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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젊은 피' 수혈?…'진짜 젊은이'는 없었다

  • 2025.10.13(월) 16:18

신세계그룹, 9월말 정기 임원인사 단행
80년대생 대표 발탁했지만…인수·합작 관련
롯데그룹도 50대 대표에 '젊은 인재' 타이틀

그래픽=비즈워치

젊은 피

기업들이 매년 인사철이면 꺼내드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젊은 피 수혈'입니다. 정기 임원 인사를 발표한 후엔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나가기 위해 젊은 인재를 파격적으로 등용했다는 자화자찬이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젊은 인재를 등용했다는 표현은 여러가지 의미를 내표합니다. 우선 '우리 기업은 트렌드를 따라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어필이 있겠구요. 실력이 있다면 나이에 관계없이 중용하겠다는 '능력주의'도 담고 있습니다. 기존의 나이 많은 임직원들에겐 '경고'라는 의미도 느껴지겠죠. 

젊은 인재를 기용하고 싶다고 그게 늘 가능한 건 아닙니다. 전사적 차원에서 꾸준히 젊은 인재를 키우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죠. 신입사원을 꾸준히 뽑고, 능력을 보인 사원들을 빠르게 승진시켜 '임원 후보'에 올려놔야 합니다. 씨를 뿌려야 싹이 트고 거름을 줘야 가지에 열매가 열린다는,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그래픽=비즈워치

그래서 '젊은 피'를 강조하는 대기업들을 보면 가끔 괴리감이 들기도 합니다. 지난 2024년 롯데그룹은 11월 말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하며 '내부 젊은 인재 중용'을 모토로 내세웠습니다. "경영 역량과 전문성이 검증된 내부 젊은 인재들의 그룹 내 역할을 확대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겠다"는 목표도 밝혔죠. 이를 위해 1970년대생 CEO를 12명이나 발탁했습니다.

1979년생이라면 올해 기준으로 45세니 꽤 파격적인 인사로 보일 수 있었겠죠. 하지만 12명의 1970년대생 CEO 중 4명이 74년생으로 올해 만 50세고요. 55세인 1970년생 대표가 4명, 1971년생 대표가 3명, 1973년생 대표가 1명이었습니다. 70년대생 대표라는 표현보단 50대 대표라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이죠. 물론 이들은 롯데그룹 내에서 가장 어린 CEO에 속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롯데그룹 임원진의 고령화가 심각하다는 뜻으로도 보입니다. 

'등용'은 어디에

지난해보다 한 달 빠른 9월 말에 2026년 정기 임원 인사를 진행한 신세계그룹 역시 인사 명단 발표와 함께 '성과주의', '새로운 리더십', '젊은 인재', '파격 중용' 등의 단어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커머스의 공습 속에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신세계그룹에 반등을 가져오기 위한 선택입니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정기 임원 인사에서 1980년대생 대표를 셋이나 선임했습니다. 그룹 최초의 여성 CEO도 등장했습니다. 1980년대생이면 아직 40대 초반에서 중반에 불과합니다. 일반 기업이라면 차장 정도의 직급일 테니 파격 인사라는 말이 아깝지 않습니다. '그룹 최초의 여성 CEO' 타이틀은 언제나 값집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이번 인사에서 등용된 1980년대생 CEO는 1980년생인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스메틱1부문의 서민성 대표, 1985년생인 코스메틱2부문의 이승민 대표, 마찬가지로 1985년생으로 지마켓 대표에 내정된 제임스 장입니다.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지마켓 모두 신세계그룹이 눈여겨보고 있는 주요 계열사 중 하나입니다. 이런 자리에 다른 대표들보다 한참 어린 40대 대표를 앉히다니, 꽤 파격 인사죠.

하지만 이 역시 좀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제임스 장 지마켓 대표 내정자의 경우 신세계그룹이 아니라 신세계와 손잡는 알리바바가 키운 인재입니다. 지마켓은 신세계와 알리바바 인터내셔널이 합작한 조인트벤처(그랜드오푸스홀딩스)의 자회사가 되는데요. 제임스 장은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라자다 인도네시아 CEO를 지내다가 지마켓에 합류했습니다. 

그룹 최초의 여성 CEO인 이승민 대표도 비슷한 케이스입니다. 이 대표는 어뮤즈와 비디비치 등이 포함된 코스메틱2부문의 대표에 선임됐는데요. 아시다시피 이 대표는 신세계인터가 어뮤즈를 인수하기 전인 2019년 어뮤즈에 합류한 인재입니다. 인수 후에도 어뮤즈 대표를 맡아 왔고 지금도 신세계인터 코스메틱2부문 대표와 어뮤즈 대표를 겸임합니다. 신세계인터는 어뮤즈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니, 이 대표는 사실 지난해 말부터 쭉 '대표'였던 셈입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신세계 남산'에서 열린 신입사원 수료식에 참석해 신입사원과 셀카를 함께 찍는 모습/사진=신세계

미래의 CEO 후보인 임원 중에서도 젊은 피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신세계는 이번 인사 후 전체 임원 중 40대 비율이 16%로 높아졌다고 밝혔습니다. 이전에는 8%에 불과했고요. 반대로 말하면 80% 이상이 50~60대라는 이야기죠. 그나마 다행인 건 이번 인사에서는 신규 선임 인원 32명 중 40%가 넘는 14명이 40대였다는 겁니다. 

길고 긴 추석 연휴가 끝나고 이제 4분기가 시작됐습니다. 이달 말부터는 본격적으로 주요 기업들이 정기 인사를 단행할 예정입니다. 올해 인사에서도 '젊은 피 수혈'이라는 캐치프레이즈는 이어질 겁니다. 어떤 기업이 진짜 젊은 피를 수혈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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