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는 이제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차별화된 기술력, 감각적인 디자인, 그리고 브랜드 고유의 스토리텔링으로 무장한 K뷰티 브랜드들이 있다. 이에 K뷰티 흥행 주역들을 직접 만나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그들의 열정과 노력, 시장을 압도할 수 있는 비결을 생생히 들어본다. [편집자]
화장품 성분표가 소비자들에게 암호문 같던 시절부터 "전 성분 확인"을 외친 브랜드가 있다. 18년 전 불가리안 로즈 오일의 생명력에 반해 태어난 '아이소이(isoi)'다. 빠르게 변하는 뷰티 시장에서 4대 원칙(저자극·무첨가·원료 최고·효과 제일)을 금과옥조처럼 지켜온 아이소이. 이제는 국내를 넘어 전 세계 40개국 소비자들의 피부 고민을 해결하는 '글로벌 흔적 해결사'로 거듭나고 있다.
아이소이의에서 제품의 내실을 다지는 허영경 상품기획팀장과 그 진심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전희덕 마케팅팀장을 만나 아이소이가 그리는 뷰티의 미래를 물었다.
장미 한 송이에 담긴 진심
아이소이의 시작은 화려한 마케팅이 아닌 지독한 '피부 고민'이었다. 카피라이터 출신의 대표가 대학 시절부터 겪은 피부 트러블은 그 어떤 화장품으로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접한 천연 성분이 피부 고민을 해결해줬다. 그때 발견한 원료가 바로 '불가리안 로즈'다.
불가리안 로즈의 천연 성분과 효과에 매료돼 탄생한 제품이 바로 아이소이의 스테디셀러 '불가리안 로즈 잡티 세럼'이다. 아이소이 직원들은 지금도 매년 5월이면 불가리아 카락 계곡으로 향한다. 코로나19 기간을 제외하고 17년간 거르지 않은 이 일정은 아이소이의 근본을 확인하는 의식과도 같다.
전희덕 팀장은 "불가리아 산속 깊은 장미 농장에서 이슬이 머물러 장미의 유효성분이 가장 생생한 새벽 시간대에 한 송이씩 직접 따는 과정을 거친다"며 "원재료 1㎏에 억대를 호가하는 귀한 오일이라 배달 사고라도 나면 큰일이기에 직원들이 현지 농장을 찾아 직접 운송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에서 직접 보고 느낀 장미의 에너지는 사진과 영상에 담겨 '잡티세럼'의 진정성을 뒷받침하는 스토리텔링 재료가 된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 아이소이는 유독 '까다로운 시어머니'가 된다. 허 팀장은 "아무리 트렌디한 성분이라도 그 안에 숨겨진 미세한 보존제가 아이소이의 기준에 어긋나면 과감히 프로젝트를 드랍(Drop)한다"면서 "최근 리뉴얼된 '로즈 PDRN' 역시 성분 속 미세한 방부 성분까지 체크해 오더메이드 방식으로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1년에 수십 개를 테스트해도 실제 제품화되는 것이 적은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신 있다, 전 성분!'이라는 슬로건은 이런 집요함이 낳은 자부심"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뷰티 시장은 특정 성분을 얼마나 넣었느냐는 '고함량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허 팀장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는 "아이소이의 전략은 고함량이 아닌 '전 성분 안전성'이다. 수분 라인을 기획할 때 히알루론산 수치만 높이는 대신 장벽과 진정 성분의 최적 조합을 찾는 식"이라며 "수분이 들어오는 것보다 나가지 않게 지키는 것이 피부 건강에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소이의 이 같은 고집은 최근 출시된 '히알눈꽃딸기' 라인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번 신제품은 국내 1호 등록 품종 '만년설 딸기'를 주원료로 채택했다. 탄력과 미백에 도움을 주는 엘라직산, 갈릭산 등 유효 성분이 가장 극대화되는 2월에 수확한 딸기를 동결시켜 핵심 성분의 손실을 최소화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허 팀장은 "제조사에 단순히 원료를 제안받는 것이 아니라 직접 발로 뛰어 원료사를 찾아내고 결합 방식을 고민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2030과 소통하는 법
오랜 시간 '착한 성분'으로 사랑받아 온 아이소이지만, 최근의 행보는 훨씬 젊고 유연해졌다. 자사몰을 통해 유입된 초기 고객들은 어느덧 4050이 됐다. 브랜드는 이들의 든든한 지지를 기반으로 최근 올리브영과 무신사를 통해 2030세대의 유입을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다.
그 중심에는 '장수진(장벽·수분·진정)'라인과 '망그러진 곰' 협업이 있었다. 전 팀장은 "망그러진 피부를 되살려준다는 슬로건과 망그러진 곰 캐릭터가 잘 어울린다고 판단해 협업을 진행했다"면서 "캐릭터 협업은 우리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더 유연하게 전달하는 효과가 있다. 딱딱한 설명 대신 캐릭터의 친근한 언어로 다가가자 20대 구매 비중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방식도 달라졌다. 지난 1일 올영세일 기간에 처음 선보인 '흔적세럼'은 기획 당시 내부 20대 직원들만 따로 모아 의견을 청취했다. 허 팀장은 "요즘 20대는 트러블 흔적과 시카 성분을 원한다는 의견을 수렴해 제품에 반영했다"라면서 "패키지 컬러도 아이소이의 정체성과 같은 핑크로 진행하려 했으나 20대 직원들이 그린으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감각을 믿고 추진한 결과, 제품은 출시 직후 올영세일 랭킹 상위권에 오르며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내부 실무진의 '소비자 관점'을 냉정하게 반영한 결과가 시장을 움직인 셈이다.
최근 아이소이는 2030의 소비 성향에 맞춰 선보인 굿즈들이 인기를 끌면서 '굿즈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기도 했다. 전 팀장은 "젊은 층은 작지만 나만의 만족을 주는 소비에서 기쁨을 느낀다"며 "예쁘기만 한 소품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니트백, 맥세이프 카드지갑, 수건 등을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풀어내 소장 욕구를 자극했다"고 말했다.
이어 "무신사 타깃에 맞춰 베티붑과 단독 협업 상품을 선보이거나, 술 게임을 패러디한 '수분 들어간다 쭉쭉쭉' 광고처럼 이들의 언어로 판을 깔아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분의 진정성이라는 무거운 가치를 유지하되, 이를 전달하는 그릇은 최대한 가볍고 즐겁게 가져가겠다는 아이소이만의 '영(Young)'한 소통법이 빛을 발하고 있다.
전 세계 '피부 구원자'를 꿈꾸다
아이소이의 시선은 이제 더 넓은 세계로 향한다. 이미 40개국에 진출한 아이소이는 올해를 해외 진출 원년으로 삼고 글로벌 공략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해외 시장 확대에 나서면서 아이소이가 가장 공들인 부분은 '현지 맞춤형 소통'과 '전사적 성분 전문가 육성'이다.
먼저 국가별로 선호하는 성분이나 금기시되는 표현이 다른 만큼, 현지 법령과 문화에 맞춘 미세 조정에 힘을 쏟고 있다. 허 팀장은 "기본적으로 전 세계 동일 제품 출시를 원칙으로 하되 기후에 맞춘 세밀한 현지화를 병행한다"면서 "유분감을 꺼리는 동남아 시장을 위해 '장수진 수분크림'을 더 가벼운 수딩 제형으로 별도 개발해 출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전 팀장은 "전 직원이 참여하는 카톡방에서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신제품 성분 교육을 받고 시험까지 치를 정도로 조직 문화 자체가 '성분 공부'에 진심"이라며 "현장에서 만나는 소비자들에게 직원 한 명 한 명이 움직이는 광고판이 되어서 아이소이의 진정성을 전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소이는 올해 들어 영국 팝업 스토어 운영과 이탈리아 코스모프로프에 참가하는 등 오프라인 접점 확대에도 나섰다. 유럽의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하는 기술력을 현지 소비자들에게 직접 증명하기 위해서다.
전 팀장은 "국내에선 '12년 1위' 타이틀이 견고하지만 해외에선 이제 시작"이라며 "전 세계 어디서든 피부 고민이 있을 때 가장 먼저 찾는 믿음직한 해결사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일본의 성장세에 힘입어 동남아와 유럽 시장까지 판로를 넓히고 있는 아이소이는 'K클린뷰티'의 표준을 전 세계에 심겠다는 각오다.
아이소이가 정의하는 화장품은 결국 '희망'이다. 피부가 아파서 화장품조차 바르기 힘들었던 이들에게 최후의 보루이자 안전한 선택지가 되어주겠다는 사명감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 지난 18년의 뚝심은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피부에 건강한 변화를 선물하고 있다.
허 팀장은 "아이소이를 경험해 보지 못한 분들께 '믿고 지켜봐 달라'고 말하고 싶다"며 "성분에 대한 철학을 얼마나 진정성 있게 유지하는지, 그 고집이 피부에 어떤 변화를 선물하는지 제품으로 증명해 보이겠다"고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