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의 '슈링크플레이션(가격을 올리는 대신 중량을 줄여 수익성을 높이는 방법)'을 막기 위해 시행한 '조리 전 중량 표시제'가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표시 기준이 업체마다 다르고 실제 소비자가 받는 치킨의 양과는 거의 상관이 없어 효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의도는 좋았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는 지난 15일부터 튀기기 전의 생닭 중량을 공개하는 '조리 전 중량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가 소비자 모르게 닭을 작은 사이즈로 바꾸는 '슈링크플레이션'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 대통령이 지난 11월 1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슈링크플레이션을 문제삼으면서 곧바로 제도 도입이 결정됐다.
의도는 좋았다. 앞서 교촌치킨이 순살 치킨 중량을 700g에서 500g으로 줄이고 닭다리살을 닭가슴살로 바꿨다가 비판받았다. 사실상의 가격 인상이라는 지적이었다. 최근 몇 년간 식품업계에서 관행처럼 진행하던 슈링크플레이션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조리 전 중량 표시제는 이를 막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교촌이 쏘아올린 공'인 셈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치킨용 닭을 작은 닭으로 바꾸는 행위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닭 사이즈를 바꿀 경우 앱이나 메뉴판 등에서 바로 인지할 수 있어 이전같이 무분별한 슈링크플레이션을 시도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계산에서다.
소비자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경쟁 브랜드와 가격 대비 중량을 비교해 보거나 메뉴 별로 다른 사이즈의 닭을 사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치킨 브랜드들은 한 마리 치킨에는 큰 사이즈의 닭을, 두 마리 세트 메뉴에는 작은 사이즈의 닭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중량 표시제가 확산하면 이런 '꼼수'를 방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실은 글쎄
하지만 업계에서는 실효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우선 '조리 전 중량'만을 표시한다는 한계가 있다. 치킨은 조리하면서 비가식부위를 떼어 내고 튀기면서 수분이 증발하는 등 중량이 감소한다. 여기에 튀김옷을 입히면 다시 중량이 늘어난다. 실제로 소비자가 받아보는 치킨의 중량과는 거의 관계가 없다. 이를 인지하지 못한 소비자들의 민원도 걱정이다. 집에서 중량을 잰 뒤 표시 중량과 다르다는 항의가 나올 것이란 우려다.
한마리 치킨이 아닌 부분육을 주로 쓰는 메뉴에는 적용이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중량을 기준으로 표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BBQ 황금올리브치킨 닭다리의 경우 조리 전 중량을 g이 아닌 '10조각'으로 표시한다. 다른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bhc 뿌링클 콤보는 다리·윙·봉이 각각 5조각으로 표시된다.
대형 프랜차이즈만 중량을 표시하도록 한 것도 한계다. 실제로 중량표시제를 도입한 10개 브랜드 중 9개사가 동일한 10호닭(950~1050g)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보다 작은 닭을 쓰는 건 2마리 세트가 메인 메뉴인 호식이두마리치킨 뿐이었다. 브랜드마다 제각각인 닭 크기를 소비자가 인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가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표기 기준도 제각각이다. 같은 10호닭을 쓰면서도 어떤 브랜드는 950~1050g으로, 또 다른 브랜드는 950g이나 960g으로 표기했다. 심지어 교촌치킨의 경우 10호닭을 쓰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중량 표시는 9호닭에 해당하는 900g으로 작성했다. 교촌치킨의 생육 커팅 방식에 따른 차이라는 해명이지만 소비자로서는 혼동이 올 수밖에 없다.
교촌 관계자는 "날개끝과 꼬리 등 비가식부위를 제거한 뒤의 중량을 표시하고 있다"며 "실제 사용하는 생닭의 크기는 10호닭이 맞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애초에 판매 기준이 중량이 아닌 치킨 프랜차이즈에 중량 표시제를 도입한 게 문제라고 비판한다. 교촌치킨의 순살 중량 이슈 때문에 성급하게 만든 제도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족발이나 보쌈 등 다른 외식 브랜드에도 중량표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족발과 보쌈의 경우 대부분의 브랜드가 소·중·대 등 자의적인 기준으로 용량을 정해 판매하기 때문에 중량표시제의 효과가 더 크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치킨 이슈 때문에 시작된 제도이긴 하지만 막상 치킨 시장에 적용하기엔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며 "보완을 거쳐서 다양한 외식 브랜드에 적용하면 순기능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