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명품 브랜드와 초대형 복합공간을 앞세운 유통 빅3가 전국 쇼핑 상권의 지도를 바꿔놓았습니다. 한때 지역 소비를 이끌었던 향토 백화점들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하나둘 자취를 감췄죠. 이에 비즈워치에서는 마지막 향토백화점인 대구백화점의 사례를 바탕으로 향토백화점이 몰락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한계를 살펴보고 나아가 지역 거점을 장악한 대형 유통사들의 새로운 공략법을 조명해보려 합니다.[편집자]
지방 유통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지역 소비를 지탱하던 향토 백화점들이 자취를 감춘 자리는 대규모 자본을 보유한 빅3 백화점(신세계백화점·롯데백화점·현대백화점)이 채웠다. 부산과 대구, 대전에 이어 인천과 광주까지 지역 핵심 점포들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지역 점포가 유통사의 실적을 견인하는 핵심 거점으로 떠올랐다.
서울 밖이 더 뜨겁다
빅3 백화점이 운영하는 지역 점포는 서울 못지않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대규모 공간에 명품과 프리미엄 브랜드를 유치하고 문화·체험형 콘텐츠에 투자하며 권역 전체의 소비 수요를 끌어모았다.
반면 지역 상권을 이끌던 향토 백화점은 제한된 투자 여력과 브랜드 경쟁력으로 변화한 소비 환경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단일 점포 수준에 머물며 오프라인 유통의 체질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지역 향토 백화점들로서는 거대 자본이 주도하는 프리미엄·체류형 유통 패러다임을 감당할 여력이 없었던 셈이다.
지난해 국내 백화점 점포별 매출 순위를 보면 상위 20개 점포 중 서울·경기 외 지역 점포는 8곳에 달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백화점을 앞세운 센텀시티점은 지난해 매출 2조2642억원을 기록하며 전국 3위에 올랐다.
신세계 대구점은 1조6629억원으로 6위를 기록하며 대구·경북권 대표 점포의 위상을 굳혔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은 1조2326억원으로 11위, 대전 신세계 Art&Science는 1조410억원으로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충청권 대표 점포인 갤러리아 타임월드는 6032억원으로 18위를, 더현대 서울의 DNA를 이식한 더현대 대구는 5920억원으로 19위를 기록했다.
차기 '1조 점포' 후보도 등장했다. 롯데백화점 인천점은 지난해 매출 8298억원으로 14위, 광주신세계는 8191억원으로 15위에 올랐다. 두 점포 모두 대규모 리뉴얼과 복합 개발을 추진하며 권역 내 소비 수요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 DNA에 지역색 더했다
주요 백화점들이 서울 외 지역에서도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서울에서 검증한 성공 모델과 지역 맞춤 전략의 결합이 있다. 서울 핵심 점포에서 축적한 프리미엄 브랜드 유치와 공간 혁신 경험을 지역에 적용하되, 각 지역의 인구 구조와 생활권, 관광 수요에 맞춰 콘텐츠를 달리 구성하는 방식이다.
롯데백화점은 서울 명동과 잠실을 쇼핑·문화·관광·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롯데타운'으로 육성하고 있다. 반면 지역에서는 상권별 수요에 맞춘 맞춤형 MD를 앞세운다. 인천점은 3년에 걸친 리뉴얼을 통해 식품·뷰티·키즈·럭셔리 패션을 강화하고 하이엔드 주얼리 브랜드를 대거 유치했다. 향후 인천점은 인천종합터미널 현대화 사업과 연계해 '프리미엄 롯데타운 인천'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관광 수요가 큰 부산에서는 점포별 역할도 세분화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은 K팝과 캐릭터, 패션·미식 콘텐츠를 앞세워 지역 고객과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신세계 센텀시티점도 체험형 콘텐츠와 찜질방, 아이스링크 등을 앞세워 쇼핑과 관광을 결합했다. 지난해 센텀시티점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보다 135%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점포별 역할을 세분화했다. 대구 신세계는 전층 리뉴얼과 지역 최초 브랜드 입점을 통해 기존 고객층을 유지하면서 젊은 고객을 확대하고 있다. 강남점에서 인기를 끈 컨템포러리 브랜드와 디저트 콘텐츠를 지역에 선보이며 대구·경북권 광역 수요를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신세계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규 상권에도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 확대로 고소득 종사자와 가족 단위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 남부에서는 사우스시티를 럭셔리·프리미엄 리빙과 문화·교육 콘텐츠를 결합한 지역 대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육성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과 판교점에서 축적한 프리미엄·체험형 공간 운영 경험을 지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지난 2022년 리뉴얼을 마친 더현대 대구는 문화·예술 관련 시설을 기존보다 4배 이상 늘리고, 매년 500회가 넘는 팝업스토어를 선보이며 젊은 고객을 끌어들였다. 소비 트렌드에 민감한 2030세대 사이에서 지역 대표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현대백화점은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2027년 부산 에코델타시티에 '더현대 부산'을 열고, 2028년에는 경북 경산에 프리미엄 아울렛을 선보일 예정이다. 2029년에는 광주광역시에 차세대 복합 플랫폼 '더현대 광주'를 출점하며 지역 거점 확대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 백화점 경쟁은 단순히 점포 수를 늘리는 차원을 넘어 권역 내 소비와 관광 수요를 얼마나 폭넓게 흡수하느냐의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며 "서울에서 검증된 브랜드와 공간 콘텐츠를 지역에 빠르게 적용하면서도 지역별 생활권과 소비 특성에 맞춘 차별화 전략을 구축하는 것이 향후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