토어의 '업그레이드' 버전의 복합 매장이 될 전망이다.
현대백화점이 투자한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킥더허들'과 함께 운영 중인 개인 맞춤형 건기식 매장인 ‘'핏타민'과 현대그린푸드의 케어푸드 전문 플래그십 매장 '그리팅 스토어' 등을 결합시킨다는 구상이다. 이곳에서는 AI 영양상담 솔루션 그리팅X를 도입해 맞춤형 식품과 식단까지 추천하는 통합 건강관리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그룹 역량을 모은 종합 헬스케어 플랫폼을 2년 안에 오픈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