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 몬덱스의 향기를 품은 비트코인
①몬덱스를 아시나요?
②몬덱스와 닮은꼴 비트코인
③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던 몬덱스
1부 : 새로운 화폐 질서를 꿈꾸다
①공상 과학 영화처럼 등장한 비트코인
②탐욕스런 금융의 본질을 찾아…
③{근대 금융의 위기=신용•신뢰의 위기}?
④화폐의 새 질서를 요구한 비트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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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적으로 말하면 화폐 사용의 필요성은 물물교환경제의 거래 불편을 줄인다. 물물 교환에 따른 탐색•교섭•운반 등의 비용을 줄여 거래비용을 줄이는 것이 기본이다. 현대 사회에서도 이 기능에 가장 충실한 것이 보통의 현금(현찰)이다.
각 국가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지폐나 주화가 근대 화폐론에서 말하는 화폐와 다른 것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근대보다 한참 이전에도 있었던 교환경제의 불편 해소라는 기능에 충실한 모습을 여전히 가장 명확히 갖고 있다는 의미다.
‘나는 정직한 돈만 믿는다. 금과 은 그리고 비트코인.’(아래 사진) 독일 베를린의 한 술집 출입구에 내걸린 안내문이다. 이 술집에선 술값을 비트코인으로 치를 수 있다. 이 주인의 생각에 정직한 돈은 금과 은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 주인이 지금 시대에 금과 은으로만 술값을 받는다는 얘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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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과거에도 이런 현금과 가장 유사한 디지털 통화를 만들고자 했던 사례들이 있다. 현존하는 현금과 가장 유사한 기능의 디지털 통화나 거래 방식을 상상하는 것은 ‘익명성’ 때문이다. 현존하는 현금은 두 단계만 지나면 애초에 그것이 누구의 것이었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
그것에 꼬리표가 붙으면 추적할 수 있다. 꼬리표는 감시나 추적을 위한 수단이다. 대개 이 꼬리표는 금융회사의 전산 기록에 남는다. 신용카드 사용 명세도 은행의 서버에 기록이 남는다. 보통 사람은 특정인의 거래를 조회할 수 없지만, 필요하다면 국가 기관은 할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이 은행에서 발행하는 각종 꼬리표가 붙은 유가증권이나 어음보다 현금을 선호하는 것은 이런 측면에서 당연하다. 금융거래시스템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이런 포인트를 놓칠 리 없고, 이런 작업은 IT가 발전하면서 상당히 큰 관심이었다.
◇ 현금 같은 카드를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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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처음에 개발한 가치 저장 방식의 카드는 매번 정산 절차가 필요했다. 카드 발급 은행과 매번 정산을 해야한다면 그것은 매우 불편하다. 당연히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은행이나 카드회사 등 금융기관이 개입해 가치를 그때그때 매겨주는 것은 당시나 지금이나 불문율 같은 것이다.
‘가치가 저장된 카드’를 만들고 싶었던 냇웨스트는 해법을 찾아야 했다. 결국 마이크로(IC) 칩을 활용한 스마트카드에 RSA 암호법(공개키와 개인키를 세트로 만들어 암호화와 복호화를 하는 인터넷 암호화 및 인증시스템)을 적용해 거래 때마다 정산하는 불편을 해결했다.
그래서 몬덱스는 앞에 여러 수식어를 붙여 불렸다. 전자지갑 몬덱스, IC카드 몬덱스 등등. 다 맞는 얘기다. ‘그때그때 정산이 필요 없다’는 얘기는 전산 및 정보전송과 관련한 거래비용을 줄여준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현금처럼 즉시 지급이 가능해 현금 같은 편리성을 그대로 지녔다. 비록 상당히 고가의 IC칩을 박아 카드를 만들어야 하긴 했지만….
어쨌든 당시로선 매우 창의적이고 도발적인 발상이었다. 신용카드나 직불카드에는 없는 이런 특징의 금융거래 시스템을 상상하고 개발했다는 것은 자체가 파격이다. 비트코인처럼 애초에 정부와 금융기관의 중간 개입을 빼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IC칩이 박힌 한 장의 카드로 모든 현찰 거래를 대체할 원대한 꿈을 그렸던 것이 몬덱스다.
<1997년 캐나다 한 방송이 소개한 '몬덱스의 미래'>
솔직히 몬덱스 이후에도 인터넷의 대중화와 IT의 발전으로 여러 디지털 통화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몬덱스만큼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최소한 현재의 비트코인이 나오기 전까지는….